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머스크도 반한 사격 김예지 "너무 잘 쏘려다 격발 못했다" [올림P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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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가 3일 프랑스 앵드로주 샤토루 슈팅센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샤토루=고봉준 기자

2024 파리올림픽의 깜짝 스타를 꼽으라면 단연 한국 사격의 김예지(32·임실군청)를 들 수 있다. 김예지는 지난 5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국제사격연맹(ISSF) 월드컵에서 모자를 거꾸로 쓴 채 냉철한 얼굴로 세계신기록을 작성하는 영상이 이번 대회 기간 세계적으로 화제가 돼 많은 누리꾼들의 인기를 끌었다. 테슬라 CEO이자 소셜미디어 X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를 비롯해 미국 CNN과 영국 BBC, 프랑스 레퀴프 등 주요 외신이 김예지를 집중 조명하면서 사격계의 스타가 됐다.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만 관심을 받은 것은 아니다. 김예지는 지난달 28일 프랑스 앵드로주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10m 공기권총 여자 결선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금메달을 차지한 후배 오예진에게 밀려 많은 스포트라이트는 받지 못했지만, 생애 처음으로 나선 올림픽에서 바로 은메달을 수확하면서 실력을 입증했다.

김예지는 이 기세를 몰아 25m 권총 금메달에도 도전했다. 그러나 2일 열린 예선에서 한 차례 격발을 실수하면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25m 권총 예선은 완사와 속사 30발씩 모두 60발을 쏘는데 속사에선 표적이 나타나면 3초 안에 사격을 끝내야 한다. 그런데 김예지는 속사 11번째 순서에서 3초 내에 방아쇠를 당기지 못해 0점을 기록했다. 뼈아픈 실수로 예선에서 27위(575점)를 기록해 8명에게만 주어지는 결선행 티켓을 따내지 못했다.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던 그 영상에 나왔던 자신의 주종목에서 예선 탈락이라는 성적을 받아든 김예지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빅 이벤트를 선사해 많은 분께 실망을 안겨드렸으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평소 성격처럼 기죽지 않는 당찬 인터뷰였지만, '결정적인 실수'를 ‘빅 이벤트’라는 단어로 표현해 경솔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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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CNTS 사격장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사격 여자 25m 권총 예선 속사부문에서 김예지가 사격을 마치고 의자에 앉아 있다. 2024.8.2 샤토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JI

다음날인 3일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만난 김예지는 취재진을 통해 사과의 뜻부터 전했다. 전날 사용한 단어를 두고 “평소 나 스스로에게 부정적인 말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부정적인 생각이 부정적인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빅 이벤트'란 단어를 꺼냈는데 결과적으로 적절하지 못한 표현이었다고 생각한다. 의도치 않은 말 실수를 해서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날 결과를 두고 누구보다 마음이 아픈 이는 김예지 본인이었다. 파리올림픽 출정을 앞두고 여러 차례 ‘금메달 2개’를 자신했던 만큼 은메달 1개는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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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예진과 반효진, 김예지(왼쪽부터)가 3일 프랑스 앵드로주 샤토루 슈팅센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샤토루=고봉준 기자

김예지는 "너무 잘 쏘려는 욕심이 앞서 격발을 하지 못했다"며 “여러 감정이 교차한다. 몇 년 동안 준비했는데 많이 허탈하다. 무엇보다 약속을 지키지 못해 팬들께도 죄송한 마음이 크다”고 했다.

비록 파리올림픽은 아쉽게 끝났지만, 김예지로 인해 사격이 큰 인기를 끈 건 사실이다. 김예지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었다. 이날 경기장에서도 몇몇 팬들의 사진 요청을 받은 김예지는 “이런 에피소드를 통해 사격이 관심을 얻어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조금이나마 인기 종목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긴다”면서 “나 역시 현장에서 인기는 조금 실감한다. 그러나 인기 뒤에는 책임감이 따른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앞으로는 내가 약속한 부분은 꼭 지켜야겠다는 교훈을 이번 대회를 통해 얻었다”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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