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7월 자동차 수출 올해 최대폭 감소 -9.1%…“전기차 수요 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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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18일 인천항 야적장. 수출을 앞둔 자동차들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자동차 수출이 올해 들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세계적인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한국 수출호에도 본격적으로 영향을 주는 모양새다.

7일 관세청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자동차 수출액은 53억67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9.1%로 역성장했다. 올해 들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앞서 자동차 수출은 지난해 709억 달러(전년 동기 대비 31.1% 증가)로 연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한국의 2위 수출 품목 자리에 올라섰다. 전년엔 석유화학에 밀려 3위였다. 올해 상반기도 자동차 수출 성장세가 이어졌다. 전년 동기보다 3.8% 증가한 370억1000만 달러를 수출하며 상반기 기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서면서 주춤하는 모양새다.

자동차 가운데 전기차 수출이 급감한 탓이 크다. 월간 전기차 수출은 올해 1월까지 성장세를 이어가다가 2월 전년 동기 대비 -21.2%로 하락 반전하더니 6월(-43.2%)과 지난달(-36.5%) -40% 안팎 수준으로 낙폭을 키웠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전기차 캐즘의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캐즘이란, 첨단 기술 제품이 얼리어답터가 지배하는 초기 시장에서 대중화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일시적으로 수요가 줄거나 정체하는 현상을 뜻한다.

전기차 캐즘의 여파로 전기차에 들어가는 2차전지 수출도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매월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지난달엔 -0.3%였다. 2차전지의 경우 국내보다 해외 생산을 늘리고 있는 추세의 영향도 있다. 해외 생산분은 수출 실적으로 잡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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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전기차 수출은 앞으로도 정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캐즘 국면이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어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현재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가격이 2배가량이고 충전 인프라도 부족하다”며 “단점이 해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2029년까지 캐즘이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주요 전기차 수출 대상국인 미국이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에 휩싸인 점도 악재다. 이날(7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8월 경제동향’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확대됐다”며 “고용 여건 조정과 기업심리 약화로 성장세가 점차 둔화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정치적 위험도 있다. “전기차는 사기(詐欺)”라며 전기차 시장 육성에 회의적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오는 11월 재선에 성공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중국을 중심으로 전기차 제조사가 100개 넘게 난립하는 가운데 세계 최대 업체인 미국 테슬라(TESLA) 등이 최근 가격을 대폭 인하하는 등 경쟁이 격화하는 것도 한국의 전기차 수출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한국의 전기차 기업 입장에선 수출뿐만 아니라 국내 판매 실적에도 경고음이 울린다. 최근 잇단 전기차 화재 사건에 따라 안전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까닭이다. 지난달 국내 완성차 5개사의 국내 판매실적은 10만9924대로 전년 동기보다 -4.3%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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