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화끈한 발차기·상대 부축 매너…‘신형 태권V’ 파리가 반했다

본문

17231305228134.jpg

결승전에서 부상을 당한 아제르바이잔의 가심 마고메도프(왼쪽)가 금메달을 딴 박태준의 어깨를 잡고 시상대로 들어서고 있다. 김성룡 기자

‘신형 태권V’의 활약으로 한국 태권도가 8년 만에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다. 세계 5위 박태준(20·경희대)은 8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남자 58㎏급 결승에서 가심 마고메도프(아제르바이잔·26위)에게 기권승을 거뒀다. 이 체급은 이대훈(은퇴)이 2012 런던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게 한국의 최고 성적으로, 금메달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노골드’ 수모를 당한 한국 태권도로선 8년 만의 금이다. 남자 선수로는 2008 베이징 올림픽 손태진(68㎏급)과 차동민(80㎏ 초과급) 이후 16년 만이다. 올림픽이 처음인 박태준은 한국 선수단 12번째 금의 주인공이 됐다. 앞서 지난 6월 그는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샛노란 소변이 안 멈추는 꿈을 꿨는데 금메달을 암시하는 것 같다”고 했는데, 꿈이 들어맞은 셈이다. “꿈 아니죠”라며 기뻐한 그는 “올림픽 금메달은 모든 스포츠인의 꿈이다. 뜻깊고 영광스럽다. 금메달을 딴 순간 그동안 준비했던 과정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순간 울컥했다”고 말했다.

부상이 승부를 갈랐다. 박태준이 2-0으로 앞선 1라운드 중간, 두 선수의 발차기 도중 정강이끼리 맞부딪혔다. 마고메도프가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경기가 재개된 뒤 박태준이 7-0으로 앞선 상황에서 상대가 다시 주저앉았다. 절뚝이면서도 2라운드에 나서는 투지를 보였던 상대는 다시 통증을 호소하다가 결국 기권했다. 박태준은 매트 위에 쓰러진 상대가 부축을 받아 나간 뒤에야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시상대에서도 상대를 부축하는 등 챙겼다. 경기 후 일각에서 고통을 호소하는 상대를 공격한 박태준의 ‘비매너’를 지적했다. 이에 박태준은 “상대가 포기하기 전까지는 최선을 다하는 게 예의라고 배웠다”고 설명했다.

훤칠한 키(180㎝)와 준수한 외모의 박태준은 아이돌 연예인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매트에 서는 순간 맹수로 변한다. 주눅 드는 법이 없고 매서운 발차기로 상대를 눕힌다. 이날 금메달 확정 후 공중제비를 도는가 하면, 경기 전후에는 방송 카메라를 항해 윙크를 날렸다. 초등학교 4학년 때 태권도에 입문한 그는 고교 3학년이던 2022년 처음 국가대표가 됐다. 지난 2월 파리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장준(24)을 꺾고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 금, 올림픽 동 등을 따낸 같은 체급 최강자 장준을 넘기 위해 어릴 때부터 몸에 익숙했던 기본자세까지 바꿨다.

박태준은 ‘태권V’ 이대훈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는 뜻에서 ‘신형 태권V’로 불린다. 이대훈의 고교(한성고) 후배가 되고 싶어 같은 학교로 진학했다. 태극마크도 나란히 고교 3학년 때 달았다. 이대훈은 수시로 모교를 찾아 후배 박태준을 원포인트 레슨한다. 방송사 해설위원으로 박태준 경기를 중계한 이대훈은 “종목 후배이자 고교 후배인 (박)태준이가 대견하다. 올림픽 전에 만나 ‘잘하고 오라’고 응원했는데 금메달로 보답해 줘 고맙다”고 말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32,765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