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해리스, 여기 지면 끝난다…美대선 최대 승부처로 뜬 '19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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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 공식 후보 발표는 1일부터 5일간 진행되는 온라인 '호명투표'가 마무리되는 5일에 이뤄지지만, 해리스는 투표 개시 2일만에 대의원표의 과반 득표를 넘어섰다. 최초의 흑인 여성 미 대통령 후보가 된 해리스는 세번째 대선에 출마하는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겨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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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FP=연합뉴스

투표일(11월 5일)을 불과 3개월여 남기고 마침내 확정된 대진표에 따라 미국의 정치 전문가들과 함께 미 대선 판세와 민주·공화당의 향후 전략을 분석했다.

"226 대 251"…당선까지 '44명 대 19명'

미국 대통령은 전국 주(州)별 인구에 비례해 할당된 각 주별 선거인단 총 538명 중 270명 이상을 확보하면 당선되는 독특한 간접선거제로 선출된다. 메인·네브래스카주를 제외한 48개 주는 한 표라도 더 얻는 후보가 할당된 선거인단을 모두 차지하는 승자독식제를 채택하고 있다. 매번 승자가 달라지는 경합주(swing state)에 의해 당선이 좌우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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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미국의 선거 분석 사이트 '270투윈(270towin)'이 주별 여론조사 등을 종합해 분석한 결과 민주당과 공화당은 각각 226명과 251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당별로 승리가 확실한 곳을 비롯해 '우세' 주와 '박빙 우세'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을 모두 합친 숫자다.

이를 기준으로 해리스와 트럼프가 당선을 확정짓는 ‘매직넘버’(270명)까지 추가로 필요한 선거인단은 각각 44명과 19명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 이후 전국 기준으로는 해리스의 추격세가 뚜렷하지만, 주별로 확보한 선거인단 숫자에선 트럼프가 여전히 다소 유리하다는 의미다.

러스트 벨트 3곳 44명…펜실베이니아 19명 

승패를 예상하기 어려운 경합주는 5곳이다. 3곳은 과거 민주당의 강세 지역이었지만 제조업 쇠락과 함께 지금은 ‘러스트 벨트(rust belt)’로 불리는 북부 오대호 인근의 펜실베이니아(19명)·위스콘신(10명)·미시간(15명)이고, 다른 2곳은 ‘선벨트(sun belt)’로 불리는 멕시코 국경 인근의 애리조나(11명)·네바다(6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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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부통령이자 2024년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가 지난달 30일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로버트 슈멀 노터데임대 교수는 3일(현지시간) 중앙일보에 "이번 대선의 승패는 특히 러스트 벨트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며 “양당 모두 남은 선거 기간 이곳에 역량을 집중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유권자 성향과 인구 분포가 유사한 러스트벨트 3개 주엔 총 44명의 선거인단이 걸려 있다. 44명은 해리스의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 수와 일치한다. 또 러스트벨트의 핵심 펜실베이니아에 배정된 선거인단(19명)은 트럼프에게 필요한 선거인단 수와 같다. 펜실베이니아는 트럼프에게 ‘신의 선택’이란 프레임을 만든 암살 미수 사건이 발생했던 곳이기도 하다.

해리스 등장 후 ‘열세→백중세’ 

현재로선 해리스가 러스트 벨트 경합주 3곳을 석권하면 승률이 높아지고, 반대로 트럼프가 펜실베이니아 한 곳만 가져와도 승기는 트럼프에게 기울 수 있다. 펜실베이니아를 중심으로 한 러스트 벨트가 향후 선거전의 주무대가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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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바이든의 사퇴 이후 러스트 벨트의 판세는 백중세가 됐다. 선거분석 사이트 ‘리얼클리어폴링(RCP)’이 집계한 최근 여론조사 평균은 위스콘신에서 해리스와 트럼프가 48% 대 48.2%, 미시간은 48.3% 대 46.3%, 펜실베이니아는 45.5% 대 48.2%로 나타났다. 모두 오차범위 내의 접전 양상이다.

스테판 슈미트 아이오와주립대 교수는 “바이든 사퇴 이후 해리스와 민주당은 러스트 벨트에 집중하며 빠르게 지지율을 높이고 있고, 트럼프와 공화당은 상당한 압박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해리스, 펜실베이니아 지면 '끝'

가장 중요한 승부처로 부상하는 펜실베이니아에서 지지율은 해리스 46% 대 트럼프 50%로 해리스가 다소 밀리는 양상이 이어진다.(지난달 30일 발표 블룸버그 여론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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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여론조사 결과를 뜯어보면 이유가 확인된다. 펜실베이니아 유권자는 대통령 선택의 조건을 경제(36%), 국경문제(17%), 민주주의(12%), 낙태(11%) 순으로 꼽았다. 1·2순위인 경제, 국경 문제는 모두 트럼프가 주도해 온 이슈다. 반면 해리스의 강점인 민주주의, 낙태 이슈는 후순위다.

특히 향후 득표의 확장성을 의미하는 호감도도 트럼프(45%)가 해리스(44%)보다 근소한 차이로 높았다. 비호감도는 53%로 같다. 상대적으로 해리스가 지지율을 더 높이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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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막말’ 트럼프…의도된 ‘갈라치기’?

최근 재개된 트럼프의 막말 공세가 러스트 벨트를 염두에 둔 전략이란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는 해리스를 겨냥해 “인도계라더니, 갑자기 흑인으로 변신했다”며 인종 정체성을 문제삼았다. 러닝메이트 J.D. 밴스 상원의원의 여성 차별적 발언 논란에도 “잘 하고 있다”며 옹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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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대선 후보이자 전 미국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해리스버그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지지층 결집을 위한 '갈라치기' 가능성을 제기한다. 트럼프의 강성 지지층인 백인 남성 비율이 높은 이곳에서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한편, 해리스의 인종적 정체성을 애매하게 만들어 상대의 표 결집을 막는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트럼프는 2016년 대선에서 극단적 갈라치기 전략을 활용해 전국 득표 수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 지고도, 개별 주에선 선거인단을 더 많이 확보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슈멀 교수는 "편가르기는 전국적 지지율 확보에는 부정적일 수 있지만, 특정 지역에서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외의 ‘변수’ 가능성 있는 부통령

해리스는 5일 호명투표가 마무리 된 뒤 공식 후보 수락과 함께 부통령 후보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의 러닝메이트 인선은 선거판을 흔들 의외의 변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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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앰블러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 후보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의 캠페인 행사에서 참석자들과 만나고 있다. AP=연합뉴스

현재 펜실베이니아 유권자들이 트럼프의 러닝메이트 밴스에게 느끼는 호감도는 36%에 불과하다. 트럼프의 입장에선 자신의 호감도(45%)보다 낮은 밴스와 함께 유세를 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면 해리스의 러닝메이트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의 호감도는 52%로, 44%인 해리스보다 높다. 해리스는 6일부터 경합주 유세를 시작하면서 출발지를 펜실베이니아로 잡았는데, 샤피로가 함께 연단에 오를 경우 해리스의 득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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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슈미트 교수는 “러닝메이트는 팽팽한 여론 상황에서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며 “민주당엔 샤피로 주지사 외에도 핵심 전략에 맞춤형으로 대응할 수 있는 부통령 후보가 최소 3명 이상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우세한 선벨트…히스패닉 변수

백중세를 보이는 북부 러스트 벨트 경합주에 비해 남부 선 벨트의 판세는 현재까지 트럼프에게 유리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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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RCP에 따르면 애리조나와 네바다의 최근 여론조사 평균값은 각각 49% 대 44.8%, 47.5% 대 43.5%로 트럼프가 우세하다. 바이든 사퇴 전보다 격차를 줄였으나 바이든 정부에서 국경 문제를 주도한 해리스를 향한 트럼프의 비판이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뜻일 수 있다.

다만 향후 두 주에 급격히 늘어난 히스패닉 인구(전체의 약 30%), 그리고 유색인종 대선 후보(해리스)를 향한 이들의 태도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1일 발표된 유고브의 전국 기준 여론조사에서 해리스에게 투표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백인·흑인·히스패닉의 비율은 각각 44%, 82%, 59%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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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관측은 엇갈린다. 슈미트 교수는 “백인 남성(바이든)에서 아시아·흑인 후보(해리스)로의 교체는 히스패닉 유권자의 표심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트럼프의 인종주의적 발언 등이 민주당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반면 슈멀 교수는 “히스패닉 인구가 많아도 다수는 백인인 곳이고, 최대 이슈가 이민 문제라서 트럼프가 유리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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