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경찰서 전경. 뉴시스

마약을 투약한 50대 남성이 다른 사건으로 조사를 받으려고 경찰서에 방문했다가, 실수로 주사기를 떨어뜨리는 바람에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주사기를 발견한 건 마약수사팀 소속 형사였다.

8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A씨(50대)를 수사하고 있다. A씨는 필로폰을 투약하고 마약류를 소지한 혐의 등을 받는다.

A씨는 지난 6월 교통사고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강남경찰서를 찾았다. 평일에는 경찰서 1층 로비의 자동문이 개방돼있지만, A씨가 방문한 날은 주말이어서 직원들만 지문을 찍고 들어갈 수 있었다. A씨는 출입문이 열리지 않자 주변을 두리번거렸고 이 과정에서 외투 주머니에 들어있던 주사기를 떨어뜨렸다. A씨는 주사기를 떨어뜨렸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 채 경찰서를 떠났다.

이튿날 주사기를 발견한 건 마약수사팀 소속 형사였다. 이른 아침 출근하는 길에 경찰서 문 앞에 사용된 주사기가 떨어져 있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이 경찰관은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인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식을 맡기는 등 수사를 했다. 경찰은 결국 A씨를 피의자로 특정하고 추적해 지난 5일 검거했다. 검거 당시에도 A씨는 소량의 마약류를 소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경찰은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구속심사를 맡은 김미경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6일 이를 기각했다. 법원은 “피의자가 범행을 대부분 인정하고 있고 압수수색이 이뤄지는 등 관련 증거가 수집된 것으로 보이는 점, 피의자가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는 점,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하는 점 등을 종합해 판단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시민의 일상을 파괴하는 마약류 범죄에 대해서는 작은 단서도 놓치지 않고 철저히 수사해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