[국제] 이란·하마스·헤즈볼라·후티반군 "하니야 복수 논의"…전운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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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 내에서 발생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수장 이스마일 하니야의 죽음에 이란이 복수를 천명한 가운데, 이스라엘을 향한 보복 공격에 친(親)이란 세력인 '저항의 축'의 동참 가능성이 커지며 중동 내 전운이 한층 짙어지고 있다. 대선을 3개월여 앞두고 혼란스러운 미국 정부가 상황을 통제하기 힘들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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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최근 암살당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정치국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의 장례식이 치러졌다. AP=연합뉴스

지난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최고위 당국자들은 이날 하마스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반군,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 등 이른바 '저항의 축' 대표단을 만나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전날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이스라엘을 직접 공격하라고 명령하고, 호세인 살라미 이란 혁명수비대(IRGC) 사령관이 "잔인하고 더러운 범죄를 두고 무자헤딘(성스러운 이슬람 전사)의 복수의 불길이 타오른다"는 내용의 성명을 낸 데 이은 것이다.

이스라엘과 전면전 위기를 맞은 헤즈볼라 측도 복수를 다짐했다. 헤즈볼라의 최고지도자 사예드 하산 나스랄라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이 "레드라인을 넘은 것"이라 비난하며 "보여주기식 대응이 아닌 진정한 대응, 실질적 기회, 세밀하게 계획된 보복을 모색 중"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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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레바논 남부 지역의 한 마을. AFP=연합뉴스

이스라엘도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국내 전선사령부를 찾아 "어느 곳에서든 우리에게 가해지는 모든 침략 행위에 비싼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은 방어와 공격 등 모든 시나리오에 준비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미 정부는 며칠 내 이란의 보복 공격을 확신하고, 걸프만 등에 군사자산을 동원한 대응 준비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그간 중동에서 조정자 역할을 해왔던 미국의 힘이 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하면서 중동 내 긴장감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지만, 미국은 좀처럼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특히 조 바이든 정부는 지난 5월 말 '3단계 휴전안'를 제시하고 외교 역량 등을 총동원했지만, 휴전 협상은 제자리 걸음을 거듭했다. 최근 대선 후보 사퇴로 바이든 대통령의 레임덕이 본격화됐다는 점도 문제다.

뉴욕타임스(NYT)는 "중동 분쟁에서 미국의 목소리가 사라지며 갈등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데 대한 두려움이 깊어지고 있다"며 개혁파로 꼽히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신임 대통령과 새로운 관계를 쌓을 기회마저 잃게 됐다고 우려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서방과의 관계 개선을 추구할 것으로 기대된 인물이지만, 이스라엘에 보복을 원하는 자국민의 목소리를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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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만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오른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AP=뉴시스

일단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에 대한 방어 약속을 재확인하면서도 '확전 경계'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다. 백악관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와 전화 통화에서 이스라엘 방어를 위한 추가 무기 배치를 논의하고, 확전 자제 노력의 중요성도 강조했다"고 밝혔다.

한편 NYT는 하니야가 묵은 숙소 건물에 2개월 전 폭탄이 설치됐으며, 원격 조종을 통해 폭발시켰다고 보도했다. 이전까지 외신과 전문가들은 이스라엘 전투기, 무인기(드론) 등을 활용한 정밀 타격 가능성을 주로 거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또한 하니야 암살에 대해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휴민트(인적정보)와 첨단기술 등 모든 역량을 총동원했다"며 "숙소 경호를 맡은 IRGC를 피해 폭탄을 설치하는 고난도 공작을 펼친 것"이라고 보도했다. 더불어 폭탄에 인공지능(AI)을 탑재됐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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