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하루만에 월급 날아가” 곡소리…전문가들 “반전 호재 당장 안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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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반도체 산업이 살아난다고 해서 지난주에 반도체 관련주에 투자했는데…”
개미 투자자들에겐 ‘악몽의 월요일’이었다. 코스피가 하루 동안 200포인트 넘게 빠진 5일, 4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오늘 하루에만 16% 마이너스(-)가 났다”며 “하루도 안 돼 한 달 치 월급이 날아가니 종일 일이 손에 안 잡힌다”고 허탈해했다. 가상화폐에 주로 투자해 온 30대 직장인 이모(30)씨도 “다 작살났다. 지금까지 투자한 금액의 35%를 날렸다”며 “최고점 대비 수입 외제차 가격 한 대가 날라갔다”고 한탄했다.
상장지수펀드(ETF)에 중점적으로 목돈을 넣어 온 A씨(31) 역시 “며칠 전부터 하루 종일 증권사 앱(애플리케이션)에서 5% 이상 떨어졌다는 알림과 하한가 알림이 쉴 새 없이 오고 있다. 심란해서 일이 안 되는 수준”이라며 “앱을 안 보려고 하는데도 계속 화면을 보게 돼, 증권사 앱을 지울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각종 주식 커뮤니티에선 “전쟁이라도 났냐” “IMF(외환위기)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며 한바탕 소동이 이어졌다.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선 글로벌 증시 하락세가 본격화한 지난 2일부턴 “오늘부터 주식 투자자들은 (절약하기 위해) 배달 앱을 삭제하고, 에어컨을 꺼야 한다”는 등 자조섞인 농담이 나오기도 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 대비 8.77% 내린 2441.55에 마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온 2008년 10월 이후 최대의 낙폭이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코스피 시가총액은 1997조원으로, 하루 동안 시가총액 약 192조원 어치가 증발하면서 2000조원 선 역시 깨졌다. 코스닥 역시 691.28로 2020년 3월 코로나19 유행 시기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장중 하락세가 계속되면서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서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기도 했다. 사이드카는 각각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선물이 5% 이상 오르거나 떨어지면, 서킷브레이커는 코스피·코스닥이 전장보다 8% 이상 떨어지면 발동한다.
증시가 폭락한 건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그간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쏟아진 투심이 식은 탓이었다. 지난 2일(현지시간) 발표된 7월 미국 비농업 고용 건수가 11만4000건으로 시장 예상치를 한참 하회한 데다가, 미국 실업률이 약 3년 만에 가장 높은 4.3%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다만 증권가에선 낙폭이 과다하다는 경계가 나온다. 심효섭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실제로 미국 경기가 침체로 갈 조짐은 없다고 본다. (지금 상황은) 그동안 주가가 많이 올라서 빠진 것”이라면서도 “코스피는 연말까지 전고점을 뚫는 건 만만치 않고, (당분간) 박스권에서 왔다 갔다 할 것 같다”고 했다.
심 본부장은 “과거에도 미국 대선 3개월 전부터 주가 변동성이 컸다. 한국도 대미 흑자가 많은데, 미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영향이 있을 수 있다. 주식시장은 불확실성을 싫어하니 11월 중순까진 주가가 크게 올라가긴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이어 “증시에서 AI 테마는 지속되겠지만 강도는 약해질 것”이라며 “빅테크를 대신할 차기 주도주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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