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코 골았네" "의사와 상담하세요"…갤워치7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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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지난달 공개한 ‘갤럭시 워치7’은 인공지능(AI)이 이식된 첫 스마트워치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이 “완전히 새로워진 건강 관리를 경험할 것”이라고 자신한 이 워치를 열흘간(지난달 19~28일) 직접 체험해봤다. 평소 운동이라고는 출·퇴근 때 걷는 정도 뿐이며 ‘타임푸어’로 살면서 수면 시간이 줄어든 기자에게 손목 위 건강 코치와 함께 한 일주일은 신세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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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을 촬영하려고 멈추니 워치도 따라 멈췄다. 워치에 '자동 일시정지'라고 표시돼있다. 이후 걸으니 다시 걸음 수를 이어 측정했다. 사진 황수연 기자

“움직일 시간이에요” 운동 코치

갤럭시 워치7을 착용하는 순간, 짐짓 모른채 하고 싶은 일일 활동량이 자동 측정됐다. 걸음 수, 활동 시간, 소모 칼로리, 이동 거리 등이 기록됐다. 동네를 산책하던 어느날 밤, 동그랗게 뜬 달을 촬영하려 잠깐 멈췄더니 걸음 수를 재던 워치도 함께 정지했다. 다시 걸으니, 알아서 걸음 수를 이어 측정했다. 출·퇴근 길에서만 적게는 5000보에서 많게는 9000보 가까이 걷는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았다. 1만보를 넘어선 날은 목표를 달성했다고 안내해주니, 스스로가 뿌듯했다. 좀 덜 걸었다 싶은 날에는 다시 목표에 도전해보라는 메시지가 워치의 동그란 화면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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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 활동량을 하트로 알려준다. 하트링이 꽉 차지 않을 때는 분발하게 된다. 사진 황수연 기자

걸음 수, 활동 시간, 소모 칼로리는 그 정도에 따라 세 가지 색깔의 하트로 표시해주는데, 일일 활동 하트링이 꽉 차지 않는 날은 분발해야겠다는 동기 부여가 됐다. 점점 이전 통계와 비교하며 스스로 운동량을 각성하게 됐다. 평균 활동 시간, 평균 거리, 평균 칼로리 소모량, 총 운동 시간 등 지표별로 주간 분석도 제공했다.

놀라운 기능은 따로 있었다. 근무하던 중 손목에 약한 진동이 울리더니 “움직일 시간이에요”란 메시지가 떴다. 1시간 넘게 앉아 있던 기자에게 이제 움직이라고 채근한 것이다. 워치는 간단히 따라 할 수 있는 상체 스트레칭도 안내했다. 하란 대로 따라 했더니 5회를 모두 인식한 뒤 “대단해요”라며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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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은 지 1시간 경과하니 워치가 활동할 때라고 알려줬다. 좌우로 상체 스트레칭을 5회 하니 대단하다고 칭찬했다. 사진 황수연 기자

워치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건강과 직결되는 수면의 질을 얼마나 잘 측정할지 궁금했다. 평소 팔찌나 시계를 거의 착용하지 않는 기자는 워치를 차고 자는 게 다소 불편하긴 했다. 그러나 워치는 나도 몰랐던 수면 습관을 세세하게 측정하고 기록으로 남겨 경각심을 줬다. 자는 동안의 움직임과 심박수 변화 정보를 활용해 수면 중 깸, 렘 수면, 얕은 수면, 깊은 수면 등 수면을 4단계로 나눠 그래프로 알려줬다. 수면 중 혈중 산소, 피부 온도, 심박수, 호흡률도 보여줬다.

육퇴(육아 퇴근)후 자유 시간을 즐기다 오전 2시 넘어 잠든 날이나 음주 다음 날에는 수면 점수가 형편 없었다. 5시간을 채 못 잔 날 수면 점수는 47점(100점)으로 ‘관심 필요’로 나왔다. 4단계 중 제일 아래이다. 워치는 수면이 부족하면 심장병, 당뇨병, 비만 위험을 증가시킨다라고도 안내했다. “동일 연령대의 평균 수면 점수보다 28점 낮다”고 알려줘 충격이었다. 수면 점수 등을 바탕으로 한 에너지 점수가 좋은 날은 하루의 시작이 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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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시간이 부족한 날 에너지 점수가 안내돼 있다. 건강에 적신호라고 경각심을 준다. 사진 황수연 기자

뒤통수를 맞은 건 코골이 데이터에서였다. 평소 코 고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아 왔던 터다. 그러나 워치는 적나라한 증거를 남겼다. 하루 최소 10~20분씩 코를 골고 있었다. 코골이가 녹음된 걸 듣고는 차마 늘 함께 자는 초등생 자녀의 것이라고 말하기 어려웠다.

수면 무호흡을 감지하는 기능이 실제로 잘 작동할지 궁금했다. 자는 동안 워치로 혈중 산소 농도의 상대적 감소 횟수를 측정해 이를 기반으로 수면 무호흡을 감지하는 기능이다. 스마트 워치 중 최초로 이 기술로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외신에서도 주목했다.

수면 무호흡을 측정할 수 있는 조건이 다소 까다롭긴 하다. 해당 기능을 켠 뒤 10일간 4시간 이상 연속 수면 기록을 두 차례 남겨야 하는데, 배터리는 최소 30% 이상 충전된 상태여야 한다. 자다 깨서 화장실에 가기라도 하면 4시간 수면 조건을 채우지 못할 수 있다. 기자는 코는 골아도 다행히 무호흡 징후는 확인되지 않았다. 남편에게 기능을 체험하게 했더니 이틀간 측정 기록을 바탕으로 무서운 조언이 떴다. “워치가 중등도-중증 폐쇄성 수면 무호흡을 나타내는 수준의 호흡 장애를 감지했다. 치료하지 않으면 일상생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결과에 대해 의사와 상담하라.” 수면 무호흡증이 있는 남편은 석 달 전부터 양압기를 처방 받아 착용 중인데, 워치가 이를 딱 잡아냈다. 다만 워치는 이미 진단받은 환자는 이 기능을 사용하지 말라고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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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코골이 시간이 26분이나 된다고 안내하고 있다. 사진 황수연 기자

혈압계 기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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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계 수치로 보정한 뒤 워치로 혈압을 측정해보니 혈압계와 유사하게 나왔다. 사진 황수연 기자

혈압 측정을 위해선 우선 별도의 혈압계로 측정한 데이터 3회분이 필요했다. 이 수치를 스마트폰에 입력한 이후부턴 워치를 혈압계처럼 사용 가능했다. 워치와 별도 혈압계의 측정치가 거의 일치했다. 다만 이미 보정된 워치를 타인이 착용하면 정확한 측정이 어렵다. 워치 주인의 혈압 수치와 비슷하게 나올 수 있다. 혈압 체크를 위해 4주마다 혈압계로 수치를 보정해야 한다.

심전도는 워치를 착용하지 않은 반대편 손의 검지를 워치 버튼에 대는 방식으로 30초 만에 간단히 측정할 수 있었다. 별다른 이상이 없으면 “심방세동 신호가 관찰되지 않았다”고 알려준다. 평소엔 관심 없던 수치인데, 이렇게 알게 되니 은근히 안심이 됐다.

최종당화산물 지수 측정도 갤럭시 워치7부터 새로 들어간 기능이다. 최종당화산물이란 당이 단백질이나 지방과 결합할 때 체내에서 생기는 화합물로 ‘당독소’라고도 불린다. 식단과 생활 습관의 영향을 받는다. 갤럭시 워치를 차고 자면 피부에 축적된 최종당화산물 수치를 측정한다. 별도 수치로 나타나진 않고 높음과 낮음 그 사이 어딘가로만 표시된다. 삼성전자는 현재 이 기능을 원할 때 쓸 수 있는 선택 사항으로 제공하고 있다. 향후 업데이트 해 정식 기능으로 탑재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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