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흉기 난동 참사 이후 반(反)무슬림 극우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7일(현지시간) 극우 시위에 대항하는 맞불 시위가 벌어졌다.

BBC, 가디언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이날 저녁 런던·브라이튼·리버풀 등에서는 이민자 지원 센터 앞에 수천 명이 모여 인종주의와 극우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난민을 환영한다", "인종주의를 거부한다"고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구호를 외쳤다.

이번 맞불 시위는 이날 극우 세력이 전국 이주민 지원 센터 앞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일 것이라는 정보가 퍼지면서 이민자 센터 등을 지키기 위해 기획됐다.

7일 영국 런던 서부 브렌트포드에 모인 반극우 집회 시위자가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증오가 크다면 사랑은 더 커야 한다"고 적혀 있다. EPA=연합뉴스

앞서 지난달 29일 영국에서는 어린이 댄스 수업에 난입한 17세 범인이 흉기를 휘둘러 여자 어린이 3명이 사망했다. 그 뒤 범인이 무슬림 망명 신청자라는 가짜 정보가 온라인에 퍼지면서 극우 시위가 일주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SNS에는 7일 극우 시위가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의 주소가 적힌 명단이 돌았다. 이에 영국 경찰은 시위 예상 장소 100여 곳을 미리 파악해 대비에 나섰다. 명단에 오른 지역의 모스크(무슬림 사원)와 상점 등은 건물에 판자를 덧대는 등 폭력 시위에 대비했다.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지시하거나 아예 일찍 문을 닫은 곳도 있었다.

시위 장소로 지목된 30여 곳에서는 맞불 시위대가 운집해 방어 태세를 갖추기도 했다. 가디언은 이날 오후 7시 리버풀에서 이주민 지원 센터가 있는 교회 앞에 수백 명이 '인간 방패'를 만들어 극우 단체의 공격에 대비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막상 진행된 극우 시위는 앞서 1주일간 열린 시위보다 훨씬 규모가 작았다고 영국 언론은 전했다. BBC에 따르면 브라이튼에서 목격된 맞불 시위대는 반이민 시위대보다 훨씬 많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문이 돌았던 극우 폭동은 결국 현실화하지 않았다"면서 2시간 만에 해산한 맞불 시위대도 있었다고 전했다.

7일 영국 옥스퍼드의 이민 지원 서비스 멤버들이 반이민 시위에 대한 맞불 시위를 기획해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난민들을 환영한다", "증오가 아닌 희망", "인종주의에 맞서 뭉치자"는 구호가 적혀 있다. AFP=연합뉴스

7일 현재까지 영국에서 극우 폭력 시위에 연루돼 체포된 사람은 430명, 기소된 사람은 140명이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정부는 폭력 시위 주동자들에 대해 테러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면서 폭력 시위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법원은 시위에서 폭력 행위를 한 가담자 3명에게 20∼36개월 징역형을 선고했다. 검찰은 시위 주동자들을 테러 혐의로 기소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