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민주화운동가 위장 中스파이" 미법원 70대 중국계에 유죄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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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살며 중국의 민주화를 촉구해온 70대 중국계 학자가 뒤로는 반중국 인사들의 정보를 수집해 중국 정부에 넘긴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6일(현지시간) 미 법무부는 뉴욕 동부연방지법 배심원단이 외국대리인등록법(FARA)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왕수쥔(75)에게 유죄 평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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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계 미국인 학자 왕수쥔이 지난 8월 6일 미국 뉴욕에서 중국 정부의 불법 대리인 역할을 한 혐의로 브루클린 연방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후 언론과 이야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왕은 스파이·방첩 사건 등을 담당하는 중국 국가안전부(MSS)를 대신해 미국에 사는 중국계 민주화 운동가들의 동향을 MSS 요원들에게 몰래 넘겨온 혐의로 지난 2022년 재판에 넘겨졌다.

1994년 교환 교수로 미국 뉴욕에 온 왕은 중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미국에 계속 머물며 지역 대학에서 동아시아학을 가르쳤다. 2003년에는 미국 시민권도 얻었다.

이후 왕은 중국 교민이 많이 사는 뉴욕시 퀸즈 플러싱에서 중국 민주화를 촉구하는 기념재단인 '뉴욕 후야오방·자오쯔양 기념기금회'를 설립했다.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운동은 후야오방 전 공산당 총서기의 사망을 추모하던 학생들이 중심이 돼 일어났는데, 자오쯔양 전 총서기는 당시 시위대를 무력 진압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다가 실각했다.

재단 설립 후 민주화 운동가들과 친분이 쌓인 왕은 여기서 얻은 정보를 MSS 요원들에게 넘겨온 것으로 미 검찰은 파악했다. 앞에서는 민주화 인사들을 후원하면서 뒤로는 중국 정부의 첩보 요원 역할을 했다는 게 검찰 측 주장이다.

그의 이중생활은 MSS 요원으로 가장한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의 함정수사에 꼬리가 밟혔다. 매슈 올슨 미 법무부 국가안보 차관보는 이날 "왕은 민주화 운동가로 위장해 뉴욕에 기반을 둔 활동단체에 침투했다"면서 "민감한 정보를 은밀히 수집해 중국 정보기관에 보고했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유죄 평결로 왕은 최대 25년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고 미 법무부가 전했다.

이와 관련, 왕은 "중국 당국자에게 정보를 넘긴 건 그들의 신뢰를 얻기 위함이었다"면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왕은 취재진에게 무죄를 주장하며 "이 판결은 부당하다"고 토로했다.

왕의 변호인은 RFA(자유아시아방송)에 "왕은 민주주의를 믿는다"면서 "그는 이중생활이나 배신, 속임수와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주미 중국 대사관 측도 왕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다고 RFA는 전했다.

그러나 미 뉴욕 연방 동부지검 관계자는 "왕은 자신을 존경하고 신뢰한 사람들을 기꺼이 배신했다"며 "피고는 법정에서 거짓말을 했지만, 이번 판결로 진실이 드러났다"고 반박했다. 한편 미 검찰은 MSS 요원 4명을 왕의 공범으로 기소했으나, 이들은 미국과 범죄인 인도 협정을 맺지 않은 중국에 머무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왕에 대한 구체적인 형량은 내년 1월 9일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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