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진땀나는 폭염’ 전력질주…예비율 9%까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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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수급 간당간당

한낮 최고 기온이 34도까지 치솟은 11일 오후 3시 서울 송파구 가락동의 아파트 단지 한 동에선 에어컨 실외기 38개 중 30개가 한창 돌아가고 있었다. 평소 에어컨을 잘 틀지 않는 김모(70)씨는 “요즘엔 너무 더워서 도저히 버틸 수가 없다”며 “낮 동안만이라도 에어컨을 돌려야 간신히 버틴다”고 말했다.

11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전국 전력 수요량은 지난 5일 93.8GW(기가와트)를 기록했다. 역대 여름철 최대치다. 여름철 최대 전력 수요는 91.1GW(2021년 7월 27일)→93GW(2022년 7월 7일)→93.6GW(2023년 8월 7일)로 매년 상승세다. 3년 만에 1.4GW급 신형 원전 2기 가까운 수요가 늘었다. 전력 위기 경고등 역할을 하는 전력 예비율은 5일 9%까지 떨어졌다. 2년 만에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폭염이 연일 기승을 부리며 냉방 사용이 급증해서다.

‘7말 8초’에 전력 수요 정점을 찍던 과거 패턴이 달라진 만큼 앞으로도 안심할 수 없다. 기상청은 과거 더위가 한풀 꺾였던 8월 셋째 주에도 올해는 서울 등 수도권 낮 기온이 30도를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게다가 산업계가 휴가를 마치고 이번 주부터 생산 활동에 복귀하기 시작하면 다시 한번 최대 전력 수요를 경신할 가능성이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여름 최대 전력 수요를 92.3~97.2GW로 예측했다.

낮은 전기요금이 여름철마다 조마조마한 전력 수급을 부채질한다. 한국의 주택용 전기요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저렴한 수준이다. 산업용 요금도 평균 이하다. 전기료 부담이 적다 보니 에너지를 거의 전량 수입하는데도 전기를 과소비한다. 한국의 전력 소비량은 세계 7위다. OECD 회원국 중에선 4위다.

이런 상황에서 5월 국회 개원 후 강경 대치하던 국회가 모처럼 만에 의견을 모은 것이 취약층에 대한 전기요금 감면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취약층에 전기료 월 1만5000원을 추가 지원하자고 제안하자 여야 정책위의장이 만나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화답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도 “취약층 지원을 더 강화하는 방안을 당과 상의했다. 재원 확보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취약층 지원은 필요하지만, 전기료 인상을 수반하지 않으면 결국 국민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실적을 발표한 한국전력공사는 2분기 928억원 규모 영업손실(별도 기준)을 기록했다. 3분기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누적 적자는 2021년부터 현재까지 41조867억원에 달한다. 한 해 이자비용만 4조원이다. 지난해 5월 2분기 주택용 전기료를 인상한 뒤 5분기 연속 동결한 후폭풍이다.

4분기(10~12월)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집권 3년 차로 정부 동력이 충분한 데다 상반기에 총선을 치른 만큼 눈치 보지 않고 에너지 요금을 정상화할 ‘골든 타임’이라서다. 변수는 가까스로 2%대까지 끌어내린 물가다. 통계청에 따르면 7월 석유류 물가는 1년 전보다 8.4% 올랐다. 2022년 10월(10.3%) 이후 2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최근엔 중동 정세마저 불안한 상황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공공요금 인상 시점은 물가 상황을 보고 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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