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공식 종료됐는데도 극한 호우와 낙뢰 피해가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극심한 폭염 속에 소나기 구름대가 강하게 발달하면서 순식간에 비를 쏟는 탓이다.

기상청은 6일 돌풍과 함께 천둥·번개를 동반한 강한 소나기가 내리자 내륙 지역을 중심으로 호우주의보를 발표했다. 이날 강원 춘천에는 시간당 54.5㎜, 경기 성남은 시간당 47.5㎜의 매우 강한 소나기가 쏟아졌다. 앞서 5일 저녁에는 전남 무안에 시간당 102㎜, 칠곡에 98㎜의 극한 호우가 쏟아지면서 호우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되기도 했다.

최근 기상청은 매일 소나기가 내리는 곳에 호우특보를 발령하고 있다. 장마 종료 후 고온다습한 남서풍과 동풍 계열의 바람이 한반도 내륙에서 만나며 대기가 불안정해져, 전국 어디서든 강한 소나기가 쏟아질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8일까지 전국 곳곳에는 5~60㎜, 경기 동부와 강원 내륙에는 80㎜ 이상의 소나기가 예보됐는데, 기상청은 “시간당 30~50㎜, 많게는 80㎜ 수준으로 매우 강하게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렇게 강한 소나기가 내릴 때는 낙뢰가 떨어질 위험도 커진다. 낙뢰는 시간당 많은 비를 뿌리는 구름(적운)과 함께 오기 때문이다. 5일 정오 광주광역시에선 낙뢰 사고가 발생해 30대 1명이 현재 의식 불명 상태다. 당시 이 지역에는 시간당 60㎜의 호우와 함께, 오후 4시45분까지 낙뢰가 40회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장은철 공주대학교 교수는 “적(란)운은 구름이 상하로 15㎞에 달할 정도로 강하게 발달하기 때문에 좁은 지역에 순식간에 비를 쏟고 지나가지만, 강도는 매우 강할 수 있다”며 “강한 소나기 10번 중 1번은 천둥·번개·낙뢰 등을 동반한다”고 설명했다.

수직으로 발달하는 적운은 공기의 상승과 하강 이동이 활발할 때 형성된다. 이에 따라 구름 안에서 얼음 알갱이가 오르내리게 되는데, 이때 무거운 얼음 알갱이는 음전하를, 가벼운 얼음 알갱이는 양전하를 띠게 된다. 그러면 두 전하 사이에 전류가 흐르는 번개가 치거나, 구름과 지표면 사이에 전기가 흐르는 낙뢰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낙뢰 사고는 최근 들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2017년에는 3명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매해 1명씩 낙뢰 사고로 사망했다.

기후변화가 진행될수록 낙뢰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성묵 기상청 예보정책과장은 “기후변화로 여름철 대기 하층 온도가 높은 상태에서 대기 상층으로 찬 공기가 유입되는 조건이 맞아 떨어지면서, 해를 거듭할수록 대류 현상이 활발해지고 있다”며 “대류 현상이 강할수록 낙뢰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극한 호우가 산지에 집중돼 낙뢰 현상도 인적이 없는 산지에 많이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에는 도시에서도 극한 호우가 빈번하게 나타나면서 낙뢰 위험도 커졌다. 번개를 목격한 뒤 30초 안에 천둥소리가 들리면 낙뢰 발생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야외에 있는 사람은 건물이나 자동차 안으로 피신해야 한다. 큰 나무 밑과 물기 있는 곳은 위험하다. 등산용 스틱이나 낚싯대 등 긴 물건을 버리고 가능한 몸을 낮추는 게 좋고, 마지막 천둥소리를 들은 후 30분 정도 기다린 뒤 이동하는 것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