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짝 고심하던 美해리스 사로잡은 월즈 “도움 안되면 나 뽑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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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오른쪽) 부통령과 부통령 후보 팀 월즈(왼쪽) 미네소타 주지사가 7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로물러스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최종 낙점을 받게 된 과정의 뒷얘기가 현지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부통령 후보군 최종 3인 가운데 최약체로 평가받았던 월즈의 ‘대역전 스토리’ 핵심 키워드는 ‘대권 무욕(無慾)’과 ‘헌신 약속’ 두 가지로 요약된다.

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ㆍCNN 등 현지 보도를 종합하면, 지난 3일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앞에는 러닝메이트 후보군 6명에 대한 검증 결과 보고서가 놓여졌다. 해리스 측근 참모들이 후보군 6명에 대한 문서 검토, 화상 인터뷰 등 기초 조사를 마친 결과가 정리된 보고서였다. 해리스 부통령이 러닝메이트 발표 후 경합주 펜실베이니아 필라델피아에서 첫 공동 유세에 나서겠다고 약속한 6일을 72시간 앞둔 시점이었다.

해리스는 가장 신뢰하는 최측근들과 각 후보들의 장단점을 검토한 끝에 후보군을 3명으로 추렸고, 후보 검증팀은 해리스와 각각의 후보 간 조합을 상정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최종 3배수에 오른 인사는 월즈 주지사, 조시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마크 켈리 상원의원(애리조나)이었다. 여론조사의 결론은 ‘세 명의 후보 중 누구와 함께해도 당선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일요일인 지난 4일 해리스 부통령 관저에서 이들 3명에 대한 심층 면접이 이뤄졌다. 데이터에 기반한 정치공학적 관점에서는 선거인단 19명이 걸린 핵심 경합주 펜실베이니아에서 인기가 높은 셔피로 주지사의 낙점 가능성이 높게 예상되던 상황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에서도 셔피로 지명 가능성을 높게 봤을 때였다.

“데이터보다 본능적 직감 믿고 월즈 선택”

해리스의 마음 속 최종 후보 두 명은 월즈 주지사와 셔피로 주지사였다고 한다. 후보 발표 D데이(7일) 전날 밤까지도 해리스는 결정을 못하고 고심을 했다. NYT는 “해리스는 데이터보다는 본능적 직감을 믿고 월즈를 낙점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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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부통령 후보군에 오른 인사들. 윗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 순으로 해리스 부통령, 조시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앤디 베셔 켄터키 주지사, 피트 부티지지 교통장관, 마크 켈리 상원의원,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 AFP=연합뉴스

월즈와 셔피로의 면접 태도는 대조적이었다. 일요일 면접 후 해리스의 마음을 흔든 이는 월즈였다. 먼저 50대 초반으로 차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돼 왔던 셔피로(51)는 2인자 역할을 할 경우 정치적 역학관계가 복잡해질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고 한다. NYT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셔피로는 해리스와의 면접에서 부통령이 될 경우 역할ㆍ권한ㆍ의무에 대해 상세한 질문을 던졌고 면접이 끝난 뒤에도 해리스 측 인사에 전화를 걸어 부통령직에 대해 추가 질문을 했다”고 전했다.

반면 월즈는 면접에서 자신이 대선 승리에 도움이 안 된다면 자신을 뽑지 말라고 직설적으로 말했다고 한다. NYT는 “해리스는 ‘팀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기쁜 사람’이라고 월즈를 묘사했다”고 전했다. 해리스는 면담 후 사석에서 월즈를 두고 “그는 정말 개방적이다. 그를 정말 좋아하게 됐다”고 말했다고 한다. 대선 승리라는 대의를 앞세우며 팀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자세를 보인 월즈가 해리스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얘기다.

“셔피로는 일자리 협상, 월즈 ‘뭘 도울까’ 얘기”

특히 앞으로 언젠가 대선에 출마할 생각이 있는지에 대한 해리스의 질문에 월즈는 그럴 뜻이 없다고 했다고 한다. 이는 해리스도 예상치 못한 답변이었고 11월 대선에서 해리스 팀이 이긴 뒤 차차기 대선이 다가오더라도 내부 분열 리스크를 덜 수 있는 후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NYT는 보도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셔피로가 부통령 후보직을 놓고 일자리 협상을 했다면 월즈는 ‘내가 무엇을 도와줄 수 있나요’라고 말하는 격이었다”고 NYT에 말했다.

인터뷰 이후 해리스와 검증팀의 마음은 모두 월즈로 향했다. 해리스 대선 캠프 검증팀 한 관계자는 “홈런이었다. 모두가 그(월즈)를 사랑했다”고 말했다. 해리스는 부통령 후보 발표를 약속한 7일 오전 10시쯤 월즈에게 전화를 걸어 “같이 해보자”고 부통령 후보직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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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오른쪽) 부통령과 부통령 후보 팀 월즈(왼쪽) 미네소타 주지사가 7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오클레어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연설을 하기 전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오바마 선거팀, 해리스 측 대거 합류”

해리스의 결심 과정에는 민주당 내 ‘지분’이 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선거팀 베테랑들이 최근 해리스 캠프에 대거 합류한 것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가 나온다. 특히 해리스 여동생(마야)의 남편인 토니 웨스트(오바마 행정부 시절 법무 차관)가 부통령 후보군 인사 검증팀을 진두지휘하면서 후보 선정 과정에 깊숙이 관여했다고 한다. 워싱턴 DC 외교가 한 소식통은 중앙일보와 만나 “해리스 캠프에서 후보군을 압축하고 월즈 등에 연락할 때 그 전화기 옆에는 해리스 처제 웨스트가 있었다”고 말했다.

‘정치적 야망이 크지 않은 60대의 푸근한 대머리 아저씨’ 이미지의 월즈 주지사는 2008년 오바마가 대선에 출마했을 당시 부통령 후보로 선택했던 지금의 조 바이든 대통령과 비슷한 캐릭터였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동석 한인유권자연대대표는 “2024년 해리스 대통령 후보, 월즈 부통령 후보의 조합은 2008년 오바마 대통령 후보, 바이든 부통령 후보의 조합을 연상시킨다”며 “오바마 선거 캠프 베테랑들이 해리스 캠프에 대거 합류한 것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리스 대선 캠프는 월즈가 선거 핵심 승부처인 미 중서부 격전지 승리에 도움을 줄 것을 기대하는 의미에서 ‘블루 월즈(Blue Walz)’라는 별명을 붙였다. 민주당 강세 지역을 뜻하는 ‘블루 월즈(Blue Walls)에 월즈 주지사 이름을 붙여 월즈가 주요 승부처에서 힘을 보태주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았다.

다만 월즈 주지사의 저조한 인지도는 극복해야할 과제다. 미 공영 매체 NPRㆍPBS가 7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월즈에 대해 전반적으로 좋은, 또는 나쁜 인상을 갖고 있는가‘라는 물음에 응답자의 70%가 “잘 모른다,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셔피로 주지사나 켈리 상원의원의 경우 해당 질문 답변 비율이 각각 51%, 51%였던 것에 비하면 전국적 인지도가 낮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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