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파리서 남모를 부상 또 있었다…안세영 vs 협회 쟁점 7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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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배드민턴에 28년 만의 올림픽 여자 단식 금메달을 안긴 안세영이 대회 종료 직후 배드민턴협회 운영의 문제점을 지적해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뉴스1

 배드민턴 금메달리스트 안세영(22·삼성생명)이 불을 붙인 ‘선수 부실 관리’ 논란이 확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앞서 선수와 배드민턴협회(이하 협회)가 대립각을 세우던 주제들에 더해 새로운 이슈들이 추가로 터져 나오며 진실 공방의 범위가 확대되는 모양새다.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종목 일정을 모두 마친 7일 협회 관계자들과 대표팀이 시차를 두고 귀국했는데, 논란이 불거진 대부분의 주제에 대해 서로 정반대 목소리를 냈다. 양측의 엇갈린 주장을 핵심 키워드별로 정리했다.

①무릎 부상 오진
안세영은 지난해 10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결승전에서 무릎 인대 부상을 당했다. 이후 2개월 가까이 재활에 전념한 뒤 12월부터 다시 국제대회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부상 직후 정밀 검진에서는 최소 2주에서 최대 5주 정도의 재활이 필요하다는 소견이 나왔지만, 이후 재검진을 통해 부상 상태가 당초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당시 상황에 대해 안세영은 “(부상 직후) 오진이 났던 순간부터 참으며 경기(재활)를 했고, 지난해 말 다시 검진해보니 상태가 더 안 좋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택규 협회장은 “처음 검진을 받은 병원은 선수(안세영)가 지목한 곳으로 전담 트레이너의 근무처였다”면서 “이후 다른 병원에서 다시 진단을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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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길에 오른 안세영. 파리=김성룡 기자

②전담 트레이너 배정 거부
안세영은 올해 초부터 협회가 배정한 전담 트레이너(한수정)의 도움을 받아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반년 가까운 기간 동안 함께 하며 신체적인 부분은 물론, 정신적으로도 많은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세영이 앞서 파리올림픽 출사표로 제시한 “파리에서 낭만 있게 끝내겠다”는 다짐도 한 트레이너의 격려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실제로 선수 자신도 금메달 확보 직후 여러 인터뷰와 기자회견에서 ‘수정쌤(한수정 트레이너)’을 지속적으로 언급하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와 관련해 안세영측 관계자는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한 트레이너를 대표팀에 합류시켜줄 것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해 선수가 크게 실망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협회측은 “재활 전문가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특정 선수만을 전담하는 형태로 운영하긴 어려웠다”면서 “올림픽을 앞두고 5명의 트레이너가 꾸준히 선수들을 돌봤다. 국제대회에도 최소 3명 이상을 파견했다. 아마추어 종목 중에서는 ‘열악하다’고 표현할 만한 환경은 아니다”는 입장이다. 김택규 회장은 “협회는 요넥스 등 후원사들의 도움을 받아 대표팀을 꾸려간다”면서 “성인부터 주니어까지 300명이 넘는 각급 대표선수 중 세계랭킹 1위라는 이유로 특정 선수에게만 예산을 몰아줄 순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올림픽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외국인 코치를 영입하는 등 협회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지원을 했다”면서 “지난해 6월 한 트레이너와 1년 계약을 했고, 만료가 파리올림픽 직전까지였다. (미리 정한 대로) 재계약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③올림픽 직전 추가 부상
안세영은 지난해 아시안게임 이후 무릎 부상 후유증으로 고전했지만, 그 밖에도 남모를 부상이 또 있었다. 올림픽 개막 직전 파리 외곽 훈련 캠프에서 막바지 훈련을 진행하던 중 발목이 접질려 한동안 라켓을 들지 못 했다. 이와 관련해 “협회가 (유력한 금메달리스트 후보의) 부상 사실이 알려질까 전전긍긍하며 선수측에 ‘그냥 조용히 넘어가라’고 종용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선수는 “협회측에 ‘대회 직전에 무턱대고 쉴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고, 그제야 협회가 부랴부랴 한의사를 프랑스 파리로 파견해 한방 치료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선수 부상과 한의사 파견의 선후 관계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안세영의 회복을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지원을 해줬다”면서 “유럽 현지에 한의사를 파견하는데 1500만원 정도의 예산을 집행했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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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전 도중 힘겨워하는 안세영. 파리=김성룡 기자

④이코노미석 타고 프랑스 이동
안세영은 파리올림픽 출전을 위해 프랑스 현지로 건너가기 전 협회에 “컨디션 관리를 위해 비즈니스석을 이용하고 싶다”는 요청을 전달했다. 통상적으로 운동선수들은 일반인에 비해 무릎을 과도하게 사용하기 때문에 장시간 동일한 자세를 유지할 경우 무릎에 물이 차는 등 상태가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 안세영이 동료 선수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알면서도 비즈니스석을 요청한 건 무릎 부상 이후 후유증을 겪는 특수성을 감안한 결정으로 보인다.

협회는 지난 2018년에도 비즈니스석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당시 중국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 6명의 선수단을 파견했는데, 감독과 선수들은 이코노미석을 이용한 반면 8명이나 되는 임원진이 전원 비즈니스석을 발권한 것으로 확인돼 공분을 샀다. 2017년에도 호주에서 열린 국제대회에 임원 5명이 1600만원이 넘는 비용을 들여 비즈니스석을 타고 현장에 건너갔다가 “전력상 우승이 힘들 것 같다”며 조기 귀국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당시 한국 선수단은 임원진 없이 14년 만의 우승을 달성했다.

안세영은 그밖에도 ‘기존 대표팀 후원사 용품 대신 (발에 맞는) 다른 신발을 신고 싶다’거나 ‘(대표팀 막내로서) 선·후배 문화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등의 의견을 피력했지만, 협회는 ‘다른 선수와의 형평성’과 ‘대표팀 질서 유지’를 이유로 거절했다.

⑤국제대회 참가 일방 통보
선수측이 “올림픽에 앞서 열린 여러 국제대회에서 협회가 이렇다 할 사전 협의 없이 특정 대회 참가를 강요하거나 또는 불참을 결정했다”고 주장한 부분도 논란이다. 지난 5월 열린 우버컵(세계여자단체선수권대회)의 경우 선수가 준결승전 출전을 희망했는데도 (코칭스태프가) 묵살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안세영은 “우버컵 4강전 당시 급성 장염으로 컨디션이 좋진 않았지만 뛸 수는 있는 상태였다. (우승에 힘을 보태기 위해) 출전 의사를 밝혔지만 납득할 만한 설명 없이 못 뛰게 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협회는 “등급이 높은 국제대회의 경우 흥행을 위해 톱랭커들의 출전을 의무화하고, 명확한 사유 없이 불참하면 해당 협회에 벌금을 매긴다”면서 “하지만 명확하게 서류를 갖춰 사유를 올리면 벌금을 면제 받는 규정도 있다. 안세영의 컨디션을 감안해 협회와 코칭스태프가 긴밀히 협의한 끝에 참가 또는 불참을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다만 그 과정에서 선수가 납득할 만큼 충분한 설명이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조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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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전 종료 직후 믹스트존에서 심경을 토로하는 안세영. 연합뉴스

⑥코리아하우스 기자회견 불참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선수들은 관례에 따라 경기 다음날 개최도시에 마련한 코리아하우스에서 국내 매체들을 대상으로 열리는 기자회견에 참석한다. 하지만 안세영은 금메달리스트이면서도 해당 기자회견에 불참해 논란이 됐다. 이와 관련해 대한체육회는 “선수측이 기자회견에 나서기 어렵겠다는 뜻을 밝혀 관련 일정을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안세영의 해명은 달랐다. 7일 귀국 전 프랑스 파리 드골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관련 질문을 받고 “제가 기자회견에 안 나간 것도…, 딱 기다리라고만 하니까 저도 뭐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협회 또한 해당 상황에 대해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김택규 협회장은 “(선수의 기자회견 참석을 막는) 결정을 한 적이 없다”면서 “나 또한 (안세영이) 기자회견장에 나오지 않은 게 의아스러웠다”고 했다.

기자회견 불참이 선수 자신의 의사가 아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만큼 해당 결정의 주체가 체육회인지 또는 협회인지, 해당 결정을 내린 주체가 누구고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사실 규명 작업이 이어질 전망이다.

⑦국가대표 탈퇴 후 독자 행보
안세영은 금메달을 목에 건 직후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과는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폭탄 선언을 했다. 이어 “대표팀 발전을 위해, 기록을 위해 계속 해나가고 싶지만 협회에서 앞으로 어떻게 해주실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도 곁들였다.

이후 공식 기자회견에서는 발언 수위를 더욱 높였다. “대표팀을 나간다고 해서 올림픽을 뛸 수 없다는 건 선수에게 야박한 결과”라면서 “(배드민턴) 협회가 모든 걸 다 막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면서 자유라는 이름으로 방임을 하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안세영측 관계자는 “협회와 대표팀에 실망한 안세영이 향후 국가대표가 아닌 개인 자격으로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의지를 갖고 있다”면서 “필요할 경우 관련 규정을 고치거나 없애기 위한 법적 투쟁까지 불사한다는 생각이다. 이미 법률전문가에게 자문도 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협회 규정에 따르면 국가대표 은퇴 선수 중 배드민턴 발전에 기여도가 높은 선수에 한해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승인 국제대회에 개인 자격으로 참가 자격을 부여할 수 있다. 국가대표 활동을 5년 이상 한 선수로 여자는 만 27세, 남자는 만 28세 이상인 경우가 대상자다.
안세영은 2018년 이후 국가대표 8년 차에 접어들었고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인 만큼 공헌도 면에서는 부족함이 없다. 다만 나이가 걸림돌이다. 협회 규정에 따르면 향후 5년 간은 국제대회 출전이 불가능하다. 예외규정으로 ‘국가대표팀의 요청이 있을 경우 공로 및 연령 기준을 충족하지 못 하더라도 대회 참가를 허용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지만 협회와 공개적으로 갈등을 빚은 선수에게 협회가 특혜에 가까운 결정을 내릴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와 관련해 김택규 회장은 “협회 규정이 있기 때문에 (안세영이) 개인자격으로 국제대회에 나가긴 어려울 것으로 본다”면서 “선수의 의중을 파악 중이다. 협회가 모든 걸 잘 하고 있다고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잘못을 많이 한 것처럼 비춰지는 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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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전 도중 체력을 소진한 뒤 코트에 드러누운 안세영. 파리=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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