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AI 캐즘 위기'에 휘청한 한·일 반도체 회복세…중국만 마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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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폭락한 ‘블랙 먼데이’ 이튿날인 6일, 한국과 일본 반도체 기업 주가는 바로 회복세를 보였다. 미국발(發) 경기침체 및 인공지능(AI)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우려로 미국 증시에서 엔비디아·알파벳(구글)·애플 등 빅테크 주가가 4~6%씩 떨어졌지만, 아시아 반도체 기업 주가는 하루만에 회복세에 오른 것이다 .

반도체는 ‘AI 수혜 산업’으로 분류되지만 엔비디아 같은 팹리스(설계)와 TSMC 같은 제조, 한국의 메모리, 일본의 소재·부품·장비 등 주력 업종에 따라 받는 영향은 달랐다. 특히 중국 반도체 주가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는데, 미국의 기술 규제로 중국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 이탈이 확고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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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6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각각 1.54%, 4.87% 상승해, 전날 하락(-10.3%, -9.87%)에서 일제히 반등했다. 장비 업체인 한미반도체와 후공정업체 하나마이크론 주가도 각각 전날 대비 4.87%, 7.34% 올랐다. 대만 증시에서 전날 8.3% 하락했던 TSMC도 이날 7.9% 상승했다.

일본 반도체 장비업체 주가는 폭락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5일 하루새 18.5% 하락했던 도쿄일렉트론(TEL) 주가는 6일 17% 상승했고, 15.8% 떨어졌던 아드반테스트 주가도 하루만에 14.7% 상승했다. 소재 회사인 스미모토·세키스이 등도 두 자릿수 폭으로 상승했다.

전날 폭락의 원인이 반도체 산업 본연의 문제가 아닌, 전반적 경기 상황과 투자 심리 위축에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또한 당장 AI 수익 모델이 명확지 않더라도 일반 서버용 등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전반적으로 살아난 만큼, 회복세는 여전하다는 것.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지난해의 감산 효과로 최근 메모리 수요가 회복되고 AI 반도체 투자도 계속되고 있어 업황 추세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이 주도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는 D램 등 기존 메모리와 딜리 고객과 협의한 물량을 생산하는 식이어서, 시장 변동에 영향을 적게 받는 측면도 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는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치 HBM 물량까지 이미 완판됐다”라고 말했고,  삼성전자도 지난달 실적 발표에서 “올해 HBM 고객과 협의 완료한 물량이 전년 대비 4배 이상 늘었다”라고 밝혔다. 현재 HBM 공급이 수요에 비해 충분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HBM 외에 다른 대안이 없는 상태다. 엔비디아에 이은 AI 가속기 시장 2위인 AMD도 자사 GPU(그래픽처리장치)에 HBM을 쓴다.

중국 반도체 주가는 블랙 먼데이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았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SMIC 주가는 최근 일주일간 4% 남짓 하락하는 데 그쳤다. 세계적인 ‘AI·반도체 랠리’에서 빗겨나 제자리걸음하던 중이라 글로벌 증시 폭락 여향도 덜했다. 미국의 기술 봉쇄로 ‘반도체 자립’을 추진 중인 중국이 글로벌 시장과 별개로 움직이는 모습이다.

중국 선전 증시 상장사인 반도체 장비업체 베이팡화창 역시 글로벌 반도체 산업과 ‘디커플링’(비동조화)된 상황이다. 지난 5일 동아시아 주요 반도체 기업 주가가 10% 넘게 내려갈 때 이 회사 주가는 2%만 하락했다. 호재도 악재도 중국 내부에 있다. 중국 정부가 ‘반도체 장비 국산화’를 대대적으로 강조하면서 이 회사 주가는 최근 6개월 새 28%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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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 관련 이미지. 일러스트=김지윤

미국 빅테크들은 여전히 AI 투자를 늘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집계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아마존·메타·알파벳(구글 모회사) 등의 올 상반기 AI 관련 투자는 1060억 달러(약 146조원)로, 전년 동기보다 50% 증가했다. 대부분은 클라우드 컴퓨팅 투자 및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 AI 모델 훈련·추론 전용 칩 구매 등이었다. FT는 “빅테크의 AI 투자가 연말까지 두 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라고 보도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이나 투자 추이는 예상대로 가고 있다”라며 “8월 말 엔비디아 실적발표 전후로 시장의 의구심이 해소될 여지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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