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돈도 없고 의사도 없어요"…응급실 진료 축소한 병원 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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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목요일이 아닌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어요. 큰 병원을 옆에 두고도 진료를 제대로 받을 수 없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 상황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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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 부족으로 지난 1일부터 매주 목요일마다 응급실 축소 운영을 시작한 세종충남대병원. 신진호 기자

지난 6일 오전 11시 세종시 도담동 세종충남대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서 만난 40대 남성의 하소연이다. 다친 어머니를 모시고 급하게 왔다는 그는 병원에 도착해서야 세종충남대병원이 매주 목요일마다 응급실 운영을 축소한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뒤늦게 도착한 가족을 안심시키며 응급실로 들어간 남성은 “사람의 목숨 가지고 이러는 거 아닌데…”라며 고개를 저었다. 응급의료센터에는 ‘전문의 사직으로 불가피하게 한시적으로 제한 진료를 시행한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매주 목요일 응급실 축소 운영

행정수도라 불리는 세종시의 유일한 지역응급의료센터인 세종충남대병원이 의료진 부족으로 지난 1일부터 응급실 진료를 축소했다. 홈페이지를 통해 이런 내용을 공지한 병원 측은 소방 등 관계 기관에도 이런 내용을 알렸다. 응급실은 매주 목요일에 일부 운영을 중단한다. 지난 1일에 이어 15일은 오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 24시간 응급실이 가동하지 않는다. 8일과 22일, 29일에는 오후 6시부터 이튿날 오전 9시까지 묻을 닫는다. 다만 소아전문의료센터는 24시간 정상 진료한다.

그동안 세종충남대병원 응급의료센터는 교수 2명과 전문의 12명(계약직) 등 14명으로 운영했다. 이들 가운데 교수 2명을 제외한 12명이 교대로 야간 진료를 맡았다. 하지만 지난 5~6월 전문의 12명이 사직하면서 9명이 야간 진료를 떠맡았다. 하지만 피로가 누적하면서 더는 버티지 못하자 병원 측은 ‘응급실 축소 운영’이라는 대책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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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 부족으로 지난 1일부터 매주 목요일마다 응급실 축소 운영을 시작한 세종충남대병원에 제한 진료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신진호 기자

의료진이 응급센터를 떠나자 세종충남대병원은 채용 공고를 내고 의료진을 충원 중이다. 공백을 언제 메울지는 미지수다. 의료진을 추가로 확보하지 못하면 지금처럼 목요일마다 응급센터 축소 운영이 불가피하다. 사정이 이렇자 세종소방본부는 세종충남대병원 응급센터가 운영하지 않는 시간에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대전과 청주·천안 등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하도록 조치했다.

세종충남대병원 관계자는 “전문의 충원 때까지 한시적으로 제한 진료를 시행하는 만큼 환자와 보호자의 양해를 부탁한다”며 “인력이 충원되면 곧바로 이전처럼 24시간, 365일 진료체제로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공의 이탈 사태 등 여파 개원 4년 만에 적자 2000억원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2020년 7월 개원한 세종충남대병원은 4년 만에 적자가 2000억원에 달하면서 경영 위기를 맞고 있다. 본원인 충남대병원 여건 역시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 정부와 자치단체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충남대병원은 지난 2월 전공의 이탈 사태가 발생한 뒤 입원 환자가 하루 평균 36.4% 줄고 외래 환자도 20%가량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매달 적자가 100억~150억원씩 쌓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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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사태 등에 따른 적자 누적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종충남대병원. 신진호 기자

적자가 심각해지자 충남대병원은 대전과 세종병원 행정 부서를 통폐합하기로 결정했다. 의료진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특정 진료과목 의사에게 두 병원 업무를 겸직하도록 요청했다. 현재 의료계 상황과 병원의 재정 여건을 고려하면 인력 충원이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충남대병원은 세종충남대병원을 개원하면서 금융권에서 2600억원을 빌렸다. 당시 2.7%였던 이자율이 4.7%로 오르면서 향후 10년간 매년 원금만 300억~400억원을 상환해야 하는 처지다. 이런 이유로 충남대병원은 지난 5월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비상진료 2단계에 들어갔다.

긴축재정·경영개선 대책 불구 한계 봉착

충남대병원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시작한 긴축재정과 경영개선으로 의료수익 목표 달성률이 올해 1월 104%에 도달했지만, 전공의 사태 이후 수익이 지속해서 하락했다”며 “세종충남대병원은 정부와 지자체 지원 없이는 핵심 필수의료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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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세종시의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강준현 국회의원 주최로 열린 '세종시민 의료서비스 확보 방안 마련을 위한 긴급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종충남대병원 경영난을 해결하기 위해 정치권과 세종시, 중앙부처 등이 한자리에 모였지만 별다른 대안을 찾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준현 국회의원(세종을) 주최로 지난 6일 열린 ‘세종시민 의료서비스 확보 방안 마련을 위한 긴급 좌담회’에서 충남대병원은 “수백억원의 적자로 병원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어렵다”며 운영비 지원을 요청했다.

지원 요청에 정부·세종시 "근거 없다" 난색 

반면 정부와 세종시는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난색을 보였다. 보건복지부는 전국 국립대가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세종충남대병원만 지원하는 건 힘들다고 한다. 세종시 역시 보조금을 연간 5억원을 지원하는 만큼 추가 지원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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