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폭락 뒤 3.3% 상승…증시 ‘널뛰기 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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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가 ‘냉탕’과 ‘온탕’을 오가고 있다. 6일 국내 증시는 전날 ‘검은 월요일’ 대폭락에 맞선 반발 매수세가 거셌다. 코스피·코스닥시장에서는 장 초반부터 주식을 싸게 사들이려는 투자자의 매수 주문이 과열 양상을 보면서 양쪽 시장에서 매수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매 호가 효력 정지)가 발동됐다. 최근 증시 폭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미국발 경기침체 가능성과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저렴한 엔화로 사들인 미국 성장주 등을 되파는 현상)으로 인한 자금이탈 우려가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

6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80.60포인트(3.3%) 오른 2522.15에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 역시 41.59포인트(6.02%) 뛴 732.87에 장을 마쳤다. 전날 8.7% 떨어진 코스피 시장과 11.3% 폭락한 코스닥 시장엔 장 초반부터 저가 매수세가 대거 유입됐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이날 오전 9시11분까지 5분간 두 시장 현물 전 종목에 대한 프로그램 매매 매수호가를 5분간 정지시키는 매수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코스피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은 2020년 6월 16일 이후 처음이다.

양해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고용지표 하나로 번진 침체 공포로 증시가 폭락한 건 굉장히 이례적 사례라 반등할 수밖에 없었다”며 “게다가 간밤에 발표된 미국의 7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시장 예상을 웃돌면서 반등세가 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저가 매수를 노리는 투자금이 증시에 몰리고 있다. 전날 코스피가 8% 넘게 폭락하자 증시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은 하루 만에 6조원 가까이 불어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5일 59조4876억원을 기록해 전 거래일인 2일 대비 5조6197억원 증가했다. 투자자 예탁금이 59조원대를 기록한 건 올해 초(1월 2일)와 4월 1일 이후 처음이다. 투자자 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 계좌에 맡겨두거나 주식을 팔고서 찾지 않은 돈이다.

최근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는 미국 고용지표 부진 등으로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부각하면서 폭락했다. 인공지능(AI) 거품론과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물량이 늘어날 것이란 관측도 주가 급락을 부채질했다.

Fed “미국 경기침체 단정 일러”…시장 “9월 금리 빅컷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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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경기 침체 공포에 역대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던 코스피가 6일 80.60포인트(3.3%) 오른 2522.15에 거래를 마쳤다. 사진은 이날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뉴시스]

일본이 지난달 31일 금리를 인상하면서 엔화 가치가 높아지자 투자자들이 그동안 저렴한 엔화로 산 해외자산을 대거 되팔 거란 우려가 제기됐다. 투자은행 도이체방크는 미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및 국제통화기금(IMF) 데이터 등을 토대로 1990년대 이후 누적된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 규모가 20조 달러(약 2경75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이번 급락은 경기침체 우려보다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의 영향이 더욱 컸다”며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BOJ) 입장에서 주가 급락이 일본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방관하기 어려워 엔화 추가 강세는 일단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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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디자이너

미국발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 우려에 국내 증시가 출렁이자 정부가 진화에 나섰다. 6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증시 폭락에 대해 “아시아 증시가 과도하게 반응한 측면에 있다”며 “대외 충격에 따른 시장 변동성에 대해 충분한 정책 대응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참석한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 회의)에서다.

미국에선 경기 침체 우려에 대해 연방준비제도(Fed) 인사가 “침체를 단정짓기엔 시기상조”라며 한목소리를 냈다. 미국 산업구조에서 비중이 큰 서비스업 경기가 확장 국면으로 전환했다는 지표가 나오면서 침체 우려가 조금 누그러지긴 했지만, 9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적정 인하 폭에 대한 논쟁은 심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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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디자이너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고용지표가 기대보다 약하게 나왔지만 아직 경기 침체 상황으로는 보지는 않는다”며 “만일 고용이나 물가 등 경제 여건이 악화한다면 Fed가 해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2분기 경제성장률이 연율 기준 2.8%를 나타내는 등 견조한 상황에서 고용 지표 하나만으로 경기 침체를 우려하기는 섣부르다는 의미다.

하지만 시장에선 여전히 Fed가 한 박자 빠른 인하에 나섰어야 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경제가 확실히 침체 직전으로 보인다”며 실업률이 지속해서 오른 점 등을 들었다. 그는 “Fed가 7월에 금리를 내리지 않은 것이 실수였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9월에는 0.5%포인트를 내려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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