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정은 "韓언론 미쳐 날뛴다" 맹비난…민심이반 우려에 조바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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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쓰레기 언론들은 날조 자료를 계속 조작해내면서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수해 피해를 당한 이재민들을 만나 "세상 어느 나라도 이런 터무니없는 날조를 조작해 부풀려 내는 것을 일삼는 언론을 가지고 있지 못한다"며 한국 언론을 맹비난했다. 통상적 상황이라면 주민들은 접근하기조차 힘든 남측 기사를 최고지도자가 일일이 열거하며 반박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란 지적이다. 수해로 인한 민심 이반 가능성에 대한 조바심이 드러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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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9일 평안북도 의주군 큰물(홍수)피해지역을 찾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노동신문. 뉴스1.

"쓰레기 언론이 억지 낭설" 

10일 조선중앙통신은 전날까지 이틀에 걸쳐 김정은이 평안북도 의주군 수해지역을 찾아 폭염 속에 천막으로 만든 임시 거처에서 지내는 이재민들을 위로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은 피해 복구 기간 이들을 평양으로 데려가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주목되는 건 김정은이 이날 연설의 상당 부분을 남측 언론 비방에 할애했다는 점이다. 김정은은 "피해 지역 실종자가 1000명이 넘는다느니, 구조 중 직승기(헬리콥터) 여러 대가 추락한 사실이 정보 당국에 의해 파악됐다느니 하는 날조 자료를 계속 조작한다"며 "수해 지역에서 인명 피해자가 발생하는 속에서 지난달 27일 평양에서 전승절 행사를 진행했다는 억지 낭설까지 퍼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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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9일 수해 피해를 입은 평안북도 의주군을 찾은 김정은이 이재민 앞에서 연설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앞서 지난 2일에도 김정은은 북한 내 수해로 인한 인명 피해 규모가 1000명을 넘었다는 보도와 구조 헬기가 추락했다는 보도에 대해 "날조됐다"며 한국 언론을 "쓰레기"라고 비방했다.

이날 추가로 언급한 전승절 행사의 경우 북한 매체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개최됐다. 같은 날 폭우로 인해 압록강 수위가 높아져 5000명의 북한 주민이 고립됐다는 소식도 있었다. 김정은의 반박은 전승절 행사는 열었지만. 인명 피해는 없었다는 주장인 셈이다.

"날조됐다"면서 굳이 언급 

이처럼 김정은이 직접 한국 언론 보도를 반복적으로 반박하는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들단 분석이다. 북한 주민은 정상적인 경로로는 한국 언론 보도를 접할 수 없는데도 굳이 김정은 입으로 이른바 "날조 보도"의 내용까지 설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정은의 이날 연설은 북한 주민이 볼 수 있는 대내 매체인 노동신문에 실렸다.

이는 그만큼 북한이 최근 본격화한 확성기 방송 등을 통한 외부 정보 유입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방증이란 지적이다. 군에 따르면 확성기를 통해선 북한 고위 외교관의 탈북, 폭발 사고로 인한 북한군 다수 사망 소식 등이 송출되고 있다. 경제난에 수해까지 겹치며 민심 이반에 대한 우려 또한 커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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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북한의 대남 오물풍선 살포에 대응해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 남측 초소에 설치된 대북확성기를 통해 대북방송이 나오는 모습. 뉴스1.

김정은은 이날 연설에서 "내가 너절한 쓰레기 나라의 언론보도에 대해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다 이유와 필요가 있어서"라며 "똑똑히 알아야 할 것은 적은 바로 이렇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해 복구가 심각한 대적 투쟁임을 새겨둬야 한다"면서다. 수해 국면에서 한국 언론 보도를 대남 적개심 고취를 위한 불쏘시개로 활용하고자 하는 의도로 읽힌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한국으로부터 영향을 받는 측면에 대해 김정은이 조목조목 반박하고 스스로 입장을 밝히는 게 국내 정치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국 뉴스 등 콘텐트가 널리 퍼지는 현상 또한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천막촌 찾은 "원수님 사랑" 선전 

남측 언론을 싸잡아 비방한 김정은은 관영 매체를 통한 '애민 정신' 선전에도 열을 올리는 모습이었다. 10일 노동신문을 통해 배포된 김정은의 수해 현장 방문 관련 사진만 44장이었다. 지난달 말 구명보트를 타고 침수 현장을 돌아본 데 이어 이번에는 이재민이 머무는 천막에 직접 들어가 아이를 안아주고 우는 이들의 손을 잡아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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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9일 평안북도 의주군의 이재민 천막촌을 찾아 아이를 안고 있는 김정은. 노동신문. 뉴스1.

이날 노동신문 보도 또한 김정은에 대한 칭송 일색이었다. 신문은 "찌는듯한 무더위를 헤치시고 찾아오신 원수님을 뵈옵게 된 수재민들은 뜨거운 감격과 격정의 눈물을 쏟았다", "사납게 범람하는 물길을 달려 피해현장에 몸소 나오시여 한명한명의 생명을 모두 구원해주셨다" 등 "원수님의 대해같은 사랑"에 대한 찬사로 가득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2년 6월 북한 매체가 김정은이 준 이른바 '1호 약품'을 "사랑의 불사약"이라고 칭송했던 걸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그러면서도 김정은은 "자체의 힘과 노력으로 자기 앞길을 개척해 나갈 것"이라며 제3국이나 국제기구 지원에 대해선 재차 거부 의사를 밝혔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수해 피해를 덮기 위해 선전선동 정치에 더 집중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김정은을 과도하게 추앙하고 우상화하는 보도에서 도리어 북한 내부적인 위기의식도 엿보인다"며 "비정상적인 위기 대응 체계가 고스란히 노출된 가운데 이런 한계를 어떻게든 김정은의 영도력, 리더십으로 포장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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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9일 평안북도 의주군의 이재민 천막촌을 찾아 아이를 안고 있는 김정은. 노동신문.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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