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몰래 헬스장 와 녹음한 뒤 고소"…3만 관장들 분노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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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장 사진.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뉴스1

다중이용 시설에서 음악을 재생할 경우 부과되는 ‘공연권료’를 두고 헬스장·체육관 관장들과 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가 갈등을 빚고 있다.

헬스장 관장 약 3만명을 회원으로 둔 네이버 카페 ‘헬관모’(헬스클럽관장모임) 측은 8일 음저협 측이 헬스장으로 찾아와 배경 음악을 몰래 녹음한 다음 적절한 사전 안내를 하지 않고 법적 조치부터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음저협 측은 “법이 개정된 지 6년이 지났는데 저작권이 있는 음악 이용료를 몰랐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며 “법에 따른 정당한 징수”라고 반박했다.

2018년 저작권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카페나 체력단련장, 복합쇼핑몰 및 대규모 점포 등에서 저작권이 있는 음원을 사용 경우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산하 신탁관리단체인 음저협 등에 공연권료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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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저작권협회 관계자 출입 금지 표지판이 붙은 헬스장. 독자제공.

경기도 의정부에서 4년째 헬스장을 운영 중인 이모(36)씨는 지난 6월쯤 경찰로부터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소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후 음저협 측이 헬스장을 개관한 2020년부터 현재까지의 음악 이용료 90만원을 합의금으로 요구했다는 게 이씨 주장이다. 이씨는 “코로나 때문에 헬스장 문도 거의 열지 못했는데 이런 점은 반영해주지 않으면서 합의금 요구부터 한 건 ‘음피아’(음악+마피아)나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대구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김모(54)씨도 “지난 7월쯤 음저협 관계자가 헬스장에 몰래 방문해 (재생되는 음악을) 녹음해갔다고 하더라”며 “입점 이후부터 현재까지 34개월어치의 음악 1곡 이용료로 71만원을 요구받았다”고 했다.

관장들은 음저협이 사전에 적절한 안내 없이 고소 등 법적 조치부터 한다고 반발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음저협이 2020년부터 지난 3년간 ‘관리곡 미승인 사용 및 사용료 미납부’ 등으로 업주를 고소한 건수는 3200여건에 달한다.

이와 관련해 음저협은 사전 안내가 충분히 이뤄졌고, 적법한 증거 수집과 징수가 이뤄졌다고 반박한다. 음저협 관계자는 “납부 대상 음악 사용이 확인될 경우 수차례 방문해서 납부를 권유하고 있다”며 “고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3개월 이상 사용료가 연체될 경우 매달 업소 방문 및 업주에게 통화·문자 등을 보낸다. 고소는 6개월 이상 저작권 사용료를 납부하지 않고 증거가 있을 경우에만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헬스장에서 재생되는 음악을 몰래 녹음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증거 수집은 헬스장 등을 방문할 때 소속과 신분을 밝히고 동의를 구한 다음 진행하고 있다”며 “몰래 들어와서 녹음을 하거나 사전 고지 없이 형사 고소를 한다는 건 규정에도 위반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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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법조계에선 음저협의 이용료 징수 자체는 정당하지만 양측이 합의점을 찾는 게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연덕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연권’을 법에 규정했지만 무엇을 공연으로 볼 것이고, 관객이 얼마나 되는지 등 생각해볼 지점이 많아 현실에선 당사자 간 합의가 필요한 영역”이라며 “본래 갈등 중재 역할을 해야 할 음저협이 형사합의금 명목으로 고소를 우선하는 걸 보면 공연권을 새로운 금맥으로 생각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문체부는 지난 6월 음저협에 “소액사건 관련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고려해서 형사고소보다 민사적 조치를 우선하라”는 내용의 시정명령을 내렸다. 아울러 형사고소 건수를 업무수행 실적으로 넣은 음저협 자체 인사고과 규정을 시정하라고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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