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그림자금융’ 문제 드러난 상품권…정부, 제도 개선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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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티몬·위메프 정산·환불 지연 사태로 사실상 사용이 정지된 해피머니 상품권 피해자들이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우산 시위를 하고 있다. 해피머니 상품권은 최근 티몬과 위메프 등에서 7% 이상의 높은 할인율로 판매돼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티메프’ 미정산 사태 발발 이후 해피머니 가맹점 대부분이 해피머니를 활용한 결제를 차단하고 나서면서 상품권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 뉴스1

정부가 상품권 관리 제도를 전반적으로 손질하기로 했다. 티몬ㆍ위메프(티메프) 사태를 계기로 상품권의 관리ㆍ감독 부실 문제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열린 티메프 판매대금 미정산 관련 TF회의에서 부처별로 동원할 수 있는 대책을 모색하기로 했다. 상품권은 현행법상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있다. 발행과 유통을 규정한 상품권법이 1999년 폐지된 이후 인지세만 납부하면 누구나 제한 없이 발행할 수 있다.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해피머니아이엔씨가 해피머니상품권을 계속 발행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상품권이 휴짓조각으로 변하면 이를 구매한 소비자만 피해를 보는 구조다.

이른바 ‘그림자 금융’ 문제도 불거졌다. 티메프는 비(非)금융회사지만 고객ㆍ납품사에게 줘야 할 돈을 상당기간 보유하면서 사실상 ‘이자 놀이’를 했다. 예컨대 티메프는 해피머니상품권 5만원권을 4만6250원에, 컬쳐랜드상품권 5만원권을 4만6400원에 각각 판매했다. 고객이 이 상품권을 실제 사용할 때까지는 시차가 있는데(선주문ㆍ후사용), 사실상 어음을 발행해 차입하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낸다.

또 자체 e-커머스 플랫폼에서 소비자 결제 금액을 최장 70일까지 자체 보유하면서 무이자 자금 차입 효과를 보기도 했다. 하지만 티메프 같은 e-커머스 기업은 금융과 유통의 회색지대에 있다 보니, 금융사보다 느슨한 규제를 받고 있다.

다음 달부터 상품권 발행 업체에 대해 선불충전금을 별도 관리하도록 규정한 개정 전자금융거래법이 시행되지만, 발행 잔액 30억원, 연간 총발행액 500억원이 넘는 기업만 규제 대상이다. 이에 앞서 21대 국회에서 상품권 발행업자는 금융위원회에 신고하고 연간 발행 한도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정부는 무분별한 상품권 발행을 제한하고, 방만한 판매대금 운용을 방지하기 위한 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관리 대상이 되는 업체의 발행액 기준을 낮추거나, 연간 발행 한도에 제한을 두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전자거래법의 적용 대상이 아닌 지류 상품권에 대한 관리ㆍ감독을 강화하는 규제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한 대안도 모색하고 있다. 신유형 상품권 표준약관 등 공정거래위원회가 마련한 약관 사용을 늘리고, 소비자에게 불리한 약관을 손보는 안 등이다.

한편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자지급결제대행(PG) 사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e-커머스와 분리하는 방안도 살펴볼 예정이다. PG사를 겸업하는 e-커머스 업체들이 유동성 위기 상황에서 PG사 자금에 손을 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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