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네팔·라오스 ‘외노자’ 급증…‘중노자’는 줄었다

본문

달라진 외국인 노동시장

경남 거제 한화오션 조선소에는 3700여 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일하고 있다. 네팔 출신이 약 750명으로 가장 많다. 태국·베트남 등에서 온 근로자도 도크(선박건조시설) 곳곳에서 땀 흘리고 있다. 조선소 관계자는 “각국 선후배 근로자가 서로 소통하며 숙련도를 높이고 있다”며 “한국과 문화적으로도 잘 맞아 적응에도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중국인 중심이던 외국인 노동시장 지형이 바뀌고 있다. 구인난을 겪는 산업계의 외국인 수요가 늘면서 네팔·라오스 등 아시아 곳곳에서 노동자가 역대 최다 규모로 입국하고 있다.

13일 법무부 출입국 통계를 보면 지난해 비전문 취업(E-9) 비자 입국자는 총 16만8755명으로 전년보다 3만3588명(25%) 증가했다. 국내 입국하는 취업 목적 비자는 크게 전문인력(E-1~7)과 비숙련 인력으로 구분하는 E-9, 한국계 중국인이 대다수인 방문취업(H-2) 등이 있다. 이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E-9 입국자는 2019년 15만1116명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4만1992명, 2021년 1만6732명으로 급감한 이후 지난해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올해 상반기 E9 입국자는 이미 9만 명을 넘었다.

정부는 내국인을 고용하지 못한 기업이 외국인(E-9·H-2)을 고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고용허가제를 운영하며 도입 규모를 계속 확대하고 있다. 고용을 허용하는 업종도 기존 제조업·건설업·농축산업·어업·임업 등에서 최근에는 서비스업 중 호텔·콘도업, 음식점업 주방보조원으로 넓혔다.

외국인 고용이 전체적으로 늘면서 중국인 비중은 줄고, 여타 아시아 국가 출신은 커지고 있다. 한국계 중국인이 많은 H-2 입국자의 경우 지난해 7만7479명으로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 25만655명 대비 70% 감소했다. 전체 상주 외국인 인구 중 H-2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9년 15.2%에서 지난해 6.1%로 9.1%포인트 하락했다.

E-9 입국자 중에서는 네팔 출신이 지난해 2만6477명으로 가장 많았다. 코로나 이전 대비 57% 늘었다. 베트남(2만2999명), 캄보디아(2만1046명), 인도네시아(1만7090명), 필리핀(1만5354명)이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증가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라오스(428%, 204명→1077명)였다. 2019년까지만 해도 E-9 입국자가 많은 국가는 1위 베트남에 이어 캄보디아, 필리핀, 네팔 순이었다.

아시아 각국에서 한국으로 입국하는 근로자가 늘어난 데는 국내 기업의 선호가 큰 영향을 미친다. 고용허가제 쿼터 안에서 국내 사업주가 희망하는 국가 출신 근로자를 채용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오기환 고용부 외국인력담당관은 “기존에 외국인이 많이 진출해 있는 제조업 분야에서 아시아 국가 출신 근로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이미 채용해 함께 일하며 좋은 경험이 있거나, 하는 일과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 국가 근로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류 등 영향으로 한국 취업에 대한 아시아 국가의 관심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국내 산업에서 외국인력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향후 15년 뒤 생산연령인구 비율이 하락하며 노동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때가 올 것”이라며 “성급하게 이주정책을 펴기보다 노동 부족 상황을 모니터하면서 정책 개입 시점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외국인 근로자 18명을 포함해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지난 6월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에 대한 후속 대책을 내놨다.

‘제2 아리셀’ 없게…외국인 근로자 안전교육 의무화

모든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 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하고, 유명무실하게 운영되던 위험성 평가 인정 사업 심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화성 화재사고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3차 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외국인 근로자 및 소규모 사업장 안전 강화 대책’ 등을 발표했다.

이번 안전 강화 대책은 외국인 근로자가 내국인보다 산재에 더 취약하다는 지적에서 마련됐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사고사망자 812명 가운데 외국인 근로자는 10.5%인 85명으로 나타났다. 전체 근로자 대비 사망사고 발생 확률은 약 1.4배 높은 수준으로 추정된다.

지금은 고용허가제(E-9·H-2)로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선 입국 전후로 산업안전교육을 실시하지만, 재외동포(F-4)·결혼이민(F-6) 등 다른 비자로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는 사업주 의무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해 모든 외국인 근로자가 작업장 배치 전에 전문 교육기관을 통한 기초 안전보건교육을 반드시 이수하도록 제도화하기로 했다.

산재 예방을 위한 위험성 평가도 실효성 있게 손 본다. 아리셀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우수 사업장으로 선정돼 산재보험료를 감면받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위험성평가와 그 인정 절차에 대한 실효성 비판이 일었다. 이에 정부는 위험성평가 인정 기준을 기존 70점에서 90점으로 상향하고, 인정 후 3년 이내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산재보험료 감면액을 환수하기로 했다.

사업장 화재·폭발 사고를 막기 위한 인프라 개선에도 나선다. 정부는 사업장이 화재 확산 방지를 위한 격벽이나 위험물질 별도 보관시설을 설치하는 경우 최대 1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33,689 건 - 1 페이지