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신발 벗고 지하철 탔다"…'지하철 만들면 나라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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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지하철’ 특별전'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는 시민들. 문희철 기자

1974년 8월 15일은 한국에서 지하철이 운행을 시작한 날이다. 1호선 ‘종로선’이 서울역~청량리 9개 역 7.8㎞ 구간을 오갔다. 이후 50년 동안 서울 지하철은 누적 800억명을 싣고 지구 5만 바퀴에 해당하는 거리를 달렸다.

서울 지하철 50년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서울교통공사와 서울역사박물관은 9일부터 11월 3일까지 ‘서울의 지하철’ 특별전을 개최한다.

서울역사박물관서 서울교통공사 특별전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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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영 서울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가 서울 지하철 특별전을 설명하고 있다. 문희철 기자

이번 전시회는 지하철 건설 준비 기간부터 실제 개통까지 서울의 역사를 보여주는 물품·이야기를 담았다. 1960년대 서울 인구가 급증하면서 버스 등 운송수단으로 대중교통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정부는 지하철 도입을 추진했다. 하지만 당시 경제 규모를 고려하면 예산이 천문학적이라는 이유로 각계에선 “지하철을 건설하면 나라가 망한다”며 반대했다. 당시 지하철건설본부가 ‘역사의 죄인이 되지 않는다’는 슬로건을 앞세운 배경이다.

우여곡절을 거쳐 1974년 지하철이 처음 개통했다. 아시아에선 일본·중국·북한에 이어 네 번째였다. 개통 당시 1호선은 일본 히타치중공업이 제작한 전동차를 6칸, 10편성으로 운행했다. 전동차 디자인은 바탕이 크림색, 창틀은 빨간색이었다.

그러나 개통식 1시간 전인 제29회 광복절 경축 기념식에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이 발생하면서 종로선 개통식은 침통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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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지하철 특별전을 소개하는 오지영 서울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 문희철 기자

지하철 시승 행사에선 한 승객이 신발을 벗는 해프닝도 있었다. 오지영 서울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지하철 열차 내부가 깨끗해 신발을 벗고 타는 줄 알았다는 시민도 있었다”며 “지하철을 처음 접해 봤기 때문에 생긴 해프닝”이라고 설명했다.

1호선은 일본 기술·장비에 의존했지만, 2호선을 건설하면서부터 전동차·통신 장비 국산화를 추진했다. 우명규 전 서울시장은 2호선 건설을 시작할 때 ‘우리 자본, 우리 기술, 우리 지하철’이라는 구호를 만들었다.

서울역사편찬원이 공무원 8명의 구술을 기반으로 발간한 자료집 ‘지하철 우리 자본과 기술로’에서, 김병린 전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일본에서 들여온 기술 서적·잡지를 바탕으로 우리 토목 기술로도 지하철 건설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800억명 싣고 지구 5만 바퀴…11월 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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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지하철 특별전'에서 신문을 진열해 둔 지하철 가판대 모습을 재현한 공간. 문희철 기자

1984년엔 구도심과 영등포·영동 등 3개 지역을 연결하는 순환선인 2호선이 개통했다. 1985년 3호선과 4호선까지 개통하면서 1기 지하철을 완성했다. 수도권 대중교통 체계를 지하철을 중심으로 재편해 넓은 연결망을 구축했다.

지하철 노선을 따라 생활권이 형성된 것도 이때부터다. 이번 전시에선 지하철 2~4호선을 개통하면서 버스·택시·주차장과 지하도 상가·백화점·주택 등 역세권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지하철은 1335㎞ 구간을 운행한다. 최남단인 충남 아산시 신창에서 최북단인 38선 너머 경기도 연천까지 24개 노선 786개 역사가 있다. 서울지하철 1~9호선과 서울 시내 2개 경전철은 337개 역사 358.46㎞ 구간을 오간다.

최병구 서울역사박물관장은 “이번 전시는 익숙한 지하철을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라고 말했고, 백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서울 지하철이 개통 50주년이라는 분기점을 맞아 과거의 여정을 기억하는 전시”라고 말했다.

서울 지하철 전시는 오전 9시~오후 6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월요일 휴관). ‘지하철 우리 자본과 기술로’는 서울 공공도서관과 서울역사편찬원 홈페이지에서 무료 열람이 가능하다. 서울시청사 지하 1층 서울책방에서 책자로 구매도 가능하다. 개통 50주년을 맞아 시민을 대상으로 공모한 스토리텔링 중 당선작 10점도 함께 전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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