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금빛 발차기'에 도전하는 선봉장 박태준. 사진 세계태권도연맹

한국 태권도가 8년 만에 '금빛 발차기'에 도전한다.

태권도는 7일(현지시간)부터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에서 시작된다.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4일까지 이번 대회 펜싱 경기가 열려 크게 흥행한 파리의 명소다. '종주국' 한국 태권도는 2021년에 열린 2022 도쿄올림픽에서 '노골드' 수모를 당했다. 은메달 1개와 동메달 2개를 따내는 데 그쳤다. 파리에서 한국의 선봉장을 맡은 건 남자 58㎏급의 박태준(경희대)이다. 한국시간으로 7일 오후 5시 10분 베네수엘라의 요한드리 그라나도를 상대로 16강전을 치른다.

파르자드 만수리(오른쪽) 올림픽난민팀 태권도 대표와 포즈를 취한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총재. 파리=김성룡 기자

박태준은 올림픽이 처음이지만 지난 2월 기존 간판스타였던 장준(한국가스공사)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물리친 '신성'이다. 한국은 아직 이 체급에서 올림픽 금메달이 없다. 태권도 레전드 이대훈이 2012 런던올림픽에서 은메달, 김태훈과 장준이 각각 2016 리우와 도쿄올림픽에서 동메달을 추가했다.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WT) 총재는 최고의 경기장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대회가 열린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조정원 총재는 지난 6일 그랑팔레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랑팔레는 역대 가장 웅장한 경기장이라 봐야 할 것"이라며 "선수들과 국제 심판들이 경기장에 들어오면 깜짝 놀랄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랑팔레의 유리 천장 구조에 따른) 더위가 걱정됐지만, 파리시가 상당한 돈을 써서 아름답게 개조했고, 에어컨까지 완비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탈리아태권도협회 소속 시범단이 4일(현지시간) 저녁 프랑스 파리시청 앞 광장 2024파리올림픽 팬 존에서 태권도 시범을 선보이고 있다. 파리=김성룡 기자

조 총재는 또 "파리는 1994년 제103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를 통해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곳이다. 그 덕에 2000 시드니 올림픽부터 태권도가 들어갔다"며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조 총재는 파리 올림픽에 참가하는 난민 선수 5명에 대해서도 격려를 전했다. 야흐야 알고타니, 디나 푸르유네스 랑게루디, 파르자드 만수리 등이 메달의 꿈을 품고 파리 올림픽에 도전한다. 이들 난민 선수를 포함해 134명이 8개 체급에서 경쟁한다. 도쿄올림픽(130명)을 넘어 역대 최대 규모다. 태권도는 가장 많은 선수가 참여하는 종목이다.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 30주년을 맞았다. 파리=김성룡 기자

한편 세계태권도연맹(WT)은 6일(현지시간) 오후 파리의 세계올림피언협회(OLY) 하우스에서 1994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를 통해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지 30주년이 된 것을 기념하는 연회를 열었다. 세르미앙 응 IOC 부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각국 태권도협회 수뇌부뿐 아니라 IOC 위원인 김재열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회장과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등 인사들이 참석했다.

응 부위원장은 "IOC 총회가 태권도를 정식 종목으로 포함한 지 30년이 됐고, 태권도는 올림픽에서 핵심적인 스포츠로 발돋움했다. 1994년에 140개 국가가 태권도를 했지만 이제는 213개까지 그 수가 늘었다. 여기에 난민팀까지 있다"며 "태권도는 작은 나라들도 올림픽에서 성취를 이룰 수 있는 길도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조정원 WT 총재는 정식 종목 지위를 약속받은 지 30년이 된 태권도가 최근 난민을 돕는 등 인도적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난민 캠프를 가보면 아이들이 학교를 마치면 할 게 없다. 그래서 아이들한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운동을 가르친다"며 태권도의 사회적 힘을 끌어내는 게 '올림픽 스포츠'로서 나아갈 방향이라고 거듭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