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서진이네2''지구오락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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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서진이네' '뿅뿅 지구오락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채널십오야'… 특유의 위트와 따뜻함으로 사랑받는 에그이즈커밍의 콘텐츠들입니다. 공중파와 유튜브를 넘나드는 이들의 행보는 늘 업계와 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죠.

나영석PD, 이우정 작가, 신원호 PD 등 스타 크리에이터들이 모인 에그이즈커밍. 이들이 '함께' 일하는 법을 집중 인터뷰했습니다. 업계의 문법을 만드는 크리에이터들은 어떻게 일할까요? 자유롭고 즐겁게 일하는 조직문화는 어떻게 크리에이티브로 이어질까요?

〈에그이즈커밍 인사이드〉 이번 회차는 '서진이네2'와 '뿅뿅 지구오락실'의 메인연출 박현용 PD를 만나, 콘텐츠 기획법을 물었습니다. 트렌디하면서도 대중적인 콘텐츠를 계속 내놓는 비결은 뭘까요? '만드는 사람들이 즐거워야 한다'는 그의 철학은 어떻게 크리에이티브로 이어질까요?

'매일 10시간' 후배들 방 찾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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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용 에그이즈커밍 PD. 사진 제공 폴인

'나영석 사단'에는 언제부터 함께했나요?  

2015년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 편부터요. 다음해 '신서유기2' 때 편집 지원을 나갔는데, 재밌게 잘한다고 생각하셨는지 다음 시즌도 같이 하자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쭉 함께 하다, '신서유기7'로 입봉했어요. '윤식당' '슬기로운 산촌생활' '뿅뿅 지구오락실', 그리고 최근 방영 중인 '서진이네2'까지 10개 작품을 나영석 PD님과 함께 만들어왔어요.

에그이즈커밍만의 특별한 콘텐츠 제작 방식이 있다면요.
특별한 방식은 사실 없어요. 다만 저희는 한 팀으로 제작하는 것, 협업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기획, 촬영, 편집 크게 3단계로 나눠 설명해볼게요.

1. 기획: 기획력을 가르는 엉덩이 싸움

기획의 개괄적인 부분은 나영석 PD님, 이우정 작가님, 그리고 저와 메인 작가들이 짜요. 큰 카테고리와 소재, 출연자를 정하죠. 저희는 이미 있는 IP에서 스핀오프로 변주하는 걸 좋아해요. 서사가 생기면 자연스레 다음이 궁금해지고, 팬층도 생기니까요.

예를 들어, '신서유기'에서 경품으로 아이슬란드 여행권을 뽑은 덕에 '아이슬란드 간 세끼'가 나왔고요. '윤식당'의 직원이었던 이서진 배우가 사장이 돼보면 어떨까? 해서 나온 게 '서진이네', '지구오락실' 멤버들의 운전 면허 내기에서 나온 게 '지락이의 뛰뛰빵빵'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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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영된 '지락이의 뛰뛰빵빵'은 '지구오락실' 멤버들의 운전 면허 내기에서 시작됐다. 사진 채널십오야.

이렇게 큰 아이템이 정해지고 나면, 후배들과 함께 가지를 뻗어가요. 회의를 계속 거듭하면서요. 기획은 엉덩이 싸움이거든요. '시간과 정신의 방'에서 회의도 하고, 편집도 하는 거죠(웃음).

보통 한 프로그램에 20명 정도의 스태프가 함께하는데요. 다들 아시겠지만, 회의에 5, 6명만 넘어가도 말을 하는 사람만 하잖아요. 그래서 '지구오락실' 때는 대학교 팀프로젝트 형태로 해봤어요. 5명 정도씩 팀을 나눠서 기상 미션, 음악퀴즈, 토롱이 레이스 등을 맡는 거예요. 기간을 주고 짜온 뒤 피칭하고, 다른 팀이 의견을 덧대죠.

기본적으론 후배들 의견을 많이 반영하려고 해요. 콘텐츠에 대한 후배들의 애정, 기민한 관심도는 못 따라가거든요. 저보다 훨씬 크리에이티브하고, 성실하고, 잘해요. 저는 팀원들의 의견을 귀기울여 듣고 의사결정만 잘해주면 되죠.

2. 촬영: '원 팀'을 만드는 분업과 공유 시스템

모든 과정이 그렇지만, 촬영 단계에서는 특히 분업과 공유를 강조해요. 역할을 촘촘히 나눠서 맡고, 실시간으로 상황을 공유하는 거죠.

모두가 촬영 현장에 있을 순 없어요. 촬영 현장이 매끄럽게 운영되기 위해 앞뒤에서 누군가는 계속 뛰고 있어야 하죠. 누군가는 다음 촬영 장소에 먼저 가 있어야 하고, 누군가는 숙소를 예약하고 차량을 배치해야 해요. 실시간으로 촬영 메모리를 백업하고, 짐 싸는 사람도 필요하죠. 저희 작가 중에는 해외 촬영 가서 며칠 내내 짐만 싸다 오는 분도 있어요.

이렇게 역할을 쪼개어 맡으면, 맡은 부분에 대해선 내가 제일 잘 알아야 해요. 그리고 실시간으로 상황을 공유하며 내 역할 앞뒤의 맥락을 파악해야 하죠. 매일 밤 촬영 마무리 후에도 다같이 모여서 진척도와 방향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져요. 자연스레 팀원들 각자에게 책임감이 생기죠. 촬영 현장뿐 아니라 현장을 뒷받침하는 환경 구석구석이 모두 중요하다는 의식도 공유하게 되고요.

3. 편집: 전체를 보는 시야로 부분 연결하기

보통 한 프로그램의 편집은 7~10명의 PD들이 나눠 맡아요. '서진이네'는 취침과 기상, 출근 및 재료 준비, 오전 영업, 브레이크 타임, 오후 영업, 퇴근과 그 이후 등으로 나뉘죠. 그럼 각자의 편집본을 연결해야 하잖아요? 여기서 메인 PD마다 스타일이 조금씩 달라요. 전체를 하나의 색깔로 만드는 것과 다채로운 색깔을 살리는 것, 둘 중 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에 따라서요.

저는 신효정 PD님과 이진주 PD님의 중간 스타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신효정 PD님은 매일같이 후배들 편집실에 찾아오셨어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고민이 뭔지 들어주시고, 전체를 매끄럽게, 꼼꼼히 연결해주셨어요. 반대로 이진주 PD님은 각자의 개성을 살려주시는 편이었고요.

저도 매일 후배들 방에 가요. 요즘 편집 중인 '서진이네2'는 10명의 후배 PD들과 함께 하는데요. 한 명당 최소 한 시간씩 이야기 나눠요. 기본 10시간이죠(웃음). 앞뒤를 함께 보면서 어떤 걸 더 살릴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요. 그 후배의 특성에 맞게요. 아예 같이 만들어보기도 하고요.

물론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고, 에너지도 많이 들어요. 후배들 방 다 돌고, 제 편집은 또 따로 해야 하니까요. 그런데 장점이 훨씬 큰 거죠. 일단 한 팀으로 콘텐츠 만드는 감각을 익힐 수 있어요. 아무래도 조연출은 본인이 맡은 파트에 시야가 맞춰지는데요. 전체를 보는 사람이 해당 파트가 전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어떤 맥락과 호흡으로 가야 하는지 설명해줄 필요가 있죠. 그렇게 하다 보면 부분 부분을 연결하는 노하우와 시야를 공유할 수 있어요. 저도 선배들에게 그렇게 배웠고요.

그리고 확실히 퀄리티가 달라요. 모든 프로그램이 그렇지만, 리얼 버라이어티는 특히 편집이 중요해요. 24시간을 찍어야 1시간 30분 분량이 나오거든요. 긴 시간을 압축적으로, 그것도 재밌게 만들어내려면 계속 상황을 공유하고 상의해야 해요. 편집 후에는 시사도 모두 함께 하죠.

에그이즈커밍의 콘텐츠는 특유의 위트와 따뜻한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 이유가 뭘까요?

2가지 때문인 것 같은데요. 첫째, 세상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보여주려고 해요. 위기나 갈등이 물론 있겠지만, 그게 아름답고 따뜻하게 어우러지는 모습까지 담아내요. 예능 프로그램뿐 아니라 '응답하라' 시리즈나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를 떠올리면 단번에 이해되실 거예요.

둘째, 출연자들이 더 사랑받을 수 있도록 조명해요. 현장에서 출연자들을 관찰하고, 캐릭터를 파악해요. 그리고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포인트를 잡죠. 편집으로 부각하고요. 저도 '악마의 편집' 하라면 얼마든 잘할 수 있는데요(웃음). 함께하는 분들이 더 사랑받을 수 있게 돕고 싶어요. 그게 콘텐츠가 잘되는 길이기도 하고요.

'서진이네2'에 함께한 고민시 배우의 경우, 성격이 조금 급한 편이긴 하지만 그만큼 일을 똑부러지게 빠르게 해내잖아요. 사회생활 경험도 꽤 있고요. 촬영하다 보니 이 부분이 매력적이더라고요. '새로 온 인턴이지만 빠릿빠릿하고 일도 잘해서 듬직한' 캐릭터를 잡았죠. 그걸 잘 보여줄 수 있는 장면들을 엮어 내보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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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이네2'에서 '일머리 좋은 인턴' 이미지로 사랑받고 있는 고민시 배우. 제작진은 현장에서 포착한 출연자의 매력을 편집으로 극대화했다.

그 톤을 지켜가는 방법도 궁금합니다.  

팀의 규모를 작게 유지하는 거요. 보통 이 정도 규모 프로그램이면 PD만 20명은 투입된다고 하더라고요. 사람이 너무 많아지면 하나의 결을 갖기 힘든 것 같아요. 덕분에 PD 한 명이 맡은 편집 분량이 많은 편이지만, 능력이 출중한 동료들과 함께라 잘 해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팀원 전략적 배치? '오지라퍼'라서 가능"

'채널십오야' 김예슬 PD 표현으로, '팀원들을 전략적으로 배치하는 데 통달한 분'이라고요. 어떤 전략인 건가요(웃음).

개인 성향과 스타일에 맞는 업무를 배분하는 거죠. 서로를 보완할 수 있는 파트너를 붙여주고요. 개개인도 파악해야 하고, 관계도 파악해야 해요. 사이가 안 좋은 두 사람을 붙일 순 없잖아요. 단순히 그들을 배려해서라기보다, 결과를 내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에너지를 쓰지 않게요.

어떻게 파악하나요?

솔직히 전 '오지라퍼'예요. 사람 자체에 관심이 많고요. 남 이야기 듣는 것도 좋아해요. 후배들하고 사담을 많이 나누죠. 어떤 환경에서 자랐냐, 뭘 좋아하고 싫어하냐, 어떤 경험과 관심사를 갖고 있냐. 그런 걸 자주 물어요. 일과 별개로 진짜 궁금해서요.

그렇게 떠드는 중에도 한쪽 뇌는 따로 돌아가요. '아, 이 친구는 이런 역량이 있구나, 이 일을 맡겨봐야겠다, 저 친구랑 붙이면 좋겠다.' 평소에 파악해두고, 업무를 나눌 때 활용하죠. 도파민에 강한 친구에게는 게임 파트 편집을 맡기고, 평소 시를 읽고 서정적인 음악 듣는 걸 좋아하는 친구에게는 비슷한 정서의 작가를 붙여주는 거죠.

그리고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할 파트너를 배치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예슬 PD는 일을 원칙에 따라 깔끔하고 빠르게 처리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럼 여유롭게, 융통성 있게 일하는 동료를 붙이는 거죠.

이게 메인 PD의 가장 큰 역할 같아요. 인사 관리랄까요(웃음). 한 프로그램 당 20, 30명 되는 PD, 작가들과 함께하거든요. 한 학급 수준이죠. 프로젝트를 끝까지 잘 마무리하려면, 만드는 사람들이 행복해야 해요. 후배들이 즐겁게 일하고, 성장할 수 있게 도와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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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드는 사람이 즐거워야 결과물이 좋아요. 그래서 저도, 후배들도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을 늘 고민하죠.″

선배들에게 배운 건가요?

"메인 PD는 개집에서 잘 줄 알아야 한다" 이우정 작가님이 늘 하시던 말이에요. (후략)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에그이즈커밍 경영지원 총괄 대표부터 3·4세대 PD, 주니어 마케터까지. 구성원들이 직접 전하는 생생한 이야기 〈에그이즈커밍 인사이드〉 전문은 콘텐트 구독 서비스 '폴인'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네이버 뉴스페이지에서는 하이퍼링크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더 자세히 알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링크를 복사해 주소창에 붙여넣으세요.

①"채널십오야 구독자 650만, 아직 생존 아냐" 고중석 대표
https://www.folin.co/article/8856

②'서진이네2''지구오락실' 박현용PD, "제 역할은 인사관리죠" 
https://www.folin.co/article/8857

③'나영석 PD를 움직이는 사람' 채널십오야 김예슬 PD의 기획법 
https://www.folin.co/article/8858

④'토롱이 굿즈 매출만 8억' 주니어 마케터가 성과 내는 법
https://www.folin.co/article/8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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