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尹 "건국절 논쟁, 먹고살기 힘든 국민에게 무슨 도움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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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이종찬 광복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이번 광복절 경축식 불참 의사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먹고 살기 힘든 국민들에게 건국절 논쟁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참모들에게 답답한 듯 토로한 말이다. 윤 대통령은 광복회와 야권 등에서 정부가 건국절 제정을 추진하려 한다며 15일 광복절 경축식에 불참하겠다는 것에 이같이 밝히며 “왜 지금 불필요한 이념 논쟁이 벌어지는지, 도대체 어떤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3일 통화에서 “윤 대통령은 취임 후 건국절에 대해 언급한 적도, 추진을 지시한 적도 없다”며 “존재하지 않는 걸 두고 문제삼는 건 정치적 공세”라고 말했다.

건국절 논란은 윤 대통령의 친구인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부친이자, 윤 대통령의 정치 입문 멘토였던 이종찬 광복회장이 김형석 신임 독립운동관장(고신대 석좌교수)의 임명을 문제 삼으며 촉발됐다. 이 회장은 김 관장이 건국절을 옹호하는 극우 뉴라이트 계열 인사라며 이 관장 임명이 정부의 건국절 제정 수순이라 반발하고 있다. 지난주 전광삼 시민사회수석이 이 회장을 찾아가 “정부는 건국절 제정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경축식 참석을 설득했고, 최근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도 재차 같은 입장을 전했지만, 이 회장은 “정부의 주장을 믿으려면 김 관장의 임명 철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광복회가 독립기념관장으로 지지했던 백범 김구의 장손자인 김진 광복회 부회장이 탈락한 과정도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반면 김 관장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1948년 정부 수립을 기념하는 건국절 제정을 반대한다”며 “저는 독립운동가를 폄훼하고 일제강점기의 식민 지배를 옹호한다는 의미로 말하는 뉴라이트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사퇴 의사를 묻는 질문엔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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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12일 서울지방보훈청에서 뉴라이트 성향 논란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을 건국일로 보고 기념하자는 건국절 논쟁은 주로 보수 계열 학자를 중심으로 제기돼왔다. 광복회에선 건국절이 추진될 시 1919년 4월 11일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통성이 부정된다는 이유로 반대를 해왔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 때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강조하며 건국절 논란의 종지부를 찍었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2022년 경축사에선 “일제 강점기 시절 독립운동은 3.1 독립선언과 상해 임시정부 헌장, 그리고 매헌 윤봉길 선생의 독립 정신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국, 자유와 인권, 법치가 존중되는 나라를 세우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고, 지난해 경축사에서도 “우리의 독립운동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 자유와 인권, 법치가 존중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한 건국 운동이었다”며 건국 과정의 역사적 연속성을 강조해왔다.

이 회장도 지난해 한 토론회에서 “윤 대통령이 말하는 건국은 나라를 잘 꾸려가겠다는 네이션 빌딩(Nation Building)의 뜻이지, 나라를 세우겠다는 네이션 파운딩(Nation Founding)의 건국이 아닌 것 같다”고 긍정적 의미를 부여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진정한 건국은 남북통일이 이뤄질 때 완성되는 것 아니겠냐”며 “불필요한 논쟁을 접고 광복회와 야당 모두 경축식에 참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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