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안 틀면 장사 끝"…OTT 스포츠중계 찾는 MZ, 사장님은 쩔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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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일, 마포구에 위치한 한 술집. 축구 경기를 보기 위해 모인 손님이 가게 안을 가득 채웠다. 독자 제공

서울시 영등포구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박모(65)씨는 지난 3월 ‘MLB 서울시리즈’ 때 가게에 손님이 없어 평소보다 2시간 일찍 장사를 마쳤다. 일평균 120만원을 웃돌던 가게 매출은 당시 50만원에 못 미쳤다. 박씨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구독을 하지 않아 경기를 틀지 못했고, 야구를 보러온 손님들이 발걸음을 돌렸기 때문이다.

아르바이트생 김모(27)씨는 박씨에게 “OTT에 가입하지 않으면 못 보는 스포츠 경기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박씨가) OTT 독점 중계에 대해 전혀 몰랐고, 가입도 안 돼 있어 중계를 못 했다”며 “당시 입구에서 돌아간 손님만 20명이 넘었다”고 말했다. 결국 지난 5월 박씨는 김씨의 도움으로 쿠팡플레이 구독을 시작했다. 박씨는 “옛날엔 채널만 바꿔서 손님이 보고 싶은 경기 틀어주면 됐다"며 "이젠 OTT 모르면 장사도 못 한다”고 말했다.

가게에서 OTT 독점 중계 경기를 틀 수 있게 되자 박씨는 지난 3일 토트넘 홋스퍼의 내한 축구 경기를 중계했다. 지난 3월 MLB 서울시리즈 때와 달리 가게 안이 손님으로 가득 찼다. 박씨는 “OTT 독점 중계 경기를 트니 매출이 짭짤했다”며 “나이 많은 사장들은 누가 도와주지 않으면 (OTT 독점) 경기 중계를 활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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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영등포구 소재의 한 술집. 설치된 스크린을 통해 손님들이 축구 경기를 시청하고 있다. 독자 제공

티빙(KBO프로야구·카타르아시안컵축구·호주오픈테니스), 웨이브(2024 파리올림픽), 쿠팡플레이(MLB월드투어서울시리즈·K리그·스페인 라리가) 등 최근 MZ세대에 유행하는 OTT 스포츠 중계 ‘단체관람’ 현상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아이리시펍 등 맥주집뿐만 아니라 요즘 고깃집같은 일반 음식점들까지 스포츠 경기 중계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여겨진다. 특히 대학가나 젊은 층이 많이 모이는 홍대·강남·문래 등에선 OTT 구독·스크린 설치를 한 가게가 늘어나는 추세다.

일부 가게에선 경기를 중계한다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홍보하고 사전 예약을 받고 있다. 7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마포구 서교동·영등포구 문래동 등에 위치한 주점·음식점 30곳 중 17곳이 OTT에 가입해 스포츠 중계를 틀고 있었다. 이 가운데 60대 이상이 운영하는 주점·음식점 10곳 중에는 3곳만 OTT에 가입돼 있었다. 아직 OTT를 구독하지 않은 고령층 사장 중 일부는 구독을 고려하고 있다. 인근 술집 사장 이철민(60)씨는 “손님이 (중계를) 원하면 입맛에 맞춰 가입해야 할 것 같다”면서도 “한편 1년 중 독점 경기가 많진 않아 구독이 고민된다”고 말했다.

고령층 사장은 직접 OTT를 구독하고 TV·스크린을 조작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영등포구에서 술집을 하는 정모(61)씨는 “평소에 해보지 않은 것들이라 더 어렵게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일부 고령층 사장은 가족 등의 도움받아 스포츠 중계가 가능한 환경을 준비하기도 했다. 동대문구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김모(62)씨는 “딸에게 부탁해서 지난 7월 OTT에 가입했고 TV 조작법도 배웠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60대 이상 자영업자 비중은 36.4%로 모든 세대 가운데 가장 컸다. 하지만 60대 이상 OTT 이용 비율은 약 13.8%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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