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그 사람이 왜? 공공기관장 큰장 열렸는데, 벌써 낙하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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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총선을 계기로 미룬 공공기관장 인사에 시동이 걸렸다. 사장이 연초부터 자리를 비운 곳도 많아 ‘지각 인사’다. 정치권에서 꽂는 인사가 유력하게 거론돼 ‘낙하산’ 논란이 불붙었다.

13일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1월부터 공석이었던 사장을 이날부터 공개 모집한다. 관광공사는 사장 자격 요건으로 ‘리더십, 비전 제시 능력, 관광 분야 지식·경험 보유, 조직 관리 및 경영 능력’ 등을 제시했다.

한국주택금융공사도 지난 12일 사장 공모를 시작했다. 한국전력공사 산하 한국남동발전·한국서부발전은 8일, 한국동서발전은 5일, 한국남부발전은 4일, 한국중부발전은 2일 짜 맞춘 듯이 일제히 모집 공고를 냈다. 이 밖에도 한국공항공사·한국해양진흥공사 등 수십여 곳이 수장 인사에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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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대부분 기관장이 총선 이전인 올해 초 3년 임기를 마친 뒤 물러났지만 인사가 지지부진했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기관장 임기가 만료하기 2개월 전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하지만 이 기간이 지나고도 임추위조차 구성하지 않은 곳이 수두룩했다. 업무 긴장감이 떨어져 ‘무두절(無頭節)’을 즐기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총선 이후 주요 정부부처 장·차관 개각을 마무리한 대통령실이 산하 기관장 인선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인사 속도도 늦었지만, 인사 방향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다. 기관장으로 거론되는 인사에게 관련 경력이나 전문성을 찾기 어려워서다. 정권 창출에 공헌했거나, 총선에서 낙선·낙천한 여당 출신이라는 공통점만 있다. 관광공사 사장으로 거론되는 언론인 출신 강훈 전 대통령실 정책홍보비서관이 대표적이다. 강 전 비서관은 법조 기자 시절 윤 대통령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윤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할 때부터 보좌한 참모 중 하나다. 관광 업무 관련 경력은 전무하다.

보험연수원 원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6일 하태경 전 국민의힘 의원을 보험연수원장으로 단독 추천했다. 하 전 의원 역시 보험업 관련 경력이 전무하다. 이밖에 한국거래소 산하 코스콤 사장엔 윤창현 전 의원(이하 국민의힘), 동서발전 사장엔 권명호 전 의원, 남동발전 사장엔 강기윤 전 의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엔 홍문표 전 의원,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엔 한병길 전 의원이 거론된다.

허울뿐인 공공기관장 공모 과정도 문제다. 통상적으로 기관장 선임은 ‘임추위 구성→후보자 공모→기재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 심의→이사회 의결→주무부처 장관 제청→대통령 임명’ 절차를 거친다. 하지만 사실상 사장을 내정하고 난 뒤 후보자를 공모하는 식의 요식행위인 경우가 많다. 내정한 인사가 아닐 경우 공모에서 ‘들러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과거 공공기관장 인사에 지원했다 떨어진 한 인사는 “공모를 준비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OO 후보가 사장으로 유력하다는 소식이 들리더라”며 “‘약속 대련’ 하는 식이라면 왜 공모 절차를 거치는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정부 입김이 작용하는 공공기관장 인사를 정권이 선거 이후 ‘보은’ 차원에서 활용하는 관행은 고질로 지적된다. 다만 정책 일관성을 위해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인사를 배치해야 한다는 옹호론도 있다. 최현선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공기관장 인사에서 중요한 건 최소한의 전문성이나 업무 연관성을 갖췄는가 여부”라며 “단지 정부에 공헌했다는 이유만으로 자격에 미달하는 인사를 기관장으로 앉혀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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