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한국시간) 대만과 중국의 대회 배드민턴 남자복식 결승전이 열린 프랑스 파리의 포르트 드 라샤펠 아레나에서 한 대만 지지자가 '타이완'(Taiwan)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2024 파리올림픽에서 '대만'(Taiwan)이라고 적힌 응원 도구를 이용하다 보안 요원으로부터 제지당하는 등 일이 발생하자 대만 정부가 반발에 나섰다. 중국의 '하나의 중국' 주장과 대만 자치권 주장이 충돌하면서 빚어진 '양안 갈등'(중국과 대만의 갈등)이 올림픽에서도 비친 모습이다.

5일(한국시간) AP통신,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프랑스 파리의 포르트 드 라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대만과 중국의 대회 배드민턴 남자복식 결승전을 보던 일부 지지자들이 '대만'(Taiwan)이라고 적힌 응원기를 흔들다 보안 요원의 제지를 받았다. '대만 가자'(Let's go Taiwan)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도 훼손되거나 '타이완'이라고 적힌 손수건도 도난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2일 대만과 덴마크의 배드민턴 남자 복식 준결승전에선 프랑스 유학생인 대만 여성이 '대만 파이팅'(台灣加油)이라고 적힌 녹색 현수막을 꺼내 흔들다 요원으로부터 퇴장 요청을 받았다. 같은 날 다른 배드민턴 단식 경기에서도 한 대만 남성이 '가자 대만'(Go Taiwan)이라고 적힌 녹색 현수막을 흔들다 계단 위로 끌려나가는 일이 발생했다. 녹색은 대만 집권 여당인 민주진보당을 상징하고, 대만 독립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색깔이라고 로이터가 전했다.

지난 2일(현지시간) 배드민턴 종목 올림픽 경기가 열린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한 보안 요원이 '대만'이라는 단어가 적힌 녹색 현수막을 관중으로부터 압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번 사건을 두고 대만 정부는 반발에 나섰다. 대만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우정과 존중이라는 올림픽 가치에 어긋나는 폭력적 사건"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프랑스 당국에 공식 조사를 요청했다. 국기는 올림픽에서 쓸 수 없어도 대만이 적힌 물품을 금지한다는 규정은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대만이 '차이니즈 타이베이'(Chinese Taipei)라는 이름으로 참가하기로 한 '1981년 협정'을 인용해 "규칙은 매우 엄격하다"며 "배너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198년 협정'은 대만 국명을 중화민국(ROC)이라는 공식 국호 대신 '차이니즈 타이베이'라는 이름으로 출전하도록 하고 있다. 국기 또한 대만기가 아닌 '대만올림픽위원회'(매화기)만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하나의 중국' 주장에 따른 것이다. 중국은 지난 1971년 유엔에 가입하면서 "대만은 중국의 영토이기에 국가 자격이 없다"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주장했다. 이후 대만은 자국 국명이나 국기(청천백일기), 국가를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 쓰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