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언더독의 반란을 일으킨 김유진. 파리=김성룡 기자

세계랭킹 24위 김유진(23·울산광역시체육회)이 세계적인 선수들을 연파하는 이변을 쓰며 생애 첫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유진은 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결승전에서 세계 2위 나히드 키야니찬데(이란)를 라운드 점수 2-0(5-1 9-0)으로 물리쳤다. 김유진은 첫 올림픽 출전에 금메달을 따내는 기쁨을 누렸다.

이로써 한국 태권도는 전날 남자 58㎏급 박태준(경희대)의 우승에 이어 이틀 연속으로 금메달을 수확했다. 도쿄 올림픽 때 '노골드'에 그쳤던 한국 태권도는 벌써 2개 체급에서 모두 금메달을 수확하며 종주국의 위상을 회복했다. 한국은 2004 아테네올림픽,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때 태권도에서 금메달 2개를 딴 적 있다. 역대 최고 성적은 2008 베이징올림픽 당시 금메달 4개다.

결승에서 날카로운 발차기를 꽂는 김유진(오른쪽). 연합뉴스

여자 57㎏급으로 범위를 좁히면 2008년 베이징 대회 임수정 이후 16년 만에 금메달이다. 더불어 한국 선수단은 13번째 금메달을 획득하며 베이징올림픽과 2012 런던올림픽에서 수립한 역대 단일 대회 최다 금메달 기록(13개)과 동률을 이뤘다.

김유진은 천신만고 끝에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세계랭킹이 말해주듯 그는 '세계 정상급' 평가 받는 선수가 아니다. 김유진은 올림픽 직행 자격인 세계랭킹 5위 안에 든 박태준(5위), 서건우(한국체대), 이다빈(서울특별시청·이상 4위)과 달리, 대한태권도협회 내부 선발전-대륙별 선발전 등을 추가로 거친 끝에 간신히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지난 3월 중국 타이안에서 열린 아시아 선발전 4강에서 줄리맘(캄보디아)을 꺾고 체급별 상위 2명에게 주는 파리올림픽 출전권을 받았다.

금메달을 확정하고 코치진과 기뻐하는 김유진(왼쪽). 파리=김성룡 기자

그래서 이번 올림픽에서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김유진은 큰 무대에 강했다. 1m83㎝의 장신인 그는 16강에서 하티제 일귄(튀르키예·5위), 8강에서 스카일러 박(캐나다·4위)을 잡은 김유진은 준결승에서 이 체급 최강자인 뤄쭝스(중국·1위)도 꺾은 데 이어 키야니찬데까지 무너뜨리며 '언더독의 반란'에 성공했다.

특히 뤄쭝스는 이 체급 세계 최강자로 꼽히는 선수로, 2018 자카르타·팔렘방과 지난해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우승자다. 아시안게임뿐 아니라 세계선수권, 아시아선수권대회를 모두 우승한 뤄쭝스는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만 따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이룰 수 있었지만, 김유진의 '돌풍'에 고배를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