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野, 이진숙 탄핵·25만원 지원금법 강행…대통령실 '거부권'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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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위기극복을 위한 특별조치법)’이 2일 야당의 단독 표결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대통령실은 “삼권 분립에 어긋난다”며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방침을 시사했다.

국회는 이날 오후 3시30분쯤 재석 187인 중 찬성 186인, 반대 1인으로 법안을 가결했다. 반대표를 던진 것은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다. 이 법안이 상정된 1일부터 24시간 5분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이어간 국민의힘 의원들은 강행 처리에 반발하며 표결 전 모두 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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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탄핵소추안이 야당 단독으로 통과되고 있다. 전민규 기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국민 한 명당 25만~35만원의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을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이 법안은 지난 총선 때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가 내건 대표 공약이었다. 이 전 대표는 22대 국회 개원 직후 1호 법안으로 이를 발의했고, 민주당은 ‘당론 법안’으로 지정해 속도전을 펼쳤다.

지난달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소 13조원의 국민 혈세를 강제하는 초헌법적 법안”이라는 여당의 반대에도 야당은 수적 우세로 밀어붙여 통과시켰다. 이후 법사위도 일사천리로 통과했고, 우원식 국회의장은 “1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해 달라”는 민주당의 요구를 수용해 '노란봉투법'(노동조합·노동관계조정법)과 함께 올렸다.

이날 통과된 법안에 따르면 정부와 지자체는 시행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 학계와 정치권에서는 “입법부가 행정부의 예산 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입법 공청회에서 “정부의 핵심권한 중의 하나인 재정권을 사실상 국회가 행사하게 된다는 점에서 헌법상 삼권분립에 위배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최재성 전 의원도 2일 CBS라디오에 나와 “예산 편성권은 정부에 있다”며 “이것이 입법 사안이냐에 대해 민주당 내부의 청와대 출신 의원들은 생각이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표결에서 퇴장한 국민의힘도 ‘13조 현금살포법’이라며 반대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나라 살림과 미래 세대에 대한 부담은 안중에도 없이 현금을 살포해 지지율을 끌어올리겠다는 ‘매표’ 행위에 불과하다”며 “거대 야당의 무책임함, ‘먹사니즘’이 아닌 ‘막사니즘’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올해 세수 결손이 예고된 상황에서, 13조~18조원으로 추산되는 지원금을 마련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야 하다는 점도 논란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5만원 지원법의 소요 비용을 추계한 결과 “최소 12조8193억원에서 최대 17조9470억원이 든다”고 계산했다.

지난달 18일 국회 행안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은 “2020년 긴급재난지원금도 지급한 돈의 30% 정도만 소비로 이어졌을 것으로 본다. (이 법안에 투입될) 13조원을 쓴다면 실제 소비로 이어지는 것은 3조원 정도”라며 반대 의견을 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13조원 중 3조원만 쓰여도 경제에는 도움되는 것 아니냐”(양부남 의원)는 논리를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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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현안 브리핑에 참석해 국회 본회의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안이 의결된 것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거부권 행사를 예고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13조 원의 재원이 소요되지만, 재원에 비해 효과가 크지 않다”며 “법률을 통해 행정부의 예산을 강제하는 것은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에 어긋나는 위헌”이라고 말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이날 합동브리핑을 통해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깊은 유감을 표하며, 그간의 입장과 마찬가지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다시금 말씀드린다. 법률안이 이송되면 재의요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야당은 이날 본회의에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을 통과시킨 직후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탄핵소추안도 본회의에 상정해 통과시켰다. 여당의 퇴장 속에 치러진 투표 결과 재석 188인 중 찬성 186인, 반대 1인, 무효 1인으로 가결됐다. 이로써 지난달 31일 임명된 이 위원장은 3일 만에 업무가 중단됐다.

야권은 이 위원장이 임명 당일인 지난달 31일 김태규 부위원장과 함께 ‘2인 체제’로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와 KBS의 이사진을 임명한 것을 탄핵 사유로 들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최형두 의원은 “민주당은 취임한 지 하루밖에 안 되는 방통위원장도 탄핵하겠다고 한다”며 “명백한 무고 탄핵이고원인무효 탄핵”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정헌 민주당 의원은 “미리 짜인 한 편의 각본처럼 위법한 일들이 이틀 동안 전광석화처럼 이어졌다”며 “언론장악을 밀어붙인 그에게 헌법가치 파괴의 죄를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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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일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 위원장은 탄핵안 의결 후 입장문을 통해 사퇴 없이 헌재의 탄핵심판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2023년 11월 이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부위원장에 대한 세 차례의 탄핵 시도와 세 번의 자진 사퇴가 있었다”며 “저는 방통위원장으로서 거대 야당의 탄핵소추라는 횡포에 당당히 맞서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탄핵소추의 부당함은 탄핵심판 과정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전임인 이동관·김홍일 전 위원장은 탄핵안 의결 전 사퇴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과제였던 방문진 이사진 선임을 완료했으니, 전임자들처럼 업무 공백을 우려해 먼저 사퇴할 이유가 없다”며 “취임한 지 하루 만에 나온 탄핵소추안이 헌재에서 인용될 가능성도 작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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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현 의원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 제출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김현 간사,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 전민규 기자.

당초 이 위원장의 자진 사퇴를 노렸던 야권은 방문진 이사진 선임 자체를 막을 현실적 카드가 마땅치 않지만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단 2인 체제로 공영방송 임원을 선임한 것에 대해 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별도로 이 위원장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된 대전MBC 사장 시절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 업무상 배임 및 청탁 금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6일에는 방송통신위원회 현장검증에 나서고, 9일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열어 방송장악 의혹 관련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방문진 이사진의 임기가 시작되는 12일 전후로 국정조사를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소속인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제명촉구 결의안을 내며 응수했다. 최근 최 위원장이 탈북민 출신 박충권 의원에게 “전체주의 국가에서 생활하시다 보니”라고 말하고, 이 방통위원장에게 “뇌 구조가 이상하다”고 발언한 것이 국회의원으로서의 품위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결의안에는 국민의힘 의원 108명 전원이 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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