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시위로 하루새 100명 사망…방글라 대학생 분노에 총리 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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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재개되는 등 혼란 상황이 가중되고 있다. 5일(현지시간) 하루 만에 100여 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이 다치는 등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는 사임하고 인도로 떠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16일부터 3주째 이어지고 있는 이번 시위 기간 중 일일 기준 최다 사망자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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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다카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날 로이터통신과 CNN 등은 전날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를 포함한 전역에서 수십만 명이 셰이크 하시나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고 전했다.

정부의 공식 집계가 발표되지 않았지만, 이미 지난달 시위의 하루 최대 사망자 규모(7월19일 약 67명)를 넘어섰다. 방글라데시 매체 프로톰알로에 따르면 경찰 14명을 포함해 최소 95명이 숨졌다고 전했고, 힌두스탄타임스는 최소 98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시위대는 대학생이 주축을 이뤘다. 이들은 4일 주요 고속도로를 봉쇄하고 하시나 총리와 내각의 사퇴를 요구했다. 또 전면적인 대정부 투쟁 돌입을 선언하면서 세금·공과금 납부 중단, 노동자 동맹 파업 등을 촉구했다. 시위대는 정부 청사와 집권당 사무실, 경찰서, 공무원 주택을 파괴하고 불을 질렀다.

경찰은 최루탄과 고무탄을 동원해 강경 진압에 나서 곳곳에서 충돌이 발생했다. 정부는 4일 오후 6시를 기점으로 전국에 무기한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5일부터 사흘간 긴급 공휴일도 선포했다. 인터넷 서비스도 차단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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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경찰이 시위대 해산을 위해 최루탄을 사용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시위대는 통행금지령에 저항해 5일 전국에서 수도 다카로 행진한다는 계획이다. 시위를 주도하는 아시프 마흐무드는 페이스북에 올린 성명을 통해 "정부는 많은 학생을 죽였고, 이제 마지막 답변을 해야 한다"면서 "모두가 다카로 올 것"이라고 밝혔다. 당국은 "통금 규칙 준수"를 내세우며 "(통금 규칙 위반자는) 법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밝혀 사상자가 더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시위가 가열되는 상황에서 하시나 총리는 결국 사임했다. 영국 스카이뉴스 등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군 당국은 "이날 하시나 총리가 사임 후 군용 헬기를 타고 인도로 떠났다"고 밝혔다. 2009년부터 15년간 장기 집권해온 하시나 총리가 대규모 유혈 사태까지 빚은 시위대 물결에 결국 권좌에서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위는 지난달 정부가 추진한 '독립유공자 후손 공직 할당제'에 반발해 일어났다. 해당 정책은 공무원 채용의 30%를 과거 파키스탄과의 독립전쟁에 참전한 유공자의 후손들에게 할당한다는 내용으로, 시위대의 주축인 대학생들은 "매우 차별적인 정책"이라며 극렬하게 반대했다. 폭력 시위와 정부의 강경 진압이 반복되면서 지난달에만 최소 150명이 사망하고 수천명이 다쳤다.

시위는 정부가 공무원 채용 할당 비율을 5%로 줄이겠다는 절충안을 내놓으면서 한때 소강 상태에 들어섰다. 하지만 정부가 시위대가 요구한 구속자 석방, 사망자 유가족에 대한 사과, 책임 규명 등을 수용하자 이달 들어 시위가 재개됐다. 하시나 총리는 "폭력 시위를 주도하는 자들은 대학생이 아니라 국가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테러리스트"라고 비판하면서 현장에 장갑차까지 동원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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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정부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방글라데시의 한 의류공장에 화재가 발생했다. AFP=연합뉴스

시위가 격화됨에 따라 인도 정부는 별도의 통지가 있을 때까지 자국민들에게 방글라데시로 여행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하시나 총리가 물러나면서 방글라데시가 어떤 정국을 맞을진 아직 안갯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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