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고령 운전, 면허 반납만 답 아냐"…美·日 보험사가 내놓은 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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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운전의 위험성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해외 주요국에선 보험시장이 적극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안전교육 이수 여부,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부착 여부 등에 따라 보험료 책정을 달리하면서다. 고령자 면허 반납 대책에만 집중하기보단 고령자 이동권을 해치지 않도록 합리적인 예방책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2일 경찰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는 2022년 438만명에서 2025년 498만명, 2040년에는 1316만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 운전자 부주의로 인한 교통사고도 증가 추세다. 지난해 전국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가해자인 사고는 3만9614건으로 2021년(3만1841건)보다 24.4% 늘었다(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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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한국만 겪는 문제는 아니다. 일본 정부는 올해 펴낸 ‘교통안전백서’에서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낸 사망 사고가 2년 연속 증가 추세”라며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 페달 오조작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고 지적한 바 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에 따르면 2022년 70세 이상 고령층 10만명 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5626명으로, 지난 10년간 연평균 증가율은 3.2%로 집계됐다. 70세 이상 운전자 과실로 본인이 피해를 입은 경우는 59%, 동승자가 피해를 당한 경우는 12%에 이른다.

고령 운전 위험 예방 나선 美‧日 보험시장

이처럼 고령 운전 문제가 불거지자 미국과 일본에선 자동차 보험시장이 움직이고 있다. 재교육 과정을 이수한 고령 운전자에게는 보험료를 깎아주는 것이 대표적이다. 보험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미 보험사 가이코(Geico)‧올스테이트(Allstate)‧파머스(Farmers)는 방어 운전 교육 등을 이수한 고령 운전자에게 보험료 할인 혜택을 부여한다.

미국 자동차협회‧은퇴자협회‧작업치료사 협회 등 사회단체들은 다양한 교통안전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기도 하다. 운전에 영향을 미치는 연령별 신체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다.

일본의 경우 고령 운전자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각종 장비를 개발하고, 부착 시에 보험료를 할인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페달 오조작을 자동차가 감지해 급가속을 억제하는 장치가 대표적이다. 이런 장치가 탑재된 일명 ‘서포트카’ 시스템은 신차 대부분에 적용돼 있고, 사후에 장치를 부착하는 것도 가능하다.

‘텔레매틱스(통신과 정보과학의 합성어, 차량과 인터넷을 연결하는 차량 정보 통신 장치)’를 기술을 활용한 보험도 발달해 있다. 고령 운전자의 운전 성향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보험료 책정에 활용하고, 운전 진단 보고서를 가족들에게도 공유하는 방식 등이다.

“면허 반납만 해답 아냐…안전 운전 유도책 함께 가야”

이처럼 보험 시장이 고령 운전자의 안전 운전을 유도하는 대안을 내놓는 건, 면허 반납제가 한편으론 고령자의 이동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대중교통이 부족한 지역에 거주하거나, 생계를 위해 운전이 불가피한 경우엔 면허 반납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서다. 일본이 최고 시속 6㎞의 ‘시니어카(핸들이 달린 전동 휠체어)’ 보급에 적극적인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에는 최고 시속 20㎞의 저속 소형 전동차 전용 면허를 별도로 만들어 고령자에게 발급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런 움직임은 한국에 시사하는 바도 크다. 2018년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 제도가 도입됐지만 반납률은 매년 2%가량에 불과하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면허 반납제의 실효성을 키워 자진 반납을 유도하는 한편, 이동권 침해 문제로 번지지 않도록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일본의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등을 벤치마킹해 융합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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