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이번 여름 쏘임사고 2900건...해파리에 둘러싸인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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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라입깃해파리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20일 오후 3시 48분쯤 강원도 양양군 바닷가에서 서핑하던 관광객들이 단체로 해파리에 피해를 봤다. 당시 20대 2명과 10대 1명 등 여성 3명이 해파리에 손등과 발등을 쏘였다. 이들은 현장에서 119구급대의 응급조치를 받고 귀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서 절정기를 맞은 가운데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등 전국 유명 해수욕장에서 해파리 쏘임 사고가 이번 여름에만 2900여건(지난 4일 기준) 발생하면서 안전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대표적인 곳이 부산 해수욕장이다. 부산시는 6일 "지난 5일까지 부산 해운대·송정·광안리·송도·다대포·임랑·일광 등 7개 해수욕장 중 다대포를 제외한 6개 해수욕장에서 해파리 쏘임 사고가 947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가장 잦았던 곳은 해운대로 328건에 달했다. 그다음으로 송정(217건), 송도(144건), 광안리(120건), 일광(98건), 임랑(40) 등이다.

지난 7월 말 부산의 한 해수욕장에 갔다 해파리 쏘임 사고를 당한 이모(38)씨는 “수영을 하다 해파리에 쏘였는데 통증이 한동안 지속하고 다리도 빨갛게 부어올라 고생했다”며 “여름이면 수백만 명이 찾는 유명 해수욕장인 만큼 해파리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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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1일 오후 부산 송정해수욕장 인근에 해파리가 떠 있다. 최근 동해안과 남해안 해수욕장을 중심으로 해파리 쏘임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 피서철 해수욕장 안전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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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라입깃해파리 이동경로. 중앙DB

한국 바닷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해파리는 크게 2가지다. 한국에서 태어난 보름달물해파리와 중국 등에서 유입되는 노무라입깃해파리 등이다. 새만금 등에서 발생한 보름달물해파리는 크기가 20~30cm로 비교적 작고 독성도 약하다. 반면 노무라입깃해파리는 크기로 2m 정도로 크고 독성도 강하다. 노무라입깃해파리는 중국 양자강 하구역에서 발생해 해류를 타고 제주를 거쳐 남해와 서해·동해로 움직인다. 이 해파리에 쏘이면 붓고 발열·근육마비·호흡곤란·쇼크 증상이 나타난다.

국립수산과학원(과학원)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제주와 남해 연안에서 출현한 노무라입깃해파리는 지난해 1㏊(1만㎡)당 0.3개체에서 올해 108개체로 급증했다. 가로·세로 10m당 1마리가 있다는 의미다. 이는 측정을 시작한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라는 게 과학원측 설명이다.

과학원은 현재 충남·전북·전남·경남지역에 보름달물해파리주의보, 제주·전남·경남·부산·울산·경북 ·강원지역에는 노무라입깃해파리 주의보를 확대 발령한 상태다. 실제로 부산 외에도 제주와 강원 등 전국적으로 해파리 쏘임 사고가 접수되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 4일 기준 12개 해수욕장에서 346건의 해파리 쏘임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시 8개 해수욕장에서 269건, 서귀포시 4개 해수욕장에서 77건 등이다. 지난해 92건과 비교하면 4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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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해파리 특보 발령 해역. 국립수산과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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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후 부산 송정해수욕장 인근에서 송정어촌계 선박으로 해파리를 포획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원도는 지난 4일까지 해파리 쏘임 사고가 554건 발생했다. 240건이 발생한 강릉시는 경포대 해변이 114건으로 가장 많았다. 고성군은 69건 가운데 거진1리에서 20건 발생했다. 49건이 발생한 동해시는 망상(47건) 등에서 해파리 쏘임 사고가 가장 잦았다. 이 외에도 양양군(174건)과 속초시(2건) 등 다양한 곳에서 해파리 쏘임 사고가 이어졌다. 강원도는 지난해 45건이 발생한 것과 비교하면 12배 이상 늘었다.

해양수산부 등은 전국 해수욕장에서 지난 4일까지 약 2900건의 해파리 쏘임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하지만 사고를 당한 뒤 신고를 하지 않은 것까지 고려하면 피해 건수는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해파리 급증 원인을 놓고 다양하게 해석한다. 지구온난화 등이 간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지만 이보다는 바닷속에 해파리 부착 유생(폴립)이 붙어 태어날 수 있는 인공구조물이 는 것과 부영양화 등 해파리가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한다.

김경연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수산연구사는 “좀 더 정확한 원인은 파악해 봐야겠지만 해파리는 2~4월에 태어나기 때문에 지구온난화보다는 인공구조물 증가 등을 원인으로 보는 것이 맞다”라며 “올해는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9월을 기점으로 줄어들기 시작해 11월쯤에 소멸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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