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때론 푼수, 때론 악마의 얼굴…조각처럼 안 예쁜 게 내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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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볼버’를 연출한 오승욱 감독은 넷플릭스 ‘더 글로리’에서 박연진을 연기한 임지연을 눈여겨보고 캐스팅했다.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더 글로리’(넷플릭스)의 금수저 학교폭력 가해자 박연진, ‘마당이 있는 집’(ENA)에선 가정폭력 남편에 복수를 결심한 임산부 추상은. 지난해 독기어린 캐릭터로 연말 시상식을 휩쓴 배우 임지연(34)이 또 하나의 잊지 못할 ‘얼굴’을 빚어냈다.

7일 개봉하는 영화 ‘리볼버’(감독 오승욱)는 모든 비리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간 경찰 수영(전도연)이 출소 후 미스터리한 남자 앤디(지창욱)가 약속한 돈 7억원과 자신의 아파트를 되찾으러 나선 여정을 쫓는다. 임지연이 연기한 정윤선은 출소한 수영을 유일하게 마중 나온 술집 마담. 윤선은 거액의 빚을 핑계로 수영의 적들에게 수영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하지만, 그 사실을 수영 본인에게 낱낱이 고백한다.

알고 보면 윤선은, 수영의 죽은 연인이자 경찰 상사였던 임 과장(이정재)과 한때 내연 관계로도 밝혀진다. 그런데도 연적 사이인 수영을 “언니”라며 따르고, 수영의 뭐가 맘에 드냐 묻자 “에브리띵(everything)”하며 헤벌쭉 웃는다. 너무 투명해서 오히려 종잡기 어려운 캐릭터를 임지연이 날 것 같은 연기로 설득해낸다.

각본을 겸한 오승욱 감독이 “얼굴을 특화시켜 찍은, 얼굴들의 버라이어티쇼”라 표현한 ‘리볼버’에서 임지연은, 전도연의 절제미와 정반대인 총천연색 빛깔로 스크린을 물들인다. 통화 상대에 따라 박쥐처럼 달라지는 목소리 연기도 묘미다.

“연기할 때 내 얼굴이 어떨지 상상이 안 되는 역할에 끌린다”는 임지연을 지난 1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그에게 ‘리볼버’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연기과 09학번) 재학 시절 ‘한예종 전도연’을 자처할 만큼 “동경해온 선배와 인물 대 인물로 한 작품에서 호흡할” 기회이기도 했다.

“오승욱 감독, 전도연 선배의 영화 ‘무뢰한’(2015) 팬”이라 밝힌 그는 “많이 배우고 질문할 작정으로 참여했는데 감독님이 그냥 느껴지는 대로 하라더라”고 돌이켰다. “연진이는 모두 계산된 연기”라고 할 만큼 인물 분석에 철저했던 그가 ‘리볼버’를 만나 “처음으로 현장의 공기, 하수영이 주는 에너지에 느껴지는 대로 반응하며 캐릭터를 완성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그는 ‘리볼버’를 두고 “처음 ‘알’을 깨고 나온 작품”이라 표현했다. “연기 잘하는 선배들 사이에서 나 혼자만 못하면 어쩌지, 걱정과 불안이 컸는데 처음으로 ‘한번 놀아볼까’ 용기를 냈다”면서 “생각보다 내가 감각적이고, 동물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배우란 걸 알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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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에서 출소한 수영(전도연, 왼쪽)과 그의 감시자이자 조력자가 되는 윤선(임지연).

“잘하고 싶은 욕심이 항상 커서 좌절도 많이 했거든요. 근데 윤선은 쥐뿔도 없으면서 자존감이 높아요. 지연아, 너 충분히 매력적인 배우니까 나를 조금만 더 사랑하자. 이런 행복감에 눈뜬 것도 윤선의 영향이에요.”

전도연은 영화사와 사전 인터뷰에서 “윤선이 처음 수영을 마중나왔을 때 팔랑거리는 나비처럼 ‘언니!’ 하는 순간 공기가 바뀌는 느낌이었다”고 임지연을 첫 등장신부터 칭찬했다.

임지연 역시 “촬영 직전 5분간 말없이 제 눈을 응시하던 전도연 선배의 눈빛을 잊을 수 없다. 이 에너지를 느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또 “전도연 선배가 원톱이고 저는 귀여운 서브다. 여성 서사, 여성 간의 케미스트리를 관객들도 알아봐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 ‘재난영화’(2011)로 데뷔한 임지연은 MBC 주말드라마 ‘불어라 미풍아’(2016)의 순진한 탈북 여성 역할로 첫 주연을 맡았다. 올해 ‘파묘’로 천만흥행을 거둔 배우 이도현과 ‘더 글로리’ 이후 공개 연애 중인 그는 군 복무 중인 이도현에 대해 “서로 응원 많이 하는 고마운 존재”라고 조심스레 밝혔다.

스스로의 매력을 묻자 “조각한 듯이 예쁘진 않은 게 매력인 것 같다”며 “대신 다양한 색깔의 얼굴이 있다. 바보 같은 면, 남자 같은 모습도 있다. 목소리 톤도 다양한 게 장점”이라 했다.

차기작은 조선시대 배경의 JTBC 드라마 ‘옥씨부인전’으로, 가짜 신분으로 정체를 감춘 법률 전문가 ‘옥태영’을 연기한다. “요즘 사극을 촬영하며 예전에 출연한 사극을 다시 보고 있다. (미숙했던 모습이) 미칠 만큼 괴롭지만 참고 본다”며 “현장에서 상대와 더 많이 호흡하며, 용기 있게 내 자신을 더 믿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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