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단독]중소업체에 두달뒤 돈 주던 위메프, 대기업엔 바로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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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위메프 미정산 피해 판매자가 지난 1일 오전 서울 강남경찰서 앞에서 큐텐 구영배 회장과 목주영 대표, 티몬 류광진 대표, 위메프 류화현 위메프 대표를 고소하기 앞서 입장을 밝히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1

판매대금 정산주기가 긴 위메프가 일부 대기업 입점사에는 매일 혹은 주(週) 단위로 판매대금을 정산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중소 규모 입점 업체들에게는 판매일로부터 최장 70일 이후 정산해준 것과 대조적이다. 위메프의 차등 정산 방식이 중소 판매자들의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기업엔 일정산·주정산, 중소상인은 익익월 정산

유통업계에 따르면 위메프는 일부 대기업 유통업체에는 일정산·주정산을 시행했다. 통상 위메프의 대금 정산 주기는 판매가 이뤄진 달의 말일을 기준으로 두달 뒤 7일이다. 예를들어 5월 2일 판매된 상품은 5월 31일 기준 두달 뒤 7일인 7월 7일에 판매대금을 정산하는 식이다. 6만명 정도로 추산되는 위메프 중소 판매자들 중 일부는 7월에 받았어야할 5월 판매 대금을 정산받지 못했고, 사태가 본격화한 7월까지 계속 입점해있던 판매자들은 석달치 대금이 위메프에 묶여 있다.

반면 위메프는 현대홈쇼핑에 일정산을 실시해 판매 대금을 묶어두지 않고 바로 정산해줬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위메프에 입점한 홈쇼핑에서 물건이 판매되면 현대홈쇼핑도 협력업체에 바로 정산해야 하는 구조라, 위메프 입점 당시 당일 정산 조건을 걸었던 것으로 안다”라고 설명했다. 덕분에 현대홈쇼핑은 현재 못 받은 대금이 없다. 위메프는 다른 대기업 입점사에도 빠른 정산을 해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대는 일정산, CJ온스타일은 주정산을 하는 식으로 매출 규모가 큰 업체들엔 위메프가 빠르게 정산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CJ온스타일은 “위메프와 계약한 정산 주기는 밝힐 수 없지만 받지 못한 대금이 남아 있다”라고 답했다. 롯데백화점과 GS샵은 위메프로부터 월 단위로 대금을 정산해왔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6월 판매대금을 못 받은 상태다.

이들 대형 유통사들은 티몬·위메프 사태가 본격화한 지난달 19일을 전후로 발빠르게 이들 플랫폼에서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위메프는 백화점관·홈쇼핑관을 운영하고 있어 티몬보다 대형 유통사 입점이 많았다.

“규모별 정산주기 차등은 이례적”

이커머스 업계에선 위메프가 입점 업체에 따라 정산주기를 차등 운영한 사실이 이례적이라고 보고 있다. G마켓·11번가·네이버 등 다른 오픈마켓들은 입점한 기업 규모나 매출 규모에 따라 정산 주기를 달리하지는 않는다. 한 이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여행 상품 등 판매 상품의 유형에 따라 출발일·사용일 이후에 정산하는 방식은 있을 수 있지만, 입점 업체의 매출이 크다고 정산을 빨리 해주지는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이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매출 규모별로 정산일을 달리 하면 셀러들 사이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어, 그렇게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위메프는 “현재는 관련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라고 답했다.

이들 플랫폼에 돈이 묶인 중소 판매자들은 허탈하다는 반응이다. 올해 초 위메프에 입점해 김치 등 식품을 판매한 A업체 관계자는 “입점 당시에 정산 주기를 당길 수 있다는 안내는 들은 적도 없고, 모든 판매자가 ‘익익월 7일’에 정산 받는 줄 알았다”며 “저 같은 소규모 상인들의 돈을 모아두고 어디에 썼던 건지 궁금한데 담당 MD(상품기획자)는 연락도 안 된다”고 답답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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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과 위메프의 대규모 판매대금 정산 지연이 이어지고 있는 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 문이 잠겨 있다. 연합뉴스

티몬·위메프 기업회생절차 비공개 심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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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판매 대금 미정산 사태를 야기한 류광진 티몬 대표이사(왼쪽)와 류화현 위메프 대표이사가 2일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에서 열린 기업 회생 개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대표자 심문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법원은 이날 두 대표에게 회생을 신청한 경위와 자산·부채 현황 등을 물을 것으로 예상된다. 뉴스1

한편 이날 오후 서울회생법원에선 티몬과 위메프가 제출한 기업회생신청에 대한 심문이 비공개로 열렸다. 심문에는 류광진 티몬 대표와 류화현 위메프 대표가 각각 참석했다. 법원은 채무자의 일반적인 사항과 관계 회사 현황, 재산 및 부채 현황 등을 파악할 것으로 보인다.

심문 시작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류광진 티몬 대표와 류화현 위메프 대표는 큐텐 그룹과 별도의 독자 생존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류광진 대표는 “티몬 대표로서 독자 생존 방안으로 인수합병이나 투자유치를 염두에 두고 노력 중”이라며 “두 군데 정도와 얘기 중”이라고 말했다.

류화현 대표는 “구영배 대표의 큰 그림은 큐텐 전체와 위메프, 티몬이 다 같이 하는 방안이지만 그것만 넋 놓고 기다리고 있는 건 좀 아니다 싶어서 독자 생존 방안을 모색했고,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 대표의 K 상거래 공동플랫폼에 대해서는 "구체화 될 수 있고, 실제 마일스톤이 나온다고 하면 적극 돕겠다"고 답했다. 그는 “구 대표는 이 절차(회생신청)가 티몬·위메프 대표들의 단독 행동이라고 하는데, 그건 아니고 빨리 정상화 시키려는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전날 구영배 큐텐 대표는 일부 언론과 인터뷰에서 티몬·위메프를 합병하고 판매자들이 참여하는 공공 플랫폼으로 개편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날 법원에 출석한 구 대표는 “다음 주에 더 구체화한 계획을 언론에 공개하겠다”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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