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보 유출'에 하극상 수사·직권남용 고소까지…망가진 軍정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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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정보사령부 로고. 1990년에 창설돼 1999년 국방정보본부에 편입됐다.

국군 첩보전의 최전선에 있는 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가 전례 없는 내홍에 빠졌다. 지난달 초 정보사 소속 군무원 A씨가 해외 '블랙 요원(신분 위장 요원)'의 명단을 유출한 데 이어 같은 달 정보사령관 B씨(육군 소장)와 ‘인간 정보(HUMINT·휴민트)’ 담당 부대 지휘관인 여단장 C씨(준장)가 정면 충돌하며 하극상 조사와 고소가 이어지는 볼썽 사나운 사건까지 벌어졌다.

5일 복수의 군 소식통에 따르면 휴민트 공작 담당인 C 정보여단장은 올해 1~2월부터 상관인 B 사령관과 대북 공작 기획 임무를 놓고 갈등을 겪었다.

C 여단장이 관리하는 서울 충정로의 정보사 비밀 사무실(안가)을 정보사 출신으로 구성된 예비역 민간 단체인 군사정보발전연구소가 최소 월 1회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B 사령관이 뒤늦게 알게 된 게 발단이었다. B 사령관은 “무단 사용이라는 법무실 검토가 있었으니 해당 단체를 내보내라”고 지시했다.

지난 6월 7일 C 여단장은 B 사령관에게 대면 보고를 하면서 "해당 단체는 기획 공작 업무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고, 공작 업무를 위해 영외 사무실에 여단 공작팀도 상주시켜야 한다. (사무실에서)못 뺀다"고 맞섰다. "이런 식으로 비전문가인 사령관이 개입을 하니까 공작이 안 된다"며 "(사령관보다 상급자에게)다른 방법으로 승인을 받겠다"고도 했다. 이 과정에서 욕설도 오갔다고 국방부 조사본부는 파악하고 있다.

이에 화가 난 B 사령관이 2m 거리에 서 있던 C 여단장에게 결재판을 던지면서 "보고를 안 받겠다" "나가라"고 했다는 게 C 여단장 측 주장이다.

이후 국방부 조사본부는 해당 사건에 대한 수사 의뢰를 통해 C 여단장의 언행이 군 형법상 상관 모욕에 해당하는지 조사하고 있다. B 사령관은 소장(2성 장군)으로 C 여단장(준장, 1성 장군)보다 계급이 높지만, 육군사관학교 기수로는 C 여단장이 3년 선배라고 한다.

이에 대해 C 여단장은 고소로 맞섰다. “B 사령관이 보좌관 등을 통해 출퇴근 시간을 감시하고, 결재판을 던진 건 폭행에 해당한다”며 사령관을 직권 남용·폭행 등으로 국방부 조사본부에 고소했다.

다만 현재 C 여단장만 직무 배제 상태로 조사를 받고 있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조사본부의 판단은 C 여단장의 언행에 문제가 있다는 쪽으로 기울어 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 자체가 정보사의 기강 해이가 얼마나 심각한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해외 첩보전을 주된 임무로 하는 정보사는 “존재 자체가 알려져선 안 되는 부대”란 말이 나오는 조직이다. 소수의 최정예가 은밀하게 활동하는 게 핵심인데, 불미스럽게 세간의 주목을 받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이면에 정보사 출신 예비역 자원을 활용하는 그간의 관행이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있다. 이를 두고 B 사령관과 C 여단장의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블랙 요원들의 신상 정보 유출 사태에 연루된 군무원 A씨도 정보사 출신 예비역이다. A씨는 휴민트 자료를 축적하고 있다가 중국 등에 유출한 혐의(군사기밀보호법)로 국군방첩사령부에서 구속 상태로 조사를 받고 있다.

방첩사는 그가 현역 시절 접근이 가능했던 정보들을 수집해 외부로 유출한 것인지 들여다 보고 있다. 정보사는 지난달 30일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해킹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는데, 프린트물 형태의 명단이 유출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방첩사는 명단을 A씨가 직접 편집했을 가능성을 따져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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