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 "베네수엘라 대선, 마두로 패배" 공식화…남미 좌파정부들도 등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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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에서 대선 개표 부정 의혹으로 전국적인 시위가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야권 후보의 승리"를 인정하고 니콜라스 마두로(62) 대통령의 패배를 공식화했다. 베네수엘라와 우호적 관계를 맺어온 중남미 국가들도 대선 개표 결과에 대한 투명한 자료 공개를 요구하고 있어 마두로 대통령이 국내외에서 궁지에 몰리는 모양새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압도적인 증거를 감안할 때, 지난달 28일 치러진 베네수엘라 대선에서 (야권 후보인)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74)가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것이 확실하다"고 선언했다. 이어 "마두로는 야권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과 탄압을 멈춰야 한다"면서 "야당 후보인 곤살레스,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를 체포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은 비민주적 행위"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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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AP=연합뉴스

앞서 브라이언 니컬스 미 국무부 서반구 담당 차관보 역시 전날 미주기구(OAS) 회의에서 "곤살레스의 대선 승리를 마두로와 국제사회가 인정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야권 "곤살레스 압승이 진실"

이날 베네수엘라 야권은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대선에서 야권의 곤살레스 후보가 717만3152표(67%), 마두로 대통령이 325만424표(30%)를 각각 득표했다는 내용을 공개했다. 이는 지난달 29일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CNE)의 발표(마두로 51.2%, 곤살레스 44.2%)와 크게 차이난다.

마차도는 해당 자료에 대해 "100만 명이 넘는 자원봉사자가 대선 집계가 끝난 밤, 각자 맡은 개별 투표소로 이동해 결과표를 직접 수거했다"고 설명했다. 야권이 이런 방식으로 전국 투표소 중 80% 이상의 집계 결과표를 수집했고, 이를 베네수엘라 시민단체 '알타비스타'가 분석했다고 전했다.

홈페이지에 공개된 '전국 주(州)별 취합 자료' 항목에는 세분화한 지역별 득표수와 득표율도 일목요연하게 정리됐다. 마차도는 이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를 통해 "곤살레스는 마드로에게 67 대 30으로 압승했다"면서 "이것이 사실이며, 이를 입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차도는 또 자신과 측근들이 마두로 정권으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고 은신 중이라며 "자유로워질 때까지 쉬지 않고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 사회를 향해 "베네수엘라인은 선거를 통해 마두로를 몰아냈다"며 "고귀한 대의에 함께 해달라"고 지지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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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 AFP=연합뉴스

'좌파 연대' 중남미 국가도 "투명 공개" 압박

좌파 성향인 마두로 대통령과 그간 '이념적 연대'를 표방해온 중남미 국가 지도자들도 마두로의 승리를 인정하기 거부하면서 베네수엘라 당국에 투명한 자료 공개를 촉구했다.

좌파 성향의 지도자가 집권 중인 멕시코·브라질·콜롬비아 등은 공동 성명을 통해 베네수엘라 선거 당국에 개표 과정과 투표소별 구체적인 개표 결과를 신속히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 3개국은 "결과에 대한 공정한 검증을 통해 국민 주권의 기본 원칙이 존중돼야 한다"면서 "선거 과정에 대한 분쟁은 제도적 채널을 통해 해결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우파 성향의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의 부정 개표 논란과 관련해 "선거 사기"라고 규탄했다. 이에 마두로는 자국 주재 아르헨티나 외교관을 추방하고 아르헨티나 주재 자국 외교관을 소환했다. 이에 브라질이 아르헨티나 대사관 임시 관리를 맡으면서 일시적으로 아르헨티나 대사관에 브라질 국기가 게양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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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3선 연임에 성공했다고 선언했지만 개표 부정 의혹에 휩싸인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EPA=연합뉴스

베네수엘라 당국에 따르면, CNE의 마두로 3선 성공 발표 이후 발생한 각종 시위로 지금까지 1000명 이상이 구금됐다. 야권 핵심인사인 프레디 수페르라노도 체포됐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시위 관련 사망자가 20명 이상라고 밝혔다. AP통신은 "마차도가 야권 지지자들에게 시위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면서 "마두로 정부가 강경 진압을 할 경우, 대규모 유혈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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