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단독] 박봉·악성민원에 떠나는 MZ…공무원 20년 만에 첫 감소

본문

17234939426107.jpg

정부세종청사로 출근하는 공무원. 연합뉴스

매년 늘어난 공무원 숫자가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 줄었다. 김대중 정부(1998~2003년) 이후 약 20년 만이다. 공공부문 감축 기조 때문이지만, 최근 젊은 공무원 중심으로 퇴사자가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행정안전부 정부조직관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기준 공무원 숫자는 117만1070명으로 나타났다. 국가 공무원이 75만3974명(64.4%), 지방 공무원이 39만1484명(33.4%)이었다. 공무원 수는 2014년 처음 100만명을 넘겼고, 2020년 113만1796명→2021년 115만6952명→2022년 117만1413명까지 계속 늘다 지난해 증가세가 꺾였다.

공무원 숫자가 소폭이나마 줄어든 건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은 뒤 공공부문 구조개혁에 나선 김대중 정부(1998~2003년) 이후 20여년 만이다. 역대 정부 공무원 증감률은 김대중 정부 -3.37%, 노무현 정부 8.23%, 이명박 정부 1.24%, 박근혜 정부(4년 2개월) 4.19%, 문재인 12.6%이다. ‘큰 정부’를 지향한 문재인 정부 시절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17234939427535.jpg

박경민 기자

윤석열 정부 들어 추진한 공공부문 감축 기조가 영향을 미쳤다. ‘통합활용정원제’를 도입해 매년 정부 부처별로 정원의 1%(임기 내 5%)를 감축하고, 감축한 정원을 정책 우선순위에 따라 재배치하는 식이다. 국가 재정 부담과 행정 비효율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재정난을 겪는 지방자치단체도 공무원 신규 채용을 줄이는 추세다. 서울시의 경우 올해 7∼9급 신규 지방 공무원을 1602명 뽑는다. 지난해보다 718명 줄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박원순 시장 시절 인력을 과도하게 뽑은 점과 예상 퇴직자 등을 고려해 채용 규모를 줄였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신규 공무원 1012명을 뽑은 부산시도 올해 절반 수준인 510명만 선발한다.

최근 퇴사자가 늘어난 영향도 받았다. 박봉과 악성 민원, 낡은 조직문화 등으로 공직 인기가 과거 대비 떨어지면서다. 공무원연금공단에 따르면 재직 연수 3년 이하 공무원 퇴직자가 2018년 5166명→2019년 6147명→2020년 8442명→2021년 9881명→2022년 1만2076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지난달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공무원 1021명을 설문한 결과 32.5%(332명)가 “조직이 원하더라도 추가 업무를 맡을 용의가 없다”는 식의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 상태로 집계됐다.

어느 정도 수준 공무원 숫자가 적정하냐에는 정답이 없다. 조태준 상명대 행정학부 교수는 “공무원 숫자 자체보다 진보·보수 정부를 막론하고 관행적으로 공무원을 늘려온 점을 우려한다”며 “공무원은 일단 숫자를 늘리면 민간과 달리 줄이기 어려운 데다 세금(인건비·연금)이 들고, 불필요한 간섭·규제가 따라붙는 부작용이 있다”고 지적했다.

인구 감소 추세와 열악한 국가재정 상황을 고려할 때 공무원 숫자 감소는 불가피하다. 다만 ‘감축을 위한 감축’은 위험하다. 선진국도 큰 정부→작은 정부→효율적인 정부로 바뀌는 흐름이다. 이근주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행정 효율을 끌어올리려면 공정한 조직 진단부터 거쳐야 한다”며 “재난 안전, 감염병 대응, 노인 복지 등 국민에게 꼭 필요한 분야 공무원 채용과 투자는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33,481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