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우리말 바루기] ‘~하는 가운데’가 어색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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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신 가운데 자리를 함께해 주셨습니다.”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태극기가 게양되고 있습니다.” ‘가운데’는 이렇게 ‘-ㄴ, -는’ 다음에도 사용한다. 이때 ‘가운데’는 일이 지속되고 있다는 걸 나타낸다. 배경이나 상황이 지속되고 있음을 제시할 때 편리하다.

‘가운데’ 없이 문장을 나누어도 의미는 비슷하게 전달된다. “(모두) 바쁘십니다. (그럼에도) 자리를 함께해 주셨습니다” “애국가가 울려 퍼집니다. 태극기가 게양되고 있습니다”에서도 ‘바쁘신 가운데’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라는 상황은 읽힌다. 다만 ‘-ㄴ(는) 가운데’로 연결된 문장처럼 ‘지속되고’ 있다는 의미가 선명하지는 않다. 어떤 형태가 더 좋고 나쁘고는 판단하기 쉽지 않다. 그때그때 다를 수 있으니까.

다음 같은 문장들에서는 ‘-ㄴ(는) 가운데’가 필요하지 않거나 어색한 느낌이다.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강요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 개혁도 빨리 해야 한다.” 이 문장은 “부실기업 구조조정과 함께 금융 개혁도 빨리 해야 한다”여야 했다. 무리하게 ‘있는 가운데’를 넣어버렸다. 그럴듯해 보일지 모르지만 간결성은 떨어지고 의미는 모호해졌다.

“질문이 쏟아지는 가운데 그는 급하게 자리를 떠났다.” 질문이 오래 계속되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가 자리를 떠난 건 질문이 쏟아져서였다. 그런데도 이렇게 썼다. 왜 그랬을까. 여기저기 보이는 ‘-ㄴ(는) 가운데’ 따라하기다. 이러면 얻을 게 없다. 정확성만 떨어지고 만다. “축제가 열린 가운데 시민들이 공연을 즐기고 있다”보다 “축제에서 시민들이 공연을 즐기고 있다”가 읽기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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