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입점 수수료 0원에 모신다" 티메프 이탈 판매자 잡는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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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 건물의 모습. 연합뉴스

티몬·위메프에서 이탈한 판매자(셀러)와 소비자를 놓고 이커머스 업체 간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롯데, 홈플러스 등 오프라인에 기반을 둔 유통 강자들은 앞다퉈 온라인 입점 수수료 면제 방침을 내놓으며 판매자 유치전에 한창이다. 수년간 온라인에서 맥을 못 추던 대규모 유통기업들이 반전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온라인 강화 나선 전통의 유통강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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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관계자가 6일부터 진행하는 ‘온라인 신규 입점 셀러 수수료 면제’ 행사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홈플러스

홈플러스는 오는 9월 30일까지 온라인 ‘택배배송’ 채널에 신규 입점하는 판매자를 대상으로 90일간 수수료 0% 혜택을 제공한다고 6일 밝혔다. 홈플러스 택배배송은 온라인 오픈마켓처럼 개별 판매자들이 입점해 홈플러스 온라인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파는 서비스로 현재 약 130만 개 상품이 판매 중이다. 이태경 홈플러스 온라인사업부문장은 “신규 판매자들의 금전(수수료) 부담을 낮추고 경쟁력 있는 유망 판매자를 영입하기 위한 행사”라고 설명했다.

앞서 홈플러스는 올해 1~2월에도 온라인 신규 입점 업체에 대한 판매 수수료를 한시적으로 면제해 짭짤한 재미를 봤다. 당시 두달간 입점 업체 수가 직전 두 달 대비 약 2.5배 늘었다고 한다. 이 기간 택배배송 전체 매출은 전년보다 55% 이상 늘었고 이용 건수도 약 4만 건 증가했다.

롯데그룹의 이커머스 플랫폼 롯데온도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말까지 신규 입점 판매자에겐 수수료를 면제하고 총 20억원을 들여 판촉비를 추가 지원하는 행사를 진행 중이다. 판촉지원금은 온라인 배너 광고를 노출하거나 신용카드별 결제 할인 행사 등에 쓸 수 있다. 온라인 시장에서 여름은 비수기로 분류되지만, 티몬·위메프의 대금 미정산 사태로 새로운 판매처를 찾는 이들을 공략해 제품 구색을 다양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롯데온 측은 “어려운 시절을 함께 이겨내는 파트너가 되겠다”라며 유망 판매자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차이나 커머스의 대표 주자인 알리익스프레스가 국내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도 판매 수수료 면제 정책이다. 지난해 10월 ‘K베뉴(한국 상품 판매 공간)’ 개설 당시부터 입점 수수료를 받지 않던 알리익스프레스는 이를 다음달까지 연장 적용하기로 했다. 알리는 선제적인 수수료 면제 정책으로 식음료, 생필품, 가전제품 등 다양한 품목의 국산 상품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 대표는 “수수료 0% 정책으로 K베뉴에 경쟁력 있는 제품이 대거 입점해 라인업이 강화됐고, 이를 찾는 소비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국내 중소 판매사와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전한 정산 강조, 판매자 모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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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의 이커머프 플랫폼 롯데온은 오는 31일까지 신규 입점 셀러의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총 20억 규모의 판촉비를 지원하고 있다. 사진 롯데쇼핑

티몬·위메프 사태의 반사효과를 기대하는 이커머스 업체들은 안전한 정산 과정을 강조하고 있다. 티몬과 위메프는 정산 지연 사태가 불거진 지난달 23일에서야 제3 금융기관에 대금을 보관하고 구매 확정 시 판매자에게 지급하는 ‘에스크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쿠팡, 네이버, SSG닷컴, 11번가 등 기존 대형 이커머스 플랫폼이 이미 시행 중인 제도다.

빠른 정산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롯데온은 제품을 주문한 소비자가 구매를 확정지으면 바로 다음 날 대금을 입금하는 익일 정산 시스템을 강조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SSG닷컴은 10~40일, G마켓은 5~10일 내 정산을 한다. 네이버는 소비자의 구매 확정 전에도 제품 집화가 확인되면 다음 날 판매 대금을 100% 지급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통상 14~24일 이내에 대금을 지급하지만 소비자 구매 확정이 확인되면 1~2일 내 판매대금을 정산한다. 이날 당정이 이커머스 플랫폼의 정산기한을 도입하기로 한 가운데 대형 이커머스 업체의 경우 정산주기 법제화에 대한 충격이 상대적으로 작을 것으로 예상된다.

입점 업체 많다고, 소비자도 늘까

이들 업체는 판매자가 늘어 상품군이 다양해지면 이용 고객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모바일 빅데이터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티몬과 위메프의 일간 활성이용자수(DAU)는 지난달 첫째 주(1~7일) 기준 각각 115만명, 78만명이다. 그동안 온라인에서 밀렸던 유통강자들은 티몬·위메프에서 빠져나온 소비자들을 이참에 붙잡겠다는 구상이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티몬·위메프의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가 이커머스 시장 재편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신세계, 롯데 등 오랫동안 신뢰를 쌓아온 유통기업들로서는 이 같은 변화가 온라인 산업 내에서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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