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中 꽉 잡은 'LFP 배터리' 시대 열리나…한국 이 배터리도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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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청라 화재 전기차 감식 현장에 참관한 벤츠 측 관계자. 뉴스1

지난 1일 인천 청라의 전기차 화재로 국내 배터리 업계의 기술개발 방향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1회 충전시 주행거리나 가격 경쟁력 못지 않게, 배터리의 안전성이 소비자 선택의 핵심 기준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최근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중국 기업의 경우 자국 외 성장률이 둔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2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K배터리는 그동안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에너지 밀도를 향상하는 기술 개발에 집중해 왔다. 에너지 밀도가 높을수록 자주 충전할 필요가 없어 프리미엄 제품으로 인정받았다.

문제는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에서 니켈 함량을 높일수록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이번에 청라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불이 난 벤츠 차량에는 중국 업체 ‘파라시스’의 NCM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전기차 화재의 원인이 명확히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소비자 불안으로 전기차 수요가 급감하고 있는 만큼 완성차 업체들도 배터리 업체에 안전성 강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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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전 인천 서구 한 공업사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벤츠 등 관계자들이 지난 1일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에 대한 2차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이 주도한 LFP, 안전하고 저렴

안전성이 배터리 제품 경쟁력에서 중요해질 수록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시장은 탄력을 받을 수 있다. LFP 배터리는 1회 주행거리는 NCM 배터리보다 짧지만, 니켈·코발트를 포함하지 않아 가격이 저렴하고, 내부 음이온 구조상 열 안정성이 높다. 이미 유럽·미국 시장에서 중저가 전기차에 LFP 배터리를 탑재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어 국내 배터리 업계도 중국이 주도해온 LFP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든 상태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테슬라·제너럴모터스(GM)·포드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LFP 배터리를 채택했거나 검토 중”이라며 “중형 이하 전기차에선 LFP 배터리 비중이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LFP 선호도가 커지면 웃는 건 중국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전 세계 LFP 배터리 생산의 95% 이상이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한국 배터리 업체들은 그간 NCM 배터리를 주도적으로 개발해왔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단기적으로는 안전한 LFP가 각광을 받겠지만, 한국으로선 중국의 기술이 국제 표준이 되는 걸 경계해야 한다”며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 상황과 규제를 살피면서 종합적으로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배터리 제조사 관계자는 “LFP는 중국이 소재·부품·장비 생태계까지 주도하고 있어 견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국내 업체들, 미드니켈 배터리 속도

국내 업체들은 니켈 비중을 50~60%로 낮춘 ‘미드니켈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니켈 비중을 낮추면서도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안전성과 성능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목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열 안전성을 30% 이상 높인 고전압 미드니켈 배터리 양산을 서두르고 있다. 선양국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LFP로는 주행거리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어 프리미엄 전기차엔 적합하지 않다”라며 “향후 주행거리와 안전성을 둘 다 잡는 기업이 시장 주도권을 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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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디자이너

中 배터리의 거침없는 성장세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의 성장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최근 중국 기업들은 중국 밖 시장에서도 큰 성장률을 기록하며 점유율을 확대해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세계 시장 27.4%를 점유한 글로벌 1위 CATL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사용량(전기차에 탑재되는 총량)이 12.1% 증가했다. CATL은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2세대, 테슬라 등을 비롯해 다양한 비(非)중국 기업의 전기차에 탑재되고 있으며 하이브리드 차에 들어가는 2차전지 시장에서도 세계 2위(중국 판매량 제외)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CATL의 해외 매출은 총 505억3000억 위안(9조 6472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30.3%를 차지했다.

나머지 중국 기업들도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중이다. 지난해 테슬라를 누른 전기차 제조사이자 중국 2위 배터리 업체인 BYD도 올 상반기 사용량이 지난해 상반기 대비 144.8% 증가해 비중국 시장에서 점유율 6위(3.7%)를 차지했다. 지난해 상반기 점유율 0.5%에도 못 미쳤던 중국 국영 배터리 제조업체인 CALB는 같은 기간 사용량이 무려 604.2% 증가하며 10위권 이내로 치고 올라왔다. 이번 화재 원인 차량에 탑재된 것으로 알려진 파라시스 역시 같은 기간 사용량이 108% 증가했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한 자릿수 증가율에 머문 것과 비교하면 큰 격차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는 장기 계약이라 화재 사고가 시장 점유율에 바로 영향을 주기는 힘들겠지만, 제조사 공개와 안전성 강화 등 흐름에 따라 국내 완성차 제조사들은 중국 업체보다 한국 기업의 배터리를 탑재하려는 경향이 강해질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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