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채권자만 10만명’ 티메프…法, ‘피해 복구’ 한 달의 시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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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광진 티몬 대표이사(왼쪽)와 류화현 위메프 대표이사가 2일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에 각각 출석하며 피해자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대규모 미정산 사태로 법원에 회생을 신청한 티메프(티몬·위메프)가 일단 채권자들과 자율적으로 채무 변제 협상을 벌이게 됐다.

서울회생법원 회생2부(재판장 안병욱 법원장, 주심 양민호 부장판사)는 2일 티몬‧위메프 대표자 심문을 마친 뒤 “두 회사가 신청한 ARS(자율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서울회생법원은 이날 정부 및 유관기관을 포함해 회생절차 협의회를 13일 열겠다고도 밝혔다. 협의회에는 다양한 채권자들을 대표하는 채권자협의회가 참석할 예정이다.

재판부는 회생 절차를 개시할지 여부는 9월 2일까지 결정을 보류했다. 통상 대표자 심문 뒤 회생 개시 여부 결정까지 최대 한 달이 걸린다. 그 사이에도 미정산 피해가 늘어나는 만큼 일단 두 회사와 채권자 측에 사태 해결 기회를 준 것이다.

류광진 티몬 대표이사, 류화현 위메프 대표이사는 이날 대리인단과 함께 심문에 출석하면서 “피해를 입은 소비자와 판매자 등 모두에게 죄송하고, 피해 복구와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두 회사의 지난달 31일 기준(5월 거래분) 미정산금은 2745억원이지만 이달 정산일이 돌아오는 6~7월 거래분을 포함할 경우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티메프, 일단 9월 2일까지 채권단과 자율구조조정(ARS)

회생은 죽어가는 기업에 인공호흡기를 달아 살리는 작업이다. 회사를 살려 영업을 계속할 경우 낼 수 있는 이익(계속기업가치)이 당장의 청산가치보다 크다는 걸 보여줘야 회생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 이날 두 회사 대표는 각각 티몬의 계속기업가치는 3000억~4000억원, 위메프는 800억원 정도라며 청산가치보다 훨씬 크다고 법원에 밝혔다.

ARS(자율구조조정지원) 프로그램은 본격적인 회생에 들어가기 전 채무자인 신청회사가 직접 채권자들과 협의해서 채무 해결을 시도하는 절차다. 일단 회생절차 개시여부 결정을 미루고 비공개로 진행된다. 채권자들도 ARS 협의 내용에 대해서는 기밀 유지 서약을 해야 한다. 일단 시작하면 한 달간 진행되고, 연장을 거쳐 최대 3개월까지 할 수 있다. 현재 회생 개시 결정을 보류해둔 9월 2일까지 채권단과 협의가 잘 되지 않을 경우 이론적으로는 두 번 연장해 11월 2일까지 협의를 시도해볼 수 있다.

다만 기존 회사 경영진이 주도적으로 변제 계획을 마련해 채권단과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어서 현 경영진에 대한 검찰 수사 등으로 채권단에서 경영진에 대한 불신이 커질 경우 협의가 어려울 수 있다. 현행 회생파산법상 수사 대상이라고 경영진을 바꿔야 하는 건 아니지만, 채권단이 강한 불만을 제기할 경우 법원이 제3자를 절차 주재자로 선임해 진행할 수도 있다.

티메프의 경우 금융기관·셀러·PG사·일반소비자·기타채무자 등 이해관계가 다른 여러 채권자가 채권자협의회를 꾸리는 것도 난관이다. 이에 재판부도 이날 심문에서 “최대한 다양한 채권자들이 모두 포함될 수 있도록 꾸렸으면 한다”고 주문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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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테무와 알리익스프레스

회생 절차와 관련해선 “이커머스 기업 특성상 한번 소비자 신뢰를 잃으면 회생을 시켜도 결국 또 파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날 재판부도 “지금까지 계속 적자였는데, 이 사업이 생존가치를 가질 수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물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류화현 위메프 대표는 심문 뒤 “아마존도 19년간 적자였고, 국내 1등 커머스 회사도 상장하면서 회복됐다”며 “구매자가 한 달에 500만명 이상인 플랫폼의 가치가 있고, 적자도 계속 줄여가고 있던 중이라 구조조정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을 재판부에 말씀드렸다”고 했다.

돈은 어디서? 류화현 “알리·테무에 매각 제안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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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티몬·위메프 정산·환불 지연 사태로 사실상 사용이 정지된 해피머니 상품권 피해자들이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우산 시위를 하고 있다. 해피머니 상품권은 최근 티몬과 위메프 등에서 7% 이상의 높은 할인율로 판매돼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티메프’ 미정산 사태 발발 이후 해피머니 가맹점 대부분이 해피머니를 활용한 결제를 차단하고 나서면서 상품권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 뉴스1

회생계획은 물론 ARS의 핵심은 ‘어디서 돈을 끌어올 수 있느냐’다. 매각 또는 조건부 투자계약 등으로 외부 자금을 끌어와 회사가 돌아갈 수 있게 하고 채무를 동시에 갚아나가는 게 보통의 회생계획이다. 류화현 위메프 대표는 이날 ‘티몬·위메프를 합쳐 공공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모회사 큐텐의 구영배 회장의 구상과 달리 “20여년간 알고 지내던 모든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독자생존 방안을 찾고 있다”며 “알리·테무에 매각을 제안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들은 앞으로 법원에 구체적 재무구조 개선 계획 및 자금조달 계획 등을 제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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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자 10만명...100% 변제받기는 어려울 듯

두 회사가 법원에 제출한 채권자 목록은 티몬 4만명, 위메프 6만명이다. 대부분이 두 회사 플랫폼을 이용해 온라인 영업을 했던 입점업체(판매자)들이다. 통상 기업회생 과정에선 이들 소액 채권자들의 채무는 우선 100% 변제해 해소하고, 큰 채권을 쥐고 있는 금융기관·거래처 등과 협상을 해서 변제액을 줄이는 방식을 많이 택하지만 소상공인·개인 소비자는 협상이 쉽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앞으로 ARS와 회생 절차가 성공하더라도 이들 피해자가 100% 변제받기는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공통적인 분석이다. 통상 회생절차를 통해 변제하는 금액은 전체 채무의 20~30% 정도다. 2022년 회생계획안이 인가된 쌍용자동차는 실질변제율이 약 41%였다.

2013년부터 약 3년 만에 회생절차를 종결한 동양그룹이 드물게 채권자 수만 명에게 7000억원이 넘는 채무를 모두 갚은 사례였다. 당시 동양그룹은 금융기관 출신 외부 관리인이 동양매직·동양파워·동양시멘트 등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계열사 자산을 다 찾아내 최대한 빠르게 처분한 데다, 주가가 급등해 주식을 판 돈으로 변제가 가능했던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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