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韓, 주 49시간 일하면 빈곤탈출…OECD 평균보다 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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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한국에서 두 자녀가 있는 최저임금 근로자가 빈곤에서 탈출하려면 주당 49시간을 일해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0년 전 주당 80시간보다 크게 줄어든 것으로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상승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빈곤탈출에 필요한 노동시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에서 자녀 2명을 두고 부부 중 1명만 최저임금을 받는 소득활동을 할 경우 ‘상대적 빈곤선’을 넘기 위해선 필요한 노동시간은 주당 49시간이었다. 상대적 빈곤선은 중위소득(모든 가구를 소득순으로 줄 세웠을 때 중간에 있는 가구 소득)의 50%에 해당한다.

韓, 10년 전엔 주당 80시간 일해야 빈곤 탈출

‘주당 49시간’은 OECD 평균인 54시간보다 5시간 적다. 즉 OECD 평균보다 적게 일해도 빈곤선을 탈출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처럼 중앙정부가 정한 최저임금이 단일 적용되는 국가들과 단순 비교하면 헝가리(57시간)·스페인(55시간)·폴란드(51시간)보다 적고 프랑스(41시간)·뉴질랜드(47시간)보다 많았다. 헝가리는 2019년에, 폴란드는 2022년에 한국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해야 하는 나라가 됐다.

집계가 처음 시작된 2013년만 해도 한국은 주당 80시간의 노동이 필요해 OECD 평균(51시간)에 한참 못 미쳤다. 하지만 2014년 68시간을 시작으로 서서히 줄기 시작해 2018년 처음으로 50시간대를 기록했다. 이후 2020년 주당 45시간으로 최저를 기록한 뒤 현재 소폭 상승한 상황이다.

노동시간이 줄어든 건 그만큼 최저임금이 상승했다는 방증이다. 실제 한국의 최저임금은 2014년 처음으로 5000원대를 넘어선 뒤 2017년까지 매년 7~8%대 인상률을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선 2018년 16.4%, 2019년 10.9%로 연속 두 자릿수 인상률로 확대됐다. 빈곤탈출에 필요한 노동시간이 2020년 최저로 떨어진 것도 이런 영향으로 분석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더는 한국의 최저임금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적정선 두고 노사 입장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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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당 최저임금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최저임금위원회]

다만 최저임금 적정선을 두고선 노사의 해석은 분분하다. 사용자 단체인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작년 주요 업종별 시간당 임금 총액 대비 최저임금 수준은 중위소득 대비 65.8%”라며 향후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반적으로 최저임금이 부작용 없이 운영되기 위한 적정 수준의 상한은 중위소득의 60%다.

반면 노동계는 체감물가보다 최저임금 상승률이 현저히 낮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측은 “2022년 생활물가 상승률이 6%에 달했지만, 최저임금은 5% 인상에 그쳤고, 2023년에도 생활물가가 3.9% 올랐지만, 최저임금은 2.5% 인상됐다”고 주장했다.

내년 최저임금 1만원 시대…자동화 기계 도입↑

문제는 내년이다.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앞두고 소상공인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어서다. 이날 고용노동부는 내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30원으로 확정해 고시했다. 올해(9860원)보다 170원(1.7%) 올라 제도 시행 37년 만에 처음으로 1만원을 넘어서게 된다. 경총에 따르면 지난해 숙박·음식점업의 최저임금 미만율은 지난해 37.3%, 주휴수당을 고려한 5인 미만 사업장의 최저임금 미만율은 49.4%로 추산됐다. 두 곳 중 절반은 최저임금을 주기 어려운 한계 상태라는 의미다.

자영업자 사이에선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주휴수당(주 15시간 일하면 하루 유급휴가) 지급을 안해도 되는 이른바 쪼개기 아르바이트생을 늘리거나 자동화 기계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고장수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이사장은 “커피 제조 로봇에 관련된 문의가 많다. 기계 한 대에 2000만원 정도긴 하지만 1.5인분 역할을 한다”라며 “1년 치 인건비만 투자하면 7~8년은 사용할 수 있어 알바생을 구하는 것보다 이득이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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