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폭염 속 강행한 현장 입주 신청, 20대도 못버텼다… 찜통 속 쓰러진 시민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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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상 입추(立秋)를 이틀 앞둔 5일 경남 함양군 지곡면 마암마을 들판에서 농민이 폭염에도 잘 익어가는 벼를 돌보고 있다. 사진 뉴스1

5일 오전 11시2분쯤 부산시 부산진구 부산도시공사 앞. 폭염주의보 속 기온이 33도까지 치솟은 가운데 공사 앞 야외 공간에서 줄을 서 기다리던 20대 여성 A씨가 어지러움과 구토 증세를 보이며 몸을 가누지 못했다. A씨 체온이 38도까지 오른 것을 확인한 구조대원들은 응급처치 후 곧장 그를 인근 병원으로 옮겼다. 구조대는 A씨가 뙤약볕 아래 3시간가량 줄을 서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폭염 속 ‘행복주택’ 현장접수 고집, 20대 쓰러졌다

부산도시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이날 부산시청 앞 행복주택 추가 입주자 모집 절차를 진행했다. 오전 8시부터 공사에서 선착순으로 현장 신청을 받은 뒤 추첨을 통해 입주자를 선정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이날 폭염주의보와 함께 부산 낮 최고기온이 34도에 달할 것으로 예보됐다. 부산시도 오전 7시46분 폭염 경보와 함께 안전수칙을 지켜달라는 내용의 안전 안내 문자를 시민에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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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하지만 시 산하 공공기관인 부산도시공사가 ‘현장 접수’ 방침을 고수한 게 화를 불렀다. 오전 7시부터 신청 인파가 몰려 한때 공사에서 약 170m 떨어진 지하철 부암역까지 대기 행렬이 이어졌다. 당초 공사가 예상한 인원(500명)보다 2~3배에 달하는 인파가 몰리며 대기 시간이 늘어나고, 무더위에 격앙된 시민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경찰 수십명이 출동해 현장을 통제해야 할 정도였다. 대기했던 시민에 따르면 순서를 지키지 않고 새치기하는 신청자도 있었지만, 공사는 이를 걸러내지 못했다. 결국 부산도시공사는 대시민 사과와 함께 이날 이뤄진 신청의 전부 혹은 일부를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소방서ㆍ논밭ㆍ야구장 등 전국 온열 질환 1500명

찜통더위가 이어지며 비슷한 사고가 잇따랐다. 지난 2일에는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를 찾은 관중 가운데 4명이 온열 질환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튿날엔 잠실구장에서도 관중 4명이 이송됐고, 울산 문수구장에선 1명이 의무실 치료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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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KBO프로야구가 폭염으로 취소됐다. 사진 연합뉴스

논밭에선 고령자가 쓰러졌다. 지난 2일 경남 밀양시 상남면 밭에서 일하던 65세 남성 B씨가 쓰러진 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지난 4일 열사병에 의한 장기 손상으로 숨졌다. 병원으로 옮겨졌을 당시 B씨 체온은 39.8도까지 치솟았다고 한다. 경남에선 올해 들어 5명이 온열 질환으로 숨졌다.

전북 익산에서는 폭염속에 근무한 소방관이 쓰러져 숨을 거뒀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4일 오전 8시40분쯤 익산소방서 산하 여산지역대 소속 소방위 C씨(50대)가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C씨는 심폐소생술(CPR) 등 응급조치를 받으며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지난 2일 오전 9시부터 근무한 C씨는 하루 사이 화재 진압 등 6차례 현장 출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찜통 중순까지 간다… 현상상황관리관 첫 파견
입추인 7일에도 대부분 지역의 한낮 체감 온도가 35도 안팎에 달하는 등 찜통더위는 이달 중순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전국 17개 시도에 현장상황관리관을 파견하기로 했다. 2018년 폭염이 자연재난에 포함된 이후 관리관을 파견하는 건 처음이다. 연이은 폭염에 전국에서 온열 질환자 1546명이 발생하고, 이 가운데 11명이 사망(잠정)한 데 따른 조처다. 이들은 취약계층 보호 대책을 포함해 무더위 쉼터, 폭염저감시설 운영 실태 등을 점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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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예방가이드. 출처 고용노동부

이한경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점검에 따라 보완이 필요하면 즉시 개선하겠다”며 “무더위 시간대 외출을 가급적 자제하고, 야외 작업 때는 휴식을 충분히 취하는 등 국민행동요령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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