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머리 밀고 군부 독재자 된 유재명 “해도 손해 안해도 손해, 도전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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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배경 영화 ‘행복의 나라’에서 유재명이 연기한 합수단장 전상두 모습. [사진 NEW]

“해도 손해, 안 해도 손해인 역할이었어요. ‘내가 전상두를 해서 뭘 얻으려고 했지?’란 생각이 들 만큼 어려웠지만, 배우로서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었습니다.”

영화 ‘행복의 나라’(감독 추창민, 14일 개봉)에서 권력 실세 합수부장 ‘전상두’ 역을 맡은 유재명(51)의 말이다. 1979년 10·26 대통령 암살사건 이후 재판 과정을 그린 이 영화에서 전상두는 “그 시대의 야만성을 압축한 인물”(유재명)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모델이지만, 역사 속 인물을 그대로 본뜬 캐릭터는 아니다. 연출을 맡은 추창민 감독에 따르면 “전두환이란 한 사람이 아니라, (당대 군부독재 정권의) 권력자의 간교한 뒷모습을 보여주는 상징적 인물”이다.

8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유재명은 “전상두가 안개 속 인물처럼 파악하기 어려워 처음엔 거절했다가, 잔상이 남아 출연하기로 했다”고 했다.

비교 대상이 많다는 것도 부담이 될 만한 지점이다. 올 초 ‘서울의 봄’에선 배우 황정민이 79년 12·12군사반란을 이끄는 광기 어린 ‘전두광’을 연기했다. ‘남산의 부장들’(2020)에선 10·26 직후 대통령 집무실에서 금고 속 금괴·현금을 훔쳐 나오는 대통령 심복 ‘전두혁’(서현우)이 다소 코믹하게 그려졌다.

유재명은 “실존 인물에 대한 선입견이 있어,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라면서도 “맥락에 맞는 연기를 찾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OK컷도 다른 버전으로 연기하길 반복했다. 영화에 10분가량 나오는 전상두의 골프장 장면은 사흘간 찍었다. “사람을 가만히 바라보는 눈, 삐딱한 고개, 국민을 개·돼지로 아는 세력들의 오만한 신념에 집중했다”고 한다.

그는 1997년 연극 ‘서툰 사람들’로 데뷔했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2015~2016)에서 “츄리닝 입고 엉덩춤을 추는 ‘학주’(학생주임)” 캐릭터로 급부상했다. JTBC ‘이태원 클라쓰’(2020)에선 장가 회장을 ‘국민 욕받이’ 캐릭터로 탄생시켰다. 최근에는 디즈니+ 방영 중인 드라마 ‘노 웨이 아웃’에서 흉악범 조두순을 연상시키는 ‘김국호’ 역으로 돌아왔다.

유재명은 개봉을 앞둔 ‘행복을 찾아서’에 대해 앞서 동시대를 다룬 영화들과 이렇게 비교했다.

“‘서울의 봄’이 강력한 호흡으로 시대를 정면 조망했다면 ‘남산의 부장들’은 인물들의 야욕과 관계의 카오스를 표현했죠. ‘행복의 나라’는 한 개인을 통해 시대의 야만성, 인간의 근본 가치가 짓밟히는 시대상을 보여줍니다. 세 작품의 해석과 재미를 느끼시면서 그 시대를 조망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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