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베테랑 주부 황정민, 명사수 형사 염정아의 반전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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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크로스’는 권태기 중년 부부의 로맨틱 코미디에 첩보 액션을 버무린 오락영화다. 주연 배우 황정민(왼쪽)·염정아가 장르적 재미를 살린 생활 연기를 펼쳤다. [사진 넷플릭스]

전 사격 국가대표 미선(염정아)은 강력범죄수사대에서 최다 검거 실적을 자랑하는 에이스다. 그의 남편 강무(황정민)는 바쁜 아내 대신 집안 살림은 물론 미선의 동료 형사들 입맛까지 살뜰히 챙기는 베테랑 주부다. 9일 넷플릭스를 통해 190여개국에서 공개되는 영화 ‘크로스’(감독 이명훈)는 배우 황정민·염정아의 반전 성 역할이 눈에 띄는 첩보 액션 영화다. 영화에선 황정민의 일상 외조 연기가 맛깔나게 그려진다. 사격은 물론, 전기충격기·맨주먹을 무기 삼아 거구의 조폭들을 처리하는 염정아의 악바리 ‘악어 형사’ 캐릭터도 실감 난다.

5일 서울 장충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크로스’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배우 황정민은 “염정아의 선함, 동료를 챙기는 따뜻한 에너지가 있어 행복하게 찍었다”고 말했다. 염정아는 “미선은 아시안게임 사격 은메달리스트 출신”이라면서 “2000년대 초반 형사 역할로 사격 연습을 엄청 한 게 도움이 됐다”고 했다.

중년의 권태기를 맞은 미선과 달리 강무는 아내밖에 모르는 팔불출이다. 평화롭던 일상은 강무가 요원 시절 후배 희주(전혜진)와 만나는 걸 우연히 본 강력반 형사들이 외도라고 오해하며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미선이 맡은 의문의 연쇄 사망·실종 사건과 가족에게도 과거를 숨겨온 강무와 희주의 비밀 작전, 두 사람에 대한 강력반 형사들의 뒷조사까지 세 가지 상황이 톱니바퀴처럼 삐걱대며 맞물린다.

후반부 진상이 밝혀지는 방식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코미디와 액션의 타율은 높은 편이다. 뒤늦게 서로의 진면목을 알게 된 부부가 서로를 엄호하며 2인무처럼 펼치는 총격전은 브래드 피트, 안젤리나 졸리가 킬러 부부로 분한 할리우드 액션 영화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2005)를 연상시킨다. 분뇨 수거차를 동원한 색다른 차량 추격전 등 액션 스케일 못지않게, 중년 부부 로맨틱 코미디의 재미도 손색없다. 전혜진, 정만식 등 조연 배우들의 연기도 탄탄하다.

‘크로스’로 상업영화에 데뷔한 이명훈 감독은 이날 제작보고회에서 “하나도 안 맞던 부부가 하나가 되는 영화다. 둘이 어긋나는 지점에서 코미디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결혼할 때 주례 선생님이 ‘연애는 서로 마주 보는 것이고, 결혼은 같은 곳을 보며 걸어가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같은 곳을 보며 걸어가면 언제 마주 보나’ 란 의문이 들었다”면서 “의문에서 시작한 호기심을 시나리오로 해소해보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실제 결혼 20년 차, 18년 차인 황정민·염정아의 생활형 부부 연기도 백미다. 최근 황정민은 염정아와 출연한 tvN 예능 ‘언니네 산지직송’에서 로맨티스트적인 면모를 보여준 바 있다. 염정아는 “완전히 성격이 다른 부부가 어떤 지점에서 ‘크로스’ 되는지 찾으면서 따라가 보면 재밌을 것”이라 말했다. 이 감독은 “염정아는 사격선수 설정답게 집중력이 좋아 촬영 테이크를 두 번 간 적이 없다. ‘원테이크의 여신’이라 불렸다”고 했고, 황정민에 대해선 “늘 솔선수범하고 색다른 아이디어를 주는 ‘황반장’이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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