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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후유증, 외상성 척수 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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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기치 않은 사고로 후유증을 남기는 질병이 외상성 척수 손상이다. 교통사고로 인한 충격이 여전히 가장 큰 원인인데 최근엔 낙상과 스포츠 손상 환자 비율이 높아진다. 고령화와 레저스포츠 인구 증가로 풀이된다.  누구에게든 닥칠 수 있다. 국립재활원 척수신경재활의학과 김온유 과장은 "몸의 불편함을 덜고 원활한 일상과 사회 복귀를 돕는 치료, 보조 기기가 발전했다"며 "더는 막연한 두려움과 주변 시선의 부담감에 움츠러들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환자 실태를 살펴본 '한국 척수 손상 데이터베이스 분석'(국립재활원, 2020)에 따르면 척수 손상 장애인 4명 중 3명은 남자다. 평균 연령이 48세로, 50대가 30%로 가장 많고 40대(28.7%)가 그 뒤를 이었다. 40, 50대 환자의 30%가량은 하반신 마비 후유증이 남는다. 사지 마비는 각각 27%, 29%다.

방광 문제면 합병증 생겨 신장 망가져
척수 손상 초기부터 놓치지 않아야 할 것은 우선 방광 관리다. 신경 손상으로 정상적인 배뇨가 어려운 '신경인성 방광'이 많다. 손상 치료 후 3개월 안에 '요역동학검사'라는 정밀한 방광 기능 평가 검사를 받고, 자가 도뇨법을 익히는 게 좋다. 건강보험에서는 신경인성 방광 환자에게 일회용 자가 도뇨 카테터 비용을 지원한다.

적절한 배뇨 시점에 어려움을 느끼면 집 밖으로 한 걸음 나가기 어렵다. 방광에 소변이 늘 차 있고 소변줄을 오래 차고 있으면 방광염·요로감염 등 합병증이 반복돼 신장까지 망가진다. 김온유 과장은 "퇴원 후에도 1~2년마다 방광 건강과 합병증 여부를 추적 관찰하는 게 중요하다. 국립재활원에서 2박3일 방광 종합검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신체 마비는 운전대를 잡는 데 더는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첨단 기술과 맞춤형 접근법을 결합한 운전 재활 환경이 갖춰져 있다. 김 과장은 "손·다리 마비가 있어도 환자의 신체 조건에 맞춰 보조기기를 활용하고 차량을 개조한다. 운전 시뮬레이터와 운전 재활 전문가의 도움으로 안전한 환경에서 연습하고 도로 주행을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자가 이동하기 어려우면 개조 차량을 도서 지역까지 이동시켜 운전 재활을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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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재활원 운전재활 클리닉의 운전 시뮬레이터로, 시판 차량을 일부 개조해 보조 기구를 설치했다. 실제 도로에서처럼 각본에 따라 운전 재활 훈련을 한다.사진 이민영 기자

운전 재활은 척수 손상 환자에게 단순한 이동 수단 이상의 의미가 있다. 다시 독립적인 삶을 영위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병원에 가고 출퇴근을 하며 친구·가족을 만나기 위해 스스로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은 고립을 줄인다. 자신의 삶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되면 심리적 회복에도 도움된다.

적합한 휠체어와 보조기기를 선택하고 훈련하면 일상생활의 질이 높아진다. 휠체어는 무게·크기·기능에 따라 종류가 많다. 수동·전동, 조작 방식 등 특징이 다 다르다. 목·손의 마비면 머리·입으로 휠체어를 조작하는 훈련을 한다. 김 과장은 "본인 몸에 맞는 휠체어를 선택한 다음엔 휠체어에 앉은 자세를 교정하고 올바른 자세 유지를 돕는 재활 프로그램도 챙기면 좋다"고 조언했다.

입원 중 학업·직업 등 사회 복귀 준비를
컴퓨터·핸드폰 사용이 어렵지 않다. 눈 깜빡임으로 타자를 입력하는 '헤드 마우스', 스마트폰 터치 화면을 조작하는 '마우스 스틱'이 있다. 손가락 마비여도 보조기기를 착용해 스스로 식사하고 글씨를 쓴다. 김 과장은 "과거엔 사지 마비 환자가 외국에서 이런 보조기기를 직접 구매해야 해 번거롭고 어려웠다”며 “지금은 국립재활원에서 개개인 환자 맞춤형으로 제작하는 시스템을 갖췄다"고 말했다.

성 재활은 자아 존중감을 회복시키고 부부 관계를 개선하는 데 중요한 사안이다. 상담·치료·교육받는 것을 망설이지 않아도 된다. 김 과장은 "드러내진 않지만 예민한 문제가 성이다. 같은 고민을 가진 부부들이 의외로 많다"며 "성 재활 클리닉에서 그룹 치료를 하고 워크숍을 가기도 하는데 서로 지지받으며 정보를 공유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입원 중 한 번 더 챙길 것은 병원의 사회 복귀 프로그램 활용이다. 학업·직업 복귀, 장애인 스포츠 활동 체험, 지원 정책 안내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환자가 사회에 적응하도록 돕는다. 김 과장은 "입원 중 학업·직업 등 사회 복귀를 적극적으로 준비하지 않으면 퇴원 후엔 필요한 정보를 얻기가 더 어려워진다"고 당부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외상성 척수 손상을 예방 가능한 질환으로 본다. 개인이 챙길 점은 '나부터 안전하게'라는 마음가짐이다. 안전벨트와 헬멧을 착용하고 운전 중엔 스마트폰 대신 도로 상황에 집중해야 한다.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길 땐 안전교육을 숙지하는 게 필수다. 과신은 금물이다.
이민영 기자 xxxxxxxxxxxxxxxxxxxxxxxxx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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