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내년 한일 국교정상화 60년...양국 정상, 무연고 유골 참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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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관계가 정상화했지만, 이에 만족해선 안됩니다. 이제 한·일 관계를 업그레이드해야 할 때입니다.”

윤덕민(64) 주일 한국 대사는 지난달 19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는 내년에 과거 김대중-오부치 선언(1998년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처럼 조금 더 미래의 화해와 협력을 강화하는 선언을 도출하면 후퇴하지 않는 한·일 관계의 동력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처럼 말했다. 이달 이임을 앞두고 인터뷰에 응한 그는 “일본 내에 있는 한국인 징용자 등의 무연고 유골에 양국 정상이 함께 참배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도 말했다.

그는 양국 관계가 최저점으로 떨어진 것으로 평가받던 지난 2022년 7월 부임한 뒤 여러 갈등 현안을 직접 다루며 최일선에서 대일 외교를 이끌었다. 그 사이 양국 간 정상외교가 본궤도에 오르는 등 한·일 관계는 확연한 개선의 흐름을 타게 됐다. 그는 셔틀 외교 재개 등을 성과로 꼽으면서도 여전히 역사를 직시하지 못하는 일본 내 분위기에는 아쉬움을 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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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민 주일 한국대사가 지난달 19일 일본 도쿄 대사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오누키 도모코 특파원

이임 소감은.
처음 일본에 왔을 때는 이렇게까지 혐한 분위기일 수 있나 싶을 정도였다. 만나주지 않는 분도 있었고, TV를 켜면 혐한 방송들이 나왔다. 서점엔 제일 잘 보이는 곳에 혐한 서적이 있었다. 2년이란 세월이 빨리 지나갔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1회 만났다. 각료 회담도 부활했다. 부임하고 다섯 가지를 하고 싶었는데, 1년 만에 다 이뤄졌다. 운이 좋았다.
다섯 가지가 뭔가.
셔틀외교 재개, 민간 교류 회복을 통한 1000만 교류 시대 재개,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해제, 한·일 간 다양한 네트워크 재건, 한·일 통화 스와프 복원 등이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유산이라고 해야 할까. 과거사와 관련해 '일본의 미래 세대는 더는 사죄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레거시(legacy)가 일본 사회에 상당히 남아있다. 과거 일본 정부는 한·일 관계에 있어서 사죄와 반성이라는 역사 인식이 있었다. 기시다 정부도 역대 정부의 인식을 계승하겠다고 하면서도 그 부분을 인용하지 못 하는 상황이 아쉽다. 일본 사회의 역사 인식 개선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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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민 주일 한국대사가 지난달 25일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만나 이임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일본 내각홍보실

몇 달 간 라인야후 문제로 우려가 컸는데.
뼈아픈 지점이다. 라인 문제의 경우 기업 활동에 정부가 나서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기업의 생각이 우선돼야 했다. 총무성의 '자본 관계 재검토' 행정지도는 경영권 문제는 아니고, 안보 인프라를 강화하는 차원이라고 일본 정부로부터 설명을 들었다. 일본 정부가 (라인야후)자본 관계에 대해 더는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본도 해외 기업 투자를 많이 유치하고 있기 때문에 해외 기업의 자본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일본 정부도 피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사도광산에 조선인 노동 환경을 알리는 전시실을 마련했지만, 강제노동을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등재 결정 후 국제 사회 앞에서 일본 대표가 발언한 내용과 일본이 사도광산 현장에 한국인 노동자와 관련해 새로 전시한 내용을 보면 누구나 충분히 강제성을 인지할 수 있다고 본다. 

※일본은 사도광산 등재와 함께 과거의 ‘모든 결정과 약속을 명심(bearing in mind)하겠다’고 밝혔다. 주한 일본 대사관은 여기엔 2015년 군함도 세계유산 등재 당시 한국인들이 ‘강제로 노역’(forced to work)한 사실을 인정했던 것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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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와 인터뷰하는 윤덕민 주일대사. 오누키 도모코 특파원

내년은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이다.
한·일 관계는 완전히 정상화했다. 하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말고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60주년은 동력을 붙일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처럼 미래의 화해와 협력을 강화하는 선언을 만들면 후퇴하지 않는 한·일 관계의 동력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징용공 문제 관련해 일본 기업의 참여 문제는 달라진 게 없나.
이것은 법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일본 사회는 해당 문제가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됐다고 한다. 이 때문에 섣불리 기업들이 움직이려 하지 않다 보니 한국경제인협회와 게이단렌이 미래기금을 만들었다. 조금씩이지만 일본 기업 참여가 상당히 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3월 징용 문제 해결을 위해 ‘제3자 변제 해법’을 결단했다. 이에 따라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판결을 통해 확정된 배상금과 지연이자를 피해자에게 대신 지급하고 있는데, 3자 변제 해법을 수용한 피해자 모두가 지급을 받으려면 지난 5월 기준으로 약 120억원의 재원이 부족한 상황이다.(중앙일보 5월 27일자 3면 보도)

재단·기금에 (징용 판결 피고 기업인)일본제철 등의 참여는 어려울까.
시간이 좀 걸리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한·일 간에 화해할 수 있는 ‘인간으로서의 문제’가 사법부 판단이 나오면서 ‘법적 문제’가 돼 버린 것이 좀 아쉽다. 최근에도 간토 대지진과 관련된 여러 문제, 우키시마호 사건과 관련된 명부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하는데 법적 문제, 소송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일본과) 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올 가을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있는데 한·일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새 총재가 나온다 하더라도 한국에 대한 정책 자체엔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러시아와 북한이 과거 군사동맹을 되살리려 하고 있고, 북한의 핵무장이 거의 실현되고 있다. 대만해협에서 위기감도 높아지고 있다. 또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올 11월 미 대선에서 재선할 가능까지 있다. 한국과 일본이 또다시 대립하고 갈등하는 것은 양쪽 모두에 손실이다.
이임을 앞두고 바라는 게 있다면.
일본 내에 6000구 정도의 한국인 징용자 등 무연고 유골이 있는데,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 내년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양국 정상이 같이 참배하면서 무연고 유골 문제를 마무리 지으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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