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단독] 친척 동원해 수당 타갔다…5년간 212억 샌 R&D 지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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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개발(R&D) 회사인 A사 대표 B씨는 배우자와 친척, 같은 교회에 다니는 지인을 정부 사업에 참여연구원으로 허위 등록해 인건비와 연구수당을 탔다. B씨는 7년이 넘는 기간 이렇게 지급된 5억5700만원을 개인적인 용도로 썼다. C사는 정부 R&D 사업에 참여한 뒤 회사 대표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페이퍼컴퍼니에 허위 용역을 발주해 사업비 13억3400만원을 빼돌렸다. D사도 납품업체와 미리 짜고 용역을 내준 뒤 대금을 돌려받는 방식으로 26억9100만원을 챙겨 제재 처분을 받았다.

이처럼 정부가 민간에 지원한 R&D 사업비의 부정 사용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의 R&D 지원금을 유용(횡령)하다 적발된 금액은 최근 5년간 212억3600만원에 달했다. 부정 사용 금액은 늘었지만, 국고로 환수한 돈은 전체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횡령액은 증가, 환수율은 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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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실이 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산업부 R&D 사업비 중 올해 상반기 부정 사용으로 제채 처분이 결정된 금액은 53억1800만원에 이른다. R&D 사업비 부정 사용으로 확인된 금액은 2021년 5억2800만원에서 2022년 21억6200만원으로 늘어난 뒤 지난해 59억9000만원으로 급증했다. 올 상반기 부정 사용액은 이미 지난 한해 횡령액의 90%에 가까운 수준이다.

최근 R&D 사업비 횡령 사례 중에서는 ‘물품을 실제로 사지 않았는데 산 것으로 하거나, 가격을 부풀려서 연구비를 수령’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 허위 물품 대금을 통한 사업비 횡령액은 2022년 한 건도 적발되지 않았지만, 지난해에는 54억6400만원으로 증가했다. 상당수가 구매 서류를 허위로 작성해 제출하고, 받은 돈은 다른 곳에 쓰는 식이다. ‘재료나 부품을 R&D 목적 외로 사용’한 사례도 꾸준히 적발되고 있다. ‘참여연구원 인건비를 유용’한 경우는 2020년 42억69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가 지난해 5800만원으로 줄었다. 대학원 학생 인건비를 교수가 대신 받거나, 연구원 인건비를 회사 경영자금으로 써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산업부는 적발된 부정 사용 금액을 환수 조치하고 제재부가금을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적발된 R&D 기관은 정부 사업 참여를 제한한다. 사업을 전담하는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한국산업기술진흥원‧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도 연구기관이 쓴 연구비를 외부 회계법인 등을 통해 모니터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환수 실적은 부진한 상황이다. 지난 2021년에는 적발된 횡령액을 100% 환수했지만, 2022년 환수율은 70%, 지난해에는 11%에 그쳤다. 5년간 총 환수율은 31% 수준이다. 한 R&D 관계 기관 관계자는 “횡령이 의심되더라도, 연구비 사용이 적절했는지는 사후에 내부 검토를 거치기 때문에 실제 환수나 법적 조치에 들어가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R&D 연구비의 부정 사용 문제 등을 지적하며 올해 R&D 예산을 삭감했지만, 오히려 횡령 사례는 늘어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정부가 지원금 유용 방지 체계를 개선하고, 환수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종배 의원은 “정부의 R&D 지원금은 국가경쟁력과 직결되는 만큼, 관련 예산 사용을 철저하게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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