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허허벌판에 450억 건물만 덩그러니…잼버리 부지 동상이몽 [이슈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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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참가한 각국 대원들이 지난해 8월 8일 전북 부안군 잼버리 대회장에서 조기 철수하고 있다. 기록적인 폭염에 이어 태풍 '카눈'이 한반도에 상륙할 것으로 전망되자 정부와 세계스카우트연맹은 이날 버스 1014대를 동원해 156개국 3만7000여명을 수도권 등 전국 8개 시·도로 대피시켰다. 뉴스1

파행 후 1년…"여의도 3배 대회장 어찌하나"

새만금 잼버리가 개막 8일 만에 '국제적 망신'이란 오명을 남기고 전원(156개국 3만7000여명) 조기 퇴소로 끝난 지 1년이 지났다. 이런 가운데 새만금 개발 주체인 새만금개발청은 대회장 철거 이후 남은 여의도 3배 크기 간척지(8.8㎢)를 어떻게 활용할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전북특별자치도·부안군·김제시 등 관할 지자체 대부분이 공통으로 산업·연구 용지 전환을 요구하고 있으나, 지자체마다 원하는 그림(용도·업종)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새만금개발청은 12일 "현재 기획총괄과 주도로 각 부서 의견을 모아 새만금 기본계획(MP) 변경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내년 말 MP 용역 결과가 나온 뒤 새만금위원회 심의·승인을 거쳐야 잼버리 부지의 구체적인 활용 방안을 확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북자치도 등에 따르면 정부는 2017년 8월 잼버리 유치 확정 이후 6년간 1171억원(부지 매립비 1846억원 제외)을 투입했다. 그러나 대회가 끝난 뒤 원상 복구 계획에 따라 기반 시설(259억원), 야영장(129억원), 대집회장(30억원) 등 최소 400억원 이상 공중으로 날아갔다. 잼버리 조직위원회가 대회 직전 완공한 야영장 내 화장실·샤워장·급수대·분리수거장과 전력 시설(가로등·발전기), 통신 시설(통신주·사이렌) 등도 철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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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2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 일대에서 열린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장에서 대회 첫날 폭염으로 인한 온열 질환자가 400여명 발생하는 등 스카우트 대원들이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최기웅 기자

철거비만 25억원…농식품부에 인수인계

전북자치도는 지난 4월 말 잼버리 대회장 철거를 마무리한 뒤 지난 6월 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인수인계했다. 상부 세석(잔돌) 정리와 폐기물 처리 등 철거에만 추가로 도비 25억원이 들어갔다. 대회 내내 부실한 준비와 운영 미숙 등으로 질타를 받은 잼버리 조직위는 지난달 11일 해산했다. 지난해 8월 12일 폐막한 지 11개월 만이다.

철거 작업이 끝난 허허벌판 간척지엔 현재 글로벌청소년리더센터(이하 센터)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전북자치도가 도 예산 450억원을 들여 9만7731㎡에 지상 3층 규모(3516㎡)로 지난해 6월 지었다. 잼버리 대회 기간 잼버리 병원과 운영본부 등으로 활용했다. 올해 6월 야영장·오토캠핑장 등 부대 시설 공사까지 마무리해 현재 새만금개발청 준공 심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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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해 8월 4일 전북 부안군에서 열리고 있는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장을 찾아 화장실 변기 등 시설물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북자치도, 센터 운영 방식 고심 

전북자치도 용역 결과, 센터는 매년 운영비 22억원과 인력 35명이 필요하다. 박현규 도 특별자치교육협력국장은 "애초 한국스카우트연맹이 세계스카우트센터를 유치하면 센터 운영을 맡기고 위탁금을 줄 계획이었으나, 유치가 어려워 다양한 운영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는 다음 달 청소년 수련시설 설치 운영에 관한 조례를 도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조례엔 ▶전북자치도 직영 ▶전북교육청·부안군 등 다른 공공기관·지자체 운영 ▶민간 위탁 등 센터 운영 주체·방식 등이 담겼다.

잼버리 부지는 애초 새만금 전체 개발 면적(291㎢) 가운데 관광·레저 용지(31.6㎢)에 포함됐다. 정부는 2017년 12월 한국농어촌공사 농지관리기금을 끌어다 잼버리 부지 매립에 속도를 내기 위해 해당 부지를 농업용지로 바꿨다. 현재 잼버리 부지 일부에선 농어촌공사와 임대 계약을 맺은 몇몇 법인이 사료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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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영 전북지사가 지난해 8월 14일 전북도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파행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관광·연구·식품·방산…"지자체 의견 수렴"

잼버리 부지 활용을 놓고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기관·지자체 간 수싸움도 치열하다. 새만금개발청은 애초 용지 기능을 살려 관광·레저 관련 기업 유치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부안군은 관광과 접목할 수 있는 컨벤션 센터나 특산품 판매시설, 드론 실증·자동차 자율주행 등 R&D(연구·개발) 분야를 선호한다. 대규모 농지를 가진 김제시는 식품산업 분야 산단 조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북자치도는 김관영 지사가 올해 역점 사업으로 꼽은 방위산업 등을 밀고 있다. 김미정 도 새만금해양수산국장은 "감사원의 잼버리 감사가 아직 완료되지 않아 부지 활용 방안도 확정된 게 없다"며 "전략산업 측면에서 방위사업청과 연계한 기업을 집적화할 수 있는 용지를 만들어 달라고 제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양건식 새만금개발청 관광진흥과장은 "지자체마다 특색에 맞는 업종을 찾기 위해 용역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안다"며 "정부 부처·지자체 등과 협의해 잼버리 부지 용도를 확정할 방침"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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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지난해 8월 새만금 잼버리 파행 사태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에 착수했으나, 아직까지 결론을 내지 못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감사원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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